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유지연 옮김 / 펜타그램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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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 그 중에서도 특히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기 위해, 낯 선 장소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내 안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등등. LCC의 등장으로 항공 경비가 대폭 절감되고 해외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지금, 해외여행은 더 이상 사치의 상징이 아닌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해외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벗어나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학습하는 여행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학자들의 현지 조사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통해 뜻깊은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겪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이 책의 주장대로 인류학자는 ‘지구 최강의 여행전문가 종족’이리라. 이 책은 인류학자인 저자가 인류학과 여행의 유사성을 증명하고 독자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려는 목적으로 씌어졌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인류학적 관점에서의 여행과 해외 여행의 역사, 여행자와 현지인 간의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 등을 다룬다. 후반부에서는 여행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법, 안전한 여행을 위해 명심해야 할 점, 여행의 경험을 기록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무척이나 재미있고 얻을 게 많은 책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인류학적 연구 방법론을 여행과 너무 깊숙이 결합시키는 바람에 꽤 지루한 책이 되어버렸다. 물론 해외여행에서의 배변 문제나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맛있게 먹기, 짐을 가볍게 쌀 수 있는 방법 등등 다른 어떤 책에서도 접할 수 없는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 책이 인류학 연구 개론서인지 여행 안내서인지 잘 모를 정도라, 과연 이 책이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그닥 자신이 없다. 즐거운 여행을 위한 참고서적으로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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