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을 몇 권 골라보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꼭 들어갈테다. 종교를 믿는 내 친구들 몇몇 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남은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고 내 안에 남은 비이성적 요소들(미신, 징크스, 운 등등)을 깡그리 날려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비합리성, 즉 종교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무신론자로 분류되는데, 이 신무신론의 4대 기수로는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가 꼽힌다.

이 중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대표 저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이번에 읽었다. 책을 산 지는 몇 년 되었으나 책장 한 구석에 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눈에 띈 김에 읽게 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종교를 격하게 비판하기로 유명한 책인데(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를 ‘전투적 무신론자’라고 흔히들 칭한다’), 이 책은 한 술 더 뜬다. 기독교, 카톨릭, 이슬람교, 유대교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종교의 색채가 옅은 불교나 힌두교, 하다 못해 영적 수련이나 명상 같은 행위도 그의 예리한 비판의 칼날을 벗어나지 못한다. 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오쇼 라즈니쉬의 사기와 협잡에 대해 까발리는 대목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종교가 기본적으로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이고, 관용을 모르며, 인종차별주의, 부족주의, 편협성과 손을 잡고, 무지라는 옷을 입고, 자유로운 탐색을 적대시하고, 여성을 경멸하고, 아이들에게는 강압적인, 조직화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글솜씨는 너무나 신랄한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기를 끈 종말론적 통속소설에 대해 “오랑우탄 두 마리를 워드프로세서 앞에 풀어놓는 낡은 편의주의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평한다. 그가 이슬람교와 코란, 모하메드에 대해 기술한 대목을 읽고 있노라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다. 한마디로 그에게 성역 따위는 없다.

히친스는 마더 테레사의 시복 절차 중에 교황청의 요청으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을 성인으로 추대해도 될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검증하는 인물을 말한다. 히친스는 다른 저서에서 아래의 예시를 들며 마더 테레사의 위선적 행적을 비판했다. 미국 역사에 남을 사기꾼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아이티의 독재자를 칭송했다는 점. 그녀가 인도에서 운영한 ‘사랑의 선교회’가 재정을 충당할 목적으로 빈민과 환자들의 비참한 삶을 미디어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방치했다는 점.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말년에 어마어마하게 비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했다는 점. 이처럼 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교인으로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인물에게도 히친스는 거침없다.

다른 세 명의 신무신론 4대 기수들이 주로 과학의 관점에서 종교를 비판한다면, 히친스는 종교 자체의 모순과 허점을 파헤치고 그로 인해 종교가 어떻게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미덕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지를 논증한다. 간단히 말해 그는 ‘종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가 아니라 ‘종교가 없어야만 모두가 잘 살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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