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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번째 책이다. 엘리스 피터스(1913-1995: 82세)는 영국의 소설가로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 넘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녀는 18년간 총 21권의 '캐드펠 수사시리즈'를 저술하였다. 12세기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을 해결한다.
양을 쳐서 양모 사업을 하는 평화로운 마을에 두 건의 살인과 납치가 벌어진다. 베스티어 집안의 젊은 미망인 주디스 펄은 남편이 죽고 아이 마저 유산되어 자신의 재산인 대장간과 집, 정원, 목초지를 수도원에 기부하고, 매년 장미 1송이만 받기로 한다. 그녀의 주위에는 재산을 노리는 많은 구혼자들이 있지만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이모와 양모사업을 잘 관리하고 있는 이종사촌이다. 어느 날 매년 장미꽃을 건네 주던 젊은 수사 엘루릭이 장미 나무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주디스도 사라진다.
살인범은 왜 장미나무를 쓰러뜨리려 했을까? 제 때에 장미 한송이가 전달되지 않으면 수도원과의 계약은 무효화된다. 이로서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인가? 주디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머릿속으로 질문을 정리하며 등장인물 여러 명을 놓고 범인이 누구인지 좁혀 나가는데 이사람 저사람으로 왔다갔다한다. 결국 겉으로 선한 모습을 한 사람이 범인으로 확정되고, 주디스는 이 복잡한 사건을 거치며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
캐드펠 수사는 형사는 아니지만, 특유의 관찰력과 지혜로 사건을 풀어간다.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의 본을 떠서 유력한 용의자를 추리한다. 시체의 옷을 벗겨 눈으로 부검을 하고, 사라진 주디스를 찾느라 온통 뒤지고 다니는 와중에 의기양양한 사람의 태도를 주시하기도 한다. 현대의 형사로서 손색이 없다.
12세기 중세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 흥미롭다. 마을의 대소사나 병이 걸렸을 때 사람들은 수도원의 수사들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든가, 홀로 사는 부유한 여인이 구혼자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수녀원에 들어가려 한다든가, 구두가 비싸서 대를 이어 고쳐 신는다든가 한다. 무엇보다 어린시절부터 수사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성인이 되며 사랑을 경험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데 수도원장은 사랑이 죄가 아니므로 이를 안타까워한다. 성인이 되어서 수사를 뽑는 것이 맞다고 공감한다.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의 흐름이 여유있지만, 구성은 촘촘하다. 서로를 잘 아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옮길 뿐 깊은 감정 교류는 없어 보이는 것이 현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물질에 대한 추구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