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의 작업실
김갑수 지음, 김상민 그림, 김선규 사진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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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꿈 같은 사람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취미 생활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취미 공간을 갖고 싶어한다. 대부분 현실의 제약 때문에 공상만 하다 말지만. 이 책을 쓴 평론가 김갑수는 마포 한 구석 지하실에 취미를 향유할 공간을 만든다. 그게 ‘줄라이홀‘이라 이름 붙인 그의 작업실(이라고는 해도 거기서 딱히 창작 활동을 하는 건 아니란다)이다.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들입다 파는 사람이 김갑수다. 커피에 맛들여서 온갖 원두와 머신을 섭렵하고, 커피맛이 잘 나올 때까지 열 몇 잔을 들이마시다 토악질을 하는 미련한 사람. 3만장의 LP를 소장하고 버는 돈을 족족 오디오 장비 구하는데 탈탈 털어 쓰는 사람. 요 몇 년새 종편에 나오는 것도 오디오질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책은 그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취미 편력기이다. 커피와 오디오, 그의 취미는 이 두 가지인데 둘 다 철저한 아날로그다. 근 10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도 시간의 간극을 느낄 수 없을 만치 트렌디하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라 이 취미들이 외려 트렌디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해도 커피와 오디오를 즐기는 그의 집요하고 극단에 가까운 태도가 참 재미있다. 또한 글쟁이답게 갖은 인문학적 지식을 취미와 엮어내는 재주가 좋다. 문체도 레트로 해서 아저씨 냄새가 풀풀 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반은 재미있고 나머지 반은 그저 그런 책이었다.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다룬 파트는 신나게 읽었지만, 오디오, 특히 클래식을 다룬 파트는 영 흥미가 붙지 않았다. 나이 들면 재즈가 좋아지다가 결국 클래식으로 정착한다는데 그것도 사람 취향 나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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