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필독서 40 - 가치 투자부터 인덱스 펀드까지, 세계 주식 명저 4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8
차영주 지음 / 센시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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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올바른 투자자가 되려고 한다면, 최소한 10권 이상 깊이 있게 책들을 접할 것을 권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로, 대여섯 권을 넘어서는 순간 이전에는 제각기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렸던 산발적인 저자들의 주장 속에서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를 저마다 다르게 표현하고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5

책은 6개의 챕터로 나누어 총 40권을 소개한다. 챕터1 '주식투자 클래식'은 주식투자 레전드들의 통찰력을, 챕터2 '주식투자 개론서'는 투자의 기본을, 챕터3 '성공하는 투자전략서'는 역사상 검증된 안전하면서 수익이 보장되는 전략을, 챕터4 '주식투자 산업. 종목 분석서'는 유망 기업과 산업을 선별하는 법을, 챕터5 '주식 매매 실전서'는 매매의 적절한 시기와 수익률 높이는 매매의 기술을, 챕터6 '주식투자 심리서'는 투자자들의 심리 이해와 나의 심리를 통제하는 법을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주식투자 필독서 중의 필독서인 주식투자 고전은 5명의 전설적인 투자 멘토들의 책이다.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스티그 브로더슨의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워런 버핏의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과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투자 특강>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주식투자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의 요약본이다. 그레이엄은 감이 아닌 투자분석을 처음으로 도입하였고, 가치투자모델을 제시하였다. 이후 가치가 증가하는 기업과 동행하자는 버핏과, 기업가치와 시장의 괴리를 활용한 린치, 가치와 주가의 관계를 '산책하는 강아지'에 비유한 코스톨라니의 투자법에 영향을 미쳤다. 싼 종목을 발굴해 배싸게 매도하되 일시적 주가하락마다 매수하는 '공격형 투자자의 적극적 투자법'은 현재의 일반적 투자법이다.

야마구치 요헤이의 <현명한 초보 투자자>는 투자 초보자를 위한 실용성 있는 책이다. 기업을 선택하고 분석하는 법을 7단계로 나누어 순서대로 설명한다. 좀더 자세한 내용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요헤이의 책을 찾아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불안한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좀더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조엘 그린블라트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책>이 좋겠다. 통계학과 수학에 근거한 퀀트투자의 시초로, 기업의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룰을 산출해 점수를 주고 합산점수 상위 기업에 투자하고, 1년 단위로 리밸런싱한다. 마이클 에들슨의 <내 돈을 지키는 안전한 투자법(Value Averaging) >은 대박 확률은 낮지만 적절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적립식 투자법을 제안한다. 코스트 애버리징효과는 주가의 변동에 따라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목적 자금을 일정기간 투자 후 성취하면 매도한다. 목표를 이룬 후 주가가 하락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존 보글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개별기업분석이 어렵다면, 종합지수와 연동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한다. 펀드의 수익률에는 '회귀법칙'이 존재해서 지나치게 올랐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면 올라온다. 그러나 이는 미국시장처럼 우상향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박스권에 갇혀있는 한,중,일 시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30년간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한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읽으면 좋을 필독서 40권을 선택해 자신의 조언을 담았다. 투자 대가 별로 공통점도 있지만 강조하는 투자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어느 것이 나에게 맞을지 생각하면서 추후에 원전을 찾아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주식투자 초보라면 책에 등장하는 용어를 익히느라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투자를 하고 있다면 자신의 투자방식이 어느 한 곳에 쏠려 있지는 않은지, 다른 시도를 해보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체크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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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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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중세 웨일스 슈루즈베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수도원에서 허브밭을 가꾸는 수사 캐드펠은 추리로 범인을 알아낸다.

