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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평점 :
예술가들이 인체를 보다 정확하게 그리거나 조각하기 위해 금기되어 있는 시체를 해부했다. 실제로 그들의 그림이나 조각이 어떠한지 해부학자가 해부한다.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인체를 좀더 정확하게 그리기를 원했고, 시체를 해부해서 사람의 내장, 혈관, 근육, 골격 등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였다. 다빈치는 1800여 점의 해부도를 그렸고, 미켈란젤로는 사망하기 전에 연습한 모든 것을 불 태워버렸지만 실핏줄까지 표현한 그의 작품은 그가 해부학을 배웠음을 증명한다.
예술과 의학이 서로 교차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림 속에 해부학적 요소나 질병을 추측할 만한 요소를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는 왼쪽 어깨가 처져있고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께에 손을 대고 있다. 보티첼리는 당시 결핵을 앓고 있던 연인 시모네타를 모델로 삼아 그린 것인데, 결핵에 걸리면 주로 왼쪽 폐가 망가지기 쉽고 그래서 왼쪽 어깨가 내려간다. 왼쪽 폐가 아프므로 가슴쪽에 손을 얹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폐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해부까지 해가며 인체를 정확하게 그리려한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는 다르게 루벤스의 <프로메테우스>에서는 헛점이 보인다. 프로메테우스의 근육이 정확한 위치가 아닌 곳에 울퉁불퉁하게 그려져있고, 독수리가 간을 쪼아야하는데 간 위치보다 윗쪽인 큰가슴근을 쪼고 있다. 신화의 내용을 알아야 틀린 것이 보이고 근육의 구조를 알아야 보이는 오류를 잘 집어 낸다. 일반인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전문가의 눈으로 그림을 보니 흥미롭다.
작가에 대한 배경 설명도 풀어주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 수준을 높여준다. 고흐에 대해서는 워낙 잘 알려져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노란색을 자주 사용한 것이 당시 복용하고 있던 정신질환 완화제인 '디지털리스'라는 식물때문에 사물이 노랗게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명화에 보이는 인물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해부학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이 책은 흥미와 교양을 다 선사해 주는 책이다. 명화이해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