칼로리 플래닛 -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홍은택 옮김 / 윌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사진기자 피터 맨젤과 작가 페이스 달뤼시오 부부는 전작 <헝그리 플래닛>에서 세계 각지의 가족들과 그들이 먹는 일주일치 식재료들을 한 컷에 찍어 보여주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풀어내는 형식의 기획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책 <칼로리 플래닛>도 형식은 동일하나, 가족이 아니라 개인,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치 음식을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헝그리 플래닛>에서는 세계화에 의한 전통 식문화의 쇠퇴, 국가와 계급에 따른 식량 공급의 불균형을 보여줬다면, <칼로리 플래닛>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좀 더 개인에 집중하는 양태를 띈다.

전 세계 30개국의 80명을 촬영하고 인터뷰한 책이다 보니 개개인에게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지는 않는다. 58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 텍스트가 배치되기 때문에 그렇다. 얼핏 보면 항공기에 비치된 기내 잡지의 해외 관광지 소개 컬럼과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1일 섭취 칼로리를 기준 삼아 올림차순으로 개인들이 소개되는데, 적게는 800Kcal부터 많게는 12,300Kcal까지 그 스펙트럼이 엄청나다(참고로 우리 나라 성인 남성의 1일 섭취 권장 칼로리는 2,500, 여성은 2,000Kcal이다). 짐작하다시피 이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하층민에 속한다. 케냐의 목축인과 영국의 폭식녀는 칼로리의 대척점에 서 있지만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의 위상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그네들이 하루에 먹는 음식들의 정보(하루 세 끼 식사 및 간식의 재료와 그것들의 칼로리)만이 아니라 그들의 신상 정보- 국가, 주거 지역, 성별, 직업, 나이, 신장, 몸무게 등 - 를 매우 상세하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가 간의 빈부 격차에 관계없이 개인의 직업과 생활 양식에 따라서 식생활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지금 시점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또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수십년 간 진행되어 온 세계화가 퇴보하고 있으며, 전쟁과 기후변화로 닥쳐올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 과거의 풍요로웠던 세계를 추억하는 스냅샷으로 먼 미래에 이 책이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 본다. 불평등한 세계에 마음 아프면서도 아름답고 강렬한 사진들에 감탄하는, 씁쓸하면서도 즐거웠던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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