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간의 김영하 단편집 가운데서도 특별히 길이가 짧다. 두 세 페이지 가량의 엽편소설도 네 편이나 실려 있다. 비록 그 길이는 짧지만 장편에서 볼 수 있는 김영하 특유의 매력적인 상황/구도 설정은 여전하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납치하다시피 동해안으로 끌고 온 대학원생, 백화점 좀도둑을 잡으러 다니는 비위 경찰, 연쇄살인마에게 가족을 잃고 아버지의 유산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여대생 등등. 그런데 정작 김영하는 이렇게 흥미로운 플롯을 짜 놓고는 갑자기 이야기를 툭 끝내 버린다. 어찌 보면 레이먼드 카버 스럽기도 한데, 카버 보다는 긴장이 좀 느슨한 편이지만 뒷이야기가 참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책을 다 읽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한 번 상상해 보라는 뜻일까. 중편이었으면 더욱 멋졌을 하나하나의 소재들이 아깝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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