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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
로이드 칸 지음, 이주만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몇 년 전, 땅콩주택이 잠깐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작은 땅만 있어도 자기 집을 지어서 소유할 수 있고, 오롯이 자기 취향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땅콩주택의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내려야 하고, 1개 단독주택 필지 면적에 2세대가 공동으로 2주택을 짓는 방식 때문에 갈등의 요소가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이 땅콩주택은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분께 선물받은 이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은 한창 땅콩주택이 유행하던 시절 번역된 책으로 보인다. 땅콩주택의 열렬한 예찬자였던 故 구본준 기자가 추천사를 썼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로이드 칸은 목수이며 작가이자 출판인으로 70년대부터 손수 집짓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은 로이드 칸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집 중에서도 지극히 작은(제일 큰 집도 20평이 안 되고 보통 7~8평이다) 집만 골라서 보여준다.
조립식 통나무집, 트레일러 위에 올려놓은 집, 나무 위에 지은 집, 차를 개조한 집, 물 위에 지은 집 등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주택이 소개된다. 그 중엔 집에 딸린 별채나 아이들 방, 휴가 때만 들리는 별장으로 쓰기 위해 지은 것도 있지만, 진짜 자기 집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도 많았다. 이렇게 작은 집에 살려면 짐을 줄여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일까, ‘아주 작은 집’을 짓는 사람들 중엔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물질을 소유하는데 관심이 없고 한 곳에 머무르기 보다 방랑을 즐기는 이들. 그들에겐 넓은 집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다양한 작은 집들을 소개하는 책이니 만큼 호화로운 풀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잘 만든, 두꺼운 주택 캐털로그를 보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나처럼 집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푹 빠져서 흥미롭게 구경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