루렐 집안의 영주가 죽자 수도원에서 수학하던 아들 리처드는 어린 나이에 영주가 된다. 문제는 영토 확장에 욕심이 있는 할머니가 손자를 이웃하는 영지의 힐트루드와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20대의 힐트루드는 약혼자를 잃은 여인으로 10세인 리처드에게는 나이가 너무 많은 상대이다. 한편 에이턴 숲에는 은자와 심부름꾼 히아신스라는 젊은이가 거처 중인데, 히아신스는 어느날 부상당한 삼림감독관 에일먼드를 구해주고 그의 딸 에넷에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마을에는 도망친 농노를 찾아 영주 드로고 보시에가 들어오지만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 죽고, 리처드는 사라진다. 과연 사라진 리처드는 나이 많은 여인과 결혼하게 될 것인가, 히아신스는 애틋한 사랑을 이룰 것인가, 보시에의 농노는 어디로 간 것인가.

물질적 탐욕은 불행과 살인을 부른다. 어린 손자를 이용해 땅을 늘리려는 할머니의 욕심, 돈이 되는 재주를 가진 도망간 농노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쫓는 영주, 훔친 물건을 지키기위해 신분이 노출되자 살인을 택하는 범인은 오로지 물질에 눈이 멀어 있다. 반면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온 충성스러운 가신과, 진실한 사랑을 찾은 남녀와, 영주라고 봐주지 않는 휴의 공정한 수사는 인간을 더 중시한다.

등장인물 중에 농노나 하인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영주들의 태도가 놀랍다. 자신의 말을 잡아 주는 마부의 손을 이유없이 채찍으로 때리고, 하인이 잘못하면 살가죽을 벗겨준다고 위협한다. 영주는 농노의 땅을 빼앗거나, 돈이 되는 재주를 가진 농노에게 정당한 댓가를 주지 않고 중간에 돈을 떼먹는다. 농노를 인간이 아닌 자신의 재산의 일부라 여기는 듯하다. 중세 농노의 삶이 고달파 보인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살인사건이 발생하기까지가 꽤 길다. 폭풍전야의 느낌도 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늘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에 수사로 변장한 은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관련된 사건들이 풀리는 반전이 매력적이다. 캐드펠 수사의 추리와 비밀을 알면서도 끝까지 지켜주고, 의문의 인물의 정체를 꿰뚫고 치료해주는 모습이 인간적이다.

중세의 사회상을 새롭게 알아가면서 캐드펠 수사의 여유있는 추리에 감탄하며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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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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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달라지고 자연환경이 다르니 인문환경도 달라지죠(33)."

유튜브로 먼저 알게 된 두선생의 책이다. 지도를 그려놓고 세계사를 쉽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한다. 어디에 위치하는지 몰랐던 국가나 지역의 이름을 첫 글자만 따서 외우는 법을 시연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책은 어떨지 기대된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동양편>은 중국을 시작으로, 이웃한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와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아우른다. 남아시아는 인도아대륙의 국가들을 말하고, 중앙아시아는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들이다. 각 지역의 자연지리와 역사, 인문지리를 설명하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한 페이지로 요약정리한다.

중국과 한국 일본은 근대화를 거치며 개도국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앙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열강의 간섭과 식민지 정책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분쟁중이거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든 등장하는 영국의 잔혹하고 치사한 처사는 영국이 절대 신사의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면서 세계는 철저히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인도아대륙의 파키스탄과 네팔, 방글라데시는 종교적 문제로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중앙아시아도 영국과 미국, 소련의 싸움에서 피해를 입고 아직도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은 과거 식민지 플랜테이션을 청산하지 못하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그 주인을 넘겨주고 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났는데도 다양한 이유로 개혁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 민족이 만주에서 왔다는 사실이 새롭다. 고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가 만주에 있었고, 남하하면서 한반도에 정착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가 만주에서 왔다는 사실은 낯설까. 만주의 재발견이다. 춥다고만 생각한 만주가 곡창지대였고, 요하 하류에는 늪지대가 있어 고구려가 강력한 수.당의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다. 만주에는 거란, 선비, 부여, 고구려, 말갈, 여진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는데, 전성기 고구려는 북쪽유목지대와 동쪽 수렵지대를 제외하고 만주를 직접 지배했다. 고려의 요동정벌이 만주를 회복하기 위함이었고,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도 만주를 향해 가다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옛땅이었던 요동이 우리의 것이었음 하는 바램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겠다.

