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이 책에서 역사 서술에 대한 역사(메타 역사? 적합한 표현인지 모르겠다)를 다루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부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 역사 서술의 방식과 범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헤로도토스에 비해 유발 하라리의 책이 더 ˝발전˝된 것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쓰여진 역사서일 뿐. 헤로도토스와 유발 하라리가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어마어마하게 차이나지만, 그렇다고 <사피엔스>가 <역사>보다 나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시민은 역사서의 가치는 결국 서사의 힘에서 나온다고 한다. 역사는 수많은 사건들 중 역사가가 자기의 가치관에 맞추어 주관적으로 취사 선택한 것들을 기술한 결과물이다. 역사가가 역사서를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가치를 제대로 설파하려면 제대로 된 서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랑케가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를 표방하며 방대한 양의 저작을 남겼고 당대에 어마어마한 명성을 쌓았지만, 지금은 전공자 외엔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된 것도 랑케가 저술한 역사서에 담긴 서사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서사를 구성하려면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서사가 담긴 생명력 있는 역사서는 곧 인간을 담은 역사서다. 이는 비단 역사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시민의 말대로 ˝서사의 힘을 지니지 못한 책은 어느 장르든 오래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