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팡세 클래식
루이스 캐럴 지음, 살구(Salgoo) 그림, 보탬 옮김 / 팡세클래식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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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에서 은유와 상징으로 많이 인용하는 이 책을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부터 예쁘다.

루이스 캐럴(1832-1898)은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수학자이다.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슨'이다. 내성적이고 심한 말더듬이었다고 한다. 수학과 교수였는데 대학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와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1871)를 썼다.

이야기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느낌이다. 하나의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스토리 연결성 없이 확확 바뀌기 때문에 예상이라는 것을 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으니 더 놀랍고 신기하다. 그러나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기에는 뭔가 스토리 연결이 되지 않는다. 꿈 속에서 많은 꿈을 꾸면서도 서로 연결은 되지 않고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앨리스만큼 유명한 캐릭터들의 등장과 그 상징을 인터넷에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시계를 찬 토끼, 체셔고양이, 모자장수, 트럼프병사와 하트여왕, 도도새들이다. 시계를 찬 토끼는 늘 바쁘게 사는 현대인을 상징하고, 체셔 고양이는 순간이동을 하는 양자역학에서 인용되는 캐릭터이다. 도도새는 말더듬이인 저자 자신을 대변한다. 넓은 식탁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앨리스를 껴주지 않으려는 모자장수와 동면쥐와 3월의 토끼는 빅토리아시대의 배타적인 귀부인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상징을 떠올리기에는 바쁘다. 다 읽고 음미하듯 검색하면 좋다.

계속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곳에서 앨리스는 후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흔쾌히 모험을 즐긴다. 아이의 말이지만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도 툭툭 내놓는다.

"그런데 내가 어제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다음 문제는 도대체 내가 누구지? 아, 그건 대단한 수수께끼네!"(62)

어제와는 달라진 오늘의 앨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다. 조끼를 입은 하얀 토끼를 따라 들어온 곳에서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하고 자신의 눈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오늘의 앨리스는 정신이 없다. 괜히 토끼를 따라온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앞으로 펼쳐질 모험이 어제의 지루함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이런 철학적인 문구가 여럿 포석해 있어서 가볍게 읽어지지 않겠구나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말장난 문구를 보니 원서로 읽고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난다. "정말 꼬리(tail 이면서 tale:이야기)가 길구나"(55)."라고 말하는 앨리스. 가짜 거북이가 늘어놓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름들. reeling휘청거리기-reading읽기, writhing비틀기-writing쓰기, fainting기절하기-painting그리기... 저자의 말을 직접 듣고 있는 앨리스 리델이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라 알고 있는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보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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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수호지 - 난세가 만들어낸 영웅들의 통쾌하면서도 슬픈 반란 교양으로 읽는 시리즈
시내암 지음, 장순필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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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가 한나라 말의 황건적의 난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천하를 얻으려는 위, 촉, 오의 조조, 유비, 손권을 중심으로 한 영웅들의 이야기라면, <수호지>는 북송 말 수령 송강을 중심으로 양산박에 모인 108명의 도적들의 영웅적인 이야기이다. 삼국지가 지배층간의 패권다툼이라면, 수호지는 서민층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수호지는 삼국지보다 이야기가 생생하고 거침이 없다. 체면을 차리거나 명분을 내세우지 않고 불의를 보면 바로 사람을 때려 죽이거나 쳐죽이고, 호랑이를 때려 잡고, 남녀간의 치정과 운우지정이 거침없이 그려진다.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들이 대거 등장하고 돌려 말하지 않으므로 시원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

양산박으로 합류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벼슬을 하다가 불의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친 사람들이다. 노지심, 임충, 조개, 무송, 송강을 비롯한 인물들이 벼슬을 하는 중에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그러한 사람을 돕다가 사람을 죽이게 되고 당시 법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도적의 무리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처음부터 평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군과 싸울 때에도 작전과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백성들을 약탈하지 않겠다는 계율이 있었던 양산박과는 달리, 관군은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천자가 관군을 내며 백성들은 괴롭히지 말라고 글을 내릴 정도이니 당시 관리들의 부패를 실감할 수 있다.