순수혈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중국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순수 한족 혈통은 사라지고 이민족과 융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발전시켰다. 선비족이 수와 당을 세웠고, 몽골족이 원을, 만주족이 청을 세웠고, 이 모두 중국의 역사이다. 현재의 중국영토는 만주족인 청나라가 한족의 중국본토에 만주, 몽골, 신장위구르, 티베트의 유목세력의 땅까지 확장하여 넘겨준 것이다.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어리석다. 미국은 원주민인 네이티브 어메리칸의 땅을 뺏으며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다. 먼저 도착한 이민자가 나중에 온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의 발전에 반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융화시키면서 발전을 이루어온 인류의 역사를 볼 때 트럼프의 정책은 역사의 흐름을 돌리려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역사의 흐름이 육로에서 해로로 바뀌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한때 육로를 횡단하며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이 현재에 이르러 내몽고는 중국에게 빼앗긴 채 외몽고만 독립한 상태이다. 육지세력보다 해양세력이 강해지는 시기로 바뀐 것이다. 대륙 끝에 있던 영국과 일본이 근대 이후 제국으로 급부상한다. 지금까지도 해상의 힘은 중요해서 중국은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두고 관련국들과 분쟁중이다.

이 책은 철저히 읽는 사람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애쓴 책이다. 지도를 펴면, 자연환경 때문에 만들어진 국경과 사람이 모여살게 만드는 평야와 물이 한눈에 보인다. 그 위에 사람들이 정착하거나 떠돌면서 공통의 문화를 만들거나 다른 땅을 침입을 해서 영토를 확장하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기후변화까지 고려한다면 북쪽 사람들이 왜 남하하게 되었는지를 외우려하지 않아도 이해된다.

학교에서 하는 세계사 교육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크게 대륙을 땅과 물로 나누어 지리적 배경을 설명하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물론, 문학작품에 나온 배경을 들어 학생들이 해당지역을 친숙하게 느끼고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현재의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다.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동양사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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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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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번째 책이다. 엘리스 피터스(1913-1995: 82세)는 영국의 소설가로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 넘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녀는 18년간 총 21권의 '캐드펠 수사시리즈'를 저술하였다. 12세기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을 해결한다.

양을 쳐서 양모 사업을 하는 평화로운 마을에 두 건의 살인과 납치가 벌어진다. 베스티어 집안의 젊은 미망인 주디스 펄은 남편이 죽고 아이 마저 유산되어 자신의 재산인 대장간과 집, 정원, 목초지를 수도원에 기부하고, 매년 장미 1송이만 받기로 한다. 그녀의 주위에는 재산을 노리는 많은 구혼자들이 있지만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이모와 양모사업을 잘 관리하고 있는 이종사촌이다. 어느 날 매년 장미꽃을 건네 주던 젊은 수사 엘루릭이 장미 나무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주디스도 사라진다.

살인범은 왜 장미나무를 쓰러뜨리려 했을까? 제 때에 장미 한송이가 전달되지 않으면 수도원과의 계약은 무효화된다. 이로서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인가? 주디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머릿속으로 질문을 정리하며 등장인물 여러 명을 놓고 범인이 누구인지 좁혀 나가는데 이사람 저사람으로 왔다갔다한다. 결국 겉으로 선한 모습을 한 사람이 범인으로 확정되고, 주디스는 이 복잡한 사건을 거치며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

캐드펠 수사는 형사는 아니지만, 특유의 관찰력과 지혜로 사건을 풀어간다.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의 본을 떠서 유력한 용의자를 추리한다. 시체의 옷을 벗겨 눈으로 부검을 하고, 사라진 주디스를 찾느라 온통 뒤지고 다니는 와중에 의기양양한 사람의 태도를 주시하기도 한다. 현대의 형사로서 손색이 없다.

