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작년부터 계획했던 이태리 여행이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고 마음놓고 외출하기도 힘든 요즘, 문장으로라도 이국의 향취를 느끼고 싶은 마음에 집어든 책. 예전에 읽었던 김연수의 여행 산문집 <여행할 권리>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기에 이 책도 꽤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뒤의 내 감정은 <여행할 권리> 보다 <지지 않는다는 말>에 더 가까웠다. 비록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여행 산문집이 아닌 수필집이지만, <지지 않는다는 말>이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웠기에 그렇다는 거다. 내 마음 속에서 <원더 보이> 이전의 김연수는 더할 나위 없이 내 취향에 딱 맞는 작가였다. 20대 때 하루키를 탐독한 이후로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원더 보이>에서 ‘어?’하고 갸웃하고,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이 양반 왜 이리 하루키를 닮으려 하지’ 싶었는데, 김연수는 점점 하루키의 길을 뒤따라 가려는 것 같다. 감정의 동어반복, 신선함이 떨어지는 화법. 물론 이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라는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펴낸 이 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한정된 지면에 시간에 쫓겨 연재하려니 글의 밀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김연수라는 이름의 기대값에는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김연수 작가의 눈이 시리도록 치열했던 예전 문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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