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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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흐브룬은 정신과 전문의이고 보틀링거는 문학가이다.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정신과 의사와 문학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정신을 분석한다. '만약 그들이 제때 정신과를 방문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상담을 받았으면 달라졌을까? 인물의 결함은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다.

시대를 구분하여 각 시대별 대표작을 선택한다. 고대에는 오이디푸스왕을, 중세는 아서왕을, 17-19세기는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 카를 마이, 드라큘라, 셜록 홈즈를, 20세기는 변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삐삐 롱스타킹, 모모, 장미의 이름을, 21세기는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분석한다. 목차만 봐도 흥미롭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지만 실제 사람인양 분석한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누군가에게 터놓고 해결을 구하는 자세의 중요성이 여러군데 언급된다. 엄마의 사랑을 받은 해리포터는 불우한 환경하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발전시켜 나가지만,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 볼드모트는 악의 화신으로 치닫는다. 10대의 성급한 사랑을 한 줄리엣이 부모에게 로미오에 관한 이야기를 속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죽음의 파국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이상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제시된 모든 작품을 다 읽지 않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자의 줄거리 요약에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영화로 드문드문 본 <해리 포터> 시리즈의 줄거리 요약이 아주 마음에 든다. 굵직한 아웃라인 중심으로 주요 사건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있도록 해준다. 시리즈 일곱 권을 모두 읽고 싶게 만든다.

독일 작가들의 책은 좀 두껍고 유머가 없는 편이라는 선입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글의 구성이 작가와 작품 소개, 줄거리 요약, 주요 등장인물의 정신분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어 읽기 어렵지 않다. 흥미로운 정신분석을 더하니 즐겁게 읽을 수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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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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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인체를 보다 정확하게 그리거나 조각하기 위해 금기되어 있는 시체를 해부했다. 실제로 그들의 그림이나 조각이 어떠한지 해부학자가 해부한다.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인체를 좀더 정확하게 그리기를 원했고, 시체를 해부해서 사람의 내장, 혈관, 근육, 골격 등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였다. 다빈치는 1800여 점의 해부도를 그렸고, 미켈란젤로는 사망하기 전에 연습한 모든 것을 불 태워버렸지만 실핏줄까지 표현한 그의 작품은 그가 해부학을 배웠음을 증명한다.

예술과 의학이 서로 교차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림 속에 해부학적 요소나 질병을 추측할 만한 요소를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는 왼쪽 어깨가 처져있고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께에 손을 대고 있다. 보티첼리는 당시 결핵을 앓고 있던 연인 시모네타를 모델로 삼아 그린 것인데, 결핵에 걸리면 주로 왼쪽 폐가 망가지기 쉽고 그래서 왼쪽 어깨가 내려간다. 왼쪽 폐가 아프므로 가슴쪽에 손을 얹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폐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해부까지 해가며 인체를 정확하게 그리려한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는 다르게 루벤스의 <프로메테우스>에서는 헛점이 보인다. 프로메테우스의 근육이 정확한 위치가 아닌 곳에 울퉁불퉁하게 그려져있고, 독수리가 간을 쪼아야하는데 간 위치보다 윗쪽인 큰가슴근을 쪼고 있다. 신화의 내용을 알아야 틀린 것이 보이고 근육의 구조를 알아야 보이는 오류를 잘 집어 낸다. 일반인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전문가의 눈으로 그림을 보니 흥미롭다.

