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에이지 -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지구사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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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구 정복은 급기야 지층에 인간의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지구온난화의 흔적인 이산화탄소,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 쓰레기 등등... 이처럼 지구 역사에 유례없는 대규모의 변화를 가져온 인류라는 종의 힘은 마침내 현재의 지질학적 분류인 홀로세를 ‘인류세‘로 바꾸자는 주장에 이르게 된다. 고생대, 중생대처럼 인류의 역사가 지층에 화석처럼 새겨질 정도의 막대한 지구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

<휴먼 에이지>는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갖춘 인류가 앞으로 지구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지를 모색하는 책이다. 다이앤 애커먼은 우리가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를 정복해가면서 저지른, 재앙에 가까운 혼란상(환경 오염,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등)을 뒤돌아보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 해법은 다름 아닌 기술. 지금 와서 과거의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시와 함께 할 수 있는 자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급속히 발전하는 에코 테크놀러지, 나노 기술, 생명공학, 미생물학, 3D프린팅 기술, 로봇 공학, 심지어는 인터넷이 인간과 나머지 생물 종의 공존을 도울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70에 가까운 나이에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연구를 체험하고 정리하여 그 기술로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그녀의 상상력이 놀랍다. 거기에 그녀 특유의 미려한 문장이 결합된 이 책은 가히 자연과학과 첨단기술의 서사시라 부를만 하다(그녀는 실제로 코넬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철학적 질문(‘인간은 어디까지 사이보그화되어도 인간일까?‘ 같은)을 던지는 그녀의 지성이 부럽다. 나는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렇게 또렷한 사유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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