<수호지>에 나타난 북송 말 사회풍습 중 놀라운 것은 인육을 먹는 것이다. 인육으로 만두를 만들어 파는 부부가 등장한다. 주막에 들른 사람을 골라 몽환약을 먹이고 기절시켜 사람 고기를 사용한다. 송강도 하마터면 이들에게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다. 또한 적을 산 채로 잡아 그 분함을 못 참아 내장을 꺼내 안주로 먹었는지, "두목의 안주거리로 간과 염통이 도려지는 순간(270)"이라고 서술하는 것을 보면 인육을 먹긴 먹었던 것 같아 소름끼친다.

이번에 읽으며 지략가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삼국지>에 촉의 유비 곁에 제갈공명이 있듯이 양산박의 송강 곁에는 오용이 있다. 그의 지략으로 관군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여러차례한다. 예전에 읽었을 때 오용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관군의 수를 내다보고 대처하는 것이 제갈공명에 못지 않다. 그의 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의 몰입도가 좋다. 제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미리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개, 양산박의 새 두령이 되다'는 그저 생신강을 훔친 도적의 두목에 지나지 않았던 조개가 갑자기? 어떻게 양산박에 들어가게 되지? 기존 두목은 어떻게 되지? 하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송강, 양산박의 새 두령이 되다' 역시 조개의 원수를 갚은 노준의가 조개의 유언에 따라 수령이 되어야하는데, 노준의가 이를 거절하고 송강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를 호락호락 받아들일 송강이 아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질문이 풀릴 때까지 계속 읽게 된다.

이 책은 여러 권의 책을 하나로 응축한 것이어서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바뀌고 이야기 진행속도가 빠르다. 아직 수호지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이 책 한 권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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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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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하나하나 그리고 쓴 즐거운 작업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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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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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연금을 주려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할 텐데, 누가 할까? ...(중략) 이민자들이다."

이탈리아의 고령화에 대해 에코는 기업에서 은퇴하지 않으려는 노인들과 그들이 나가지 않음으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젊은이의 갈등을 언급한다. 기업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자들로 메꾸려한다. 이러한 현상이 에코의 눈에는 제국주의 시대에 인도, 말레이군도, 중앙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 제국과 비슷하게 치닫고 있다고 보인다. 백인이 유색인종을 부리는 상황이라고. 행간을 읽어보면 노인들은 기업에서 물러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줘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리 현실성이 없다고 느끼는 듯하다. 이민자에 대한 에코의 생각에 제국주의적 사고가 아직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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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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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권이다. 전직 여성판사였던 80세가 넘은 시즈카할머니와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뛰어난 수완을 가진 70여세의 고즈키 겐타로 할아버지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초고령화 일본사회에 맞게 주인공이 70대 80대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전 권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이 권에서는 겐타로 할아버지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는 하반신 불수라 휠체어를 타고, 대장암 수술까지 받은 환자이다. 직선적이고 밉상인 캐릭터이지만 추진력이 좋다. 법대로 하는 시즈카 할머니의 신중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생각에 겐타로의 편법이 난무하는 수완은 서로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사건에 대한 호기심으로 둘은 좋은 짝꿍이다.

단편연작소설의 형식이라 5개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이 없는 듯 이어지다가 끝에 가서 어느 정도 연결된다. 다양한 살인 사건을 통해 일본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화로 인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가족간의 갈등문제, 건설업계의 구조계산서 위조, 고령 운전자의 사고, 고독사, 사형을 내린 판사에 대한 복수심.

전체적으로 사회파적 소설의 느낌이 많이 난다. 개인의 잘못이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반복되고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되지 못하는 사건들이다. 노인들의 운전사고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 조처가 약하다. 우리나라에서 일정 연령이상이면 면허증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일정의 금액을 지불한다. 그러나, 그 이후는? 도회지와는 다르게 시골에서 자동차는 노인들의 손발의 기능을 하는데 이에 대한 조처가 약한 편이다.

세대간의 갈등도 제시된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의 부모세대들이 이해못할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젊은이들을 지치게 한다. 그들의 능력이 부모세대보다 못한 것이 아닌데, 그들의 노력을 비난할 수 있을까. 또한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명분때문에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며 보이스피싱 전달책처럼 쉽게 큰 돈을 벌려는 젊은이의 단순한 사고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단편연작소설이라는 것을 처음 읽는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같고 에피소드가 달라진다. 짧게 끝나는 단편이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무난하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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