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야기 - 라틴어 원전 번역,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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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유명 시인 오비디우스의 역작 <변신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변신’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서사시이다. ‘변신’이라는 주제가 협소해 보이지만, 원체 그리스 로마 신화 자체에 변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다, 오비디우스가 모든 사건마다 변신을 끼워 넣는 바람에 본서에서는 ‘변신’이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되어버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라크네나 피그말리온 이야기 말고도 테세우스의 모험, 헤르쿨레스의 열 두 고역, 트로이야 전쟁 같은 중요 사건들도 변신으로 마무리된다. (오비디우스가 로마 시대 인물이라 모든 인물과 지명은 로마 신화에 맞춰져 있다.)

이 책의 문학적 성취는 맥락 없이 흩어져 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건들을 연결하였다는 점이다. 사건 사이의 연결과 전환이 기가 막히게 매끄럽고 인물들의 행동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 책에서 비로소 하나의 통합된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생생한 성격 묘사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직전에 읽은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지극히 단순한 동인에 의해, 말 그대로 신화적으로 움직였다면, <변신 이야기>에선 동일한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감정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이러한 핍진성의 발현이 신화의 세계관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신들의 어긋난 도덕 관념과 인간에 대한 억울한 징벌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또한 오비디우스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신화와 역사를 교묘하게 연결하는 재주를 부린다. 당대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어떤 영웅보다도 위대한, 윱피테르에 비견되는 신격화된 인물로 숭상하는묘사는 참으로 낯간지럽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아첨도 효과가 없었는지, 오비디우스는 알 수 없는 연유로 아우구스투스에게 미움을 사 외딴 변방에 유배되어 쓸쓸하고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서적 중 이보다 재미있는 책은 찾기 힘들 것 같다. 물론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 마음 속 원픽은 바로 이 책, <변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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