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평론가 최성일이 218명의 사상가들을 그들의 저서에 대한 서평을 통해 소개하는 책. 출판평론가라는 직함이 낯설지만, 독서와 출판에 대한 연구와 평론을 하는 사람, 즉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문학평론가가 문학 전반에 대해 평론을 하는 것처럼. 최성일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들과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사상가들을 그들의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소개하겠다는 이 장대한 기획을 시장한 것은 1997년이다. 그 후 2010년까지 장장 13년 동안 그는 주로 해외 사상가들의 번역서를 중심으로 리뷰하는 다섯 권의 책을 냈고, 이 책들을 한 권으로 사전처럼 엮은 것이 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나다 순으로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각 사상가들에게 한 챕터 씩이 할애되며, 그들의 저서에 대한 짤막한 서평들이 줄을 잇는다. 그 와중에 같이 읽으면 좋은 다른 사상가들의 책도 곁들여 소개된다. 물론 서평이기 때문에 저자 최성일의 개인적 견해가 꽤 많이 들어간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신작이 엉망인 경우도 부지기수고, 잘 모르는 분야의 양서를 골라 읽어보려니 아는 게 없어 막막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신문사의 북 리뷰나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많이 참고하는데, 당연하지만 여기에도 출판사의 마케팅이 개입되니 정작 읽어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성일이 생태학에 관심이 많고 다분히 무정부주의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라 이 책에 소개된 사상가들이 조금은 편향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내 취향에 맞을 법한 도서들을 꽤나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앞으로의 독서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것 같다. 최성일은 2011년 44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지금의 나보다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가 여직 있었다면 더 많은 사상가들과 책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