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풍속의 역사>로 유명한 에두아르드 푹스의 저작.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은 단순한 호기심 충족용으로 여성의 캐리커처를 다루는 수박 겉핥기 미시사 서적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시대를 앞서 나간 페미니즘 서적이다(이 책의 초판 출간년도는 1906년이다). 캐리커처 수집가로 유명했던 푹스는(나치가 집권하자 파리로 망명한 그는 수집한 캐리커처들을 팔아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중세 무렵부터 제작된 여성에 관한 캐리커처 500여 점을 통해 고정된 성 관념의 변천사를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주고 여성 해방 운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다들 아는 것처럼, 캐리커처는 풍자를 그 목적으로 한다. 대상의 특징을 꼭 집어 내어 과장을 거쳐 주장을 강화한다. 푹스의 말처럼 “진실은 평범함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에 놓여 있다. 극단적으로 과장해야만 사물의 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푹스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캐리커처는 거개가 그 시대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다. 캐리커처는 인쇄술의 발달로 대중이 탄생한 이후에 등장하였으므로, 이를 뒤집어 말하면 캐리커처는 당시 대중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하겠다. 푹스의 놀라운 점은 그런 캐리커처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결혼, 모드(여성 패션), 매춘, 성 윤리, 직업 등을 다루고 여성 문제의 근본 원인을 억압적인 경제적 하부구조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여성 문제가 모든 사회 문제 중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인식은 지금도 소중하다.

물론 페미니즘 이라고는 해도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여성의 생물학적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에 맞게 여성 해방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그의 견해는 지금엔 많은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백년도 넘은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에서 그가 시대를 뛰어넘어 제시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에 주목하는 게 옳겠다. 다만 옛 서적들이 흔히 그렇듯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지루하고 장황한 문체는 700 페이지가 넘는 이 긴 책을 수월히 읽어내기 힘들게 만드는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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