12세기 중세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 흥미롭다. 마을의 대소사나 병이 걸렸을 때 사람들은 수도원의 수사들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든가, 홀로 사는 부유한 여인이 구혼자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수녀원에 들어가려 한다든가, 구두가 비싸서 대를 이어 고쳐 신는다든가 한다. 무엇보다 어린시절부터 수사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성인이 되며 사랑을 경험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데 수도원장은 사랑이 죄가 아니므로 이를 안타까워한다. 성인이 되어서 수사를 뽑는 것이 맞다고 공감한다.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흐름이 여유있지만, 구성은 촘촘하다. 서로를 잘 아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옮길 뿐 깊은 감정 교류는 없어 보이는 것이 현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물질에 대한 추구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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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나무
김해솔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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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간주 나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니 그림형제의 잔혹동화 중 하나이다. 새 엄마가 전처의 아들을 죽여 남편에게 먹이고, 여동생이 오빠의 뼈를 모아 노간주 나무 아래 묻었더니 새가 되었다. 새엄마에게 돌저구를 떨어뜨려 죽이고, 다시 살아난 아들은 아버지와 여동생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섬짓한 동화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도피성 수면장애가 있는 영주는 꿈을 꾼다. 새가 되려고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꿈, 엄마가 계단에서 미는 바람에 추락하는 꿈, 다지증 아기를 받으며 실수하는 꿈처럼 모두 악몽이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하고, 경계가 약해 타인의 경험도 내 경험처럼 느낀다. 어려서 의사인 아빠가 죽자 엄마는 집을 나가고, 고모집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자랐다. 어른이 되어 산부인과 간호사가 되었고, 전남편과 이혼하며 지우려했던 아들을 낳아 키운다. 6살이 된 아이를 위해 임용고사를 준비하지만 힘에 겨워 자기를 버린 친정엄마를 찾는다.

서형사는 강력계에서 두 건의 아동학대 사건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아이를 죽인 엄마들이 누군가로부터 갈색병을 받아 아이에게 먹였다고 주장한다. 갈색병의 약은 노간주 열매에서 뽑아낸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며 불면치료에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갈색병을 준 여인에 접근하는데 과거의 인연 속에 있는 뜻밖의 인물의 등장에 놀란다.

이야기는 주로 세 명의 주인공인 영주와 아들 그리고 친정엄마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엄마는 의사인 아빠가 죽자 집을 나갔고, 세신사, 약초 도매, 피부미용, 산파와 같이 다양한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료를 하며 살아왔다. 영주는 고모의 집에서 크며 엄마를 원망하지만 꿈과 현실을구별하지 못하고 예지몽이나 태몽으로 사람들의 미래를 안다. 영주의아들 선호는 가학적인 행동으로 어린이집에서 쫓겨난다. 병원놀이를 하며 치마를 들추고, 새를 죽이고, 미끄럼틀에서 남자애를 밀어버리는 등 사이코패스같은 행동을 보인다. 세 인물 모두 정상인과는 조금 다르다.

스릴과 미스터리 요소가 스며있다. 과연 갈색병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 세 명의 인물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 풀어간다. 어릴 적 살았던 큰 노간주 나무가 있는 집에 세 인물이 모이면서 불안불한한 모습이 그려진다. 꿈에서 자신을 계단에서 밀어버린 엄마를 믿지 못하는 영주는 엄마를 여전히 불신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아들은 계단의 못에 영주가 다치도록 의도한다. 노간주 열매에서 추출한 약과 자장가로 영주를 잠들게 하는 엄마의 행동은 뭔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어 더 공포스럽다.

그림형제 동화만큼 비극적인 가족 이야기다. 이야기의 끝에서 영주의 모든 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지며 으스스함이 풀리고 슬픔이 밀려온다. 영주의 도피성수면장애가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고, 서형사와 연결된 영주의 과거 이야기도 밝혀진다. 아동학대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구현하고 있어서 긴장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같지만 범인을 찾기보다 영주라는 인물의 과거에서 비롯된 현 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뜻밖의 결말에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어디선가 자행될 아동학대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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