작가에 대한 배경 설명도 풀어주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 수준을 높여준다. 고흐에 대해서는 워낙 잘 알려져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노란색을 자주 사용한 것이 당시 복용하고 있던 정신질환 완화제인 '디지털리스'라는 식물때문에 사물이 노랗게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명화에 보이는 인물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해부학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이 책은 흥미와 교양을 다 선사해 주는 책이다. 명화이해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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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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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의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또다른 커플의 이야기도 있군요. 아직도 못 읽었는데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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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줌마의 일본 생존기
김경미 지음 / 더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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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존기'라니 뭔가 매우 절박해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저자는 일본에 가기 전 일본어를 딱 2개월 배운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젊은 새댁인 23세에 결혼하고 일본생활을 시작하였다. 책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를 커버한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변화가 느린 나라이므로 기본적인 정보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저자는 일본 어학교를 거쳐 대학원에 진학하고 졸업 후 토요코인 호텔에서 일한 후 귀국하였다. 6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 가고자하는 후배에게 들려줄 만한 실용적인 정보는 물론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알려준다. 이야기는 집구하기부터 아르바이트 하기, 여행하기, 같은 듯 다른 문화 이해하기까지 에피소드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대학원의 전공은 학부와 같아야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 진학 시 주의해야겠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수기로 작성하는 이력서는 놀라움의 극치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한다니.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조금은 놀랍다. 또한 1인당 지불하는 노래방은 사람들이 많이 갈수록 노래할 기회는 적어지고 돈은 각자 낸다니 뭔가 불합리해 보인다. 여러 팀이 쪼개서 방을 잡아야하나? 노래방에 가려면 인원수를 적절하게 제한해서 돈 낸만큼 많이 부르는게 상책이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인의 집에 가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이하다. 문화 차이로 알아두고 주의할 내용들이다.

유머코드가 곳곳에 있다. 일본어를 배우는 초기 단계에 일어난 일들이 가장 재미있다. "미나상, 오하요고자이마스(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선생님에 대해 미나가 누굴까로 일주일간 고민했다는 저자. 그리고 일본어가 미숙한 외국 남자들끼리의 싸움에서 "덤벼"를 "이랏샤이마세(어서오십시오)"라고 정중히 말해 웃음이 터지고 서로 화해했다는 이야기. 일어가 유창해진 후에 되돌아보면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지만 당시에는 심각했을 상황이 그려지니 웃음이 절로 난다.

일본 유학이나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읽어보기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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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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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로마의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 중 2000년 이후에 쓴 것을 모은 책이다. 책 커버의 접이식 성냥갑은 그가 단상이나 착상을 기록한 메모지이자 칼럼의 제목이다.

책의 원제는 <파페 사탄 알레페: 유동사회의 연대기>다. 유동사회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기준점 없이 믿고 기댈 중심 없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쳐돌아가는 세상의 현상보다 그 근본 원인을 찾아보려 애쓴다.

과거에는 당연한 일을 한 사람들인데 현대에 이르러 영웅을 만드는 과장된 언론 플레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 내 의견을 투표로 반영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기 보다 TV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인터넷과 쇼핑에 빠져 사는 사람, 신문1면을 장식하는 정치인의 행동을 욕하면서도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이를 다시 이용하는 정치인. 미친 세상을 대표한다. 20년 전 시사적인 칼럼으로 다루었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미친 세상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넘쳐나는 정보를 습득하는 똑똑한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은 지식을 가르치던 과거의 임무에서 벗어나 비판적사고 능력을 키워주도록 해야한다. 엄청난 사건은 무수한 음모론을 낳으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정부에서 내놓는 설명이 좀더 속시원하게 정직해야하지 않을까. 관심을 받고 싶어 미친짓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무관심이 약이다. 들여다보면 정상이 아닌 듯하고 뭔가 중심이 서있지 않은 '유동사회'이지만, 각자 중심을 잡고 이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며 살아야한다.

무엇보다 종교대립을 화합으로 끌어 안으려는 제안이 눈에 띈다. 무슬림 이민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을 이슬람 종교 전통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 살게 된 이상 그 나라 법과 문화에 맞게 벗어야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유럽 여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논쟁거리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이 되고 있다. 해결방법은 교육이다. 다양한 종교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다양한 종교의 날을 모두 축하하고 그 종교를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성인이 되어서 다양한 종교를 이해하는 포용력이 생길 것이다. 종교를 두고 하는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성냥갑 칼럼이 에코의 이야기를 담기에 길이가 짧아 아쉽다.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해결안에 대해 좀더 긴 이야기를 보태도 좋았을 것 같다.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것도 아쉽다.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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