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66일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만든 일본어 말하기 연습 책이다. 매일 하나씩 66개의 표현을 익히면 두 달 후에는 일본어 기본 말하기가 갖춰질 것이다.

책은 2부로 되어있다. 1부는 기본 회화에 필요한 문장 패턴을 익힌다. 남에게 부탁하거나 내 생각을 말히고 조언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표현을 익힌다. 2부는 날씨, 직업, 쇼핑, 취미와 같은 다양한 주제에 따라 좀 긴 대화를 이해하고 패턴으로 교체 연습한다. 각각 33개씩 총 66개의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날마다의 학습 구성은 패턴, 회화, 연습문제로 간단하다. 히라가나를 익힌 학습자라면 시도할 수 있는 표현을 MP3로 들으며 따라하고, 간단한 회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익힌 후에 연습문제에서 듣기, 써보기를 통해 표현을 다진다. 초급용이므로 어떤 상황인지를 간단한 그림으로 표시해 주어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말하기를 우선으로 하는 교재이므로 원어민 MP3파일을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 함께 들으며 따라해야한다. 매일 새로 배운 단어와 문장은 PDF파일을 다운받아 읽고 쓰는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다.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은 교재 없이도 매일의 표현을 간단히 연습할 수 있어 수시로 시청하기 좋아보인다.

대화의 주제와 단어가 구태의연하지 않아 좋다. 교재에 쓰이는 단어를 살펴보면, 아이팟, 배달, 덕질, 악덕기업, 당일치기, 커플링, 인스타, 동영상 광고, 시크하다, 센스가 좋다 처럼 현실에서 사용가능한 것이다.

초보학습자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의 분량이 2장 정도로 많은 양이 아니지만 매일 듣고 따라하면서 입에 익히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매일 주어진 분량을 일정시간 동안 해 나간다면 66일 이후에는 일본어로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기본 문장들이 머릿속에 저장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율 전쟁 -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최신 개정판
왕양 지음, 김태일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왕양은 중국 칼럼니스트다.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했다. 2010년에 낸 이 책은 화폐와 환율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한국어 번역판이 이미 22쇄를 발행하고, 이 책은 2024년 9월 개정판이라고 하니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하겠다.

환율은 이종화폐간의 교환비율이다. 개별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및 신뢰도의 크기를 상호비교한 것이다. 여러 나라는 네 가지 환율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세 가지 주요 환율조절 정책을 활용한다. 네 가지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와 이를 개량한 '연계환율제도',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이를 개선한 '관리변동환율제도'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환율을 시장가격에 맡기는 식으로, 독립적으로 환율 대응이 가능하지만 안정성이 부족한 점이 있다. 정부의 3대 환율조정 정책은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이 금리를 움직여 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무역정책'은 수출입 조치와 관세로 그 힘이 미미하다.

고대와 근대, 현대에 이르는 화폐와 환율의 역사에서 중국 역사상 약체인 송나라가 금을 멸망시킨 남송의 화폐전쟁이 흥미롭다. 금의 침입으로 남으로 쫓겨간 남송은 지폐를 마구 만들어내며 인플레이션을 시도하였는데, 이를 금이 따라하다 절제하지 못한다. 지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은 남송으로 자산을 옮긴다. 결국 금의 부가 줄어들고 쇠약해진 와중에 몽골의 침입으로 멸망한다. 어차피 남송도 원나라 하에 들어서지만 금의 멸망에 화폐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플라자 합의 때문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겪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대미 무역에서 흑자국이었던 일본은 환율조정을 받는다. 그러나 무역흑자국의 화폐가치는 상승하고, 적자국 화폐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플라자 합의가 없어도 달러약세, 엔화강세는 예정된 것이었다. 근본적인 실수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미스이다.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부진하자 정부는 내수소비에 주력했고, 뜻밖에 금리인하를 실시하고 저금리를 유지하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된다.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사치품 구입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버블이 진행되는 중에 정부가 서서히 금리를 올려 돈의 양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취하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폐단으로 정부가 기업의 의지대로 움직인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가치 조정을 마치며 안정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개발에 집중할 때 일본은 이 물결을 타지 못한 것도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할 때는 객관적이다가 미중관계에 관해서는 매우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무역 흑자국의 화폐 가치는 상승하고, 무역적자국의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는 말을 바탕으로 엔화절상, 달러저하를 당연한 흐름으로 설명하였고,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현재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 역시 위안화절상, 달러저하가 수순이다. 과연 중국이 일본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인지, 어떠한 정책을 두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읽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저자는 미국의 실업문제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절상을 요구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어 아쉽다.

감정적인 문구와 이중잣대로 저자의 주장에 신뢰가 떨어진다. 중국이 "미국 국민에게 이치를 따지는 것이 통할까? 미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극단적인데,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규모 공격을 가하기라도 하듯 항상 경계를 하고 집에 총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치를 따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310"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조목조목 따지며 설명하던 저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미국기업이 중국으로의 공장이전을 "중국인이 일을 더 잘하기 때문(313)"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 중국의 인건비가 싸서 옮긴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면 중국의 인건비가 비싸져서 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베트남과 인도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그들이 중국인보다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새겨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과거를 알아야 지금의 복잡한 환율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환율뿐 아니라 국제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번역이 유창하고 깔끔한 것도 큰 장점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르만 헤세는 생전에 이미 나이를 떠나 기성 세대의 경직된 생활방식에 저항하는 젊은 작가였다(9)."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 층은 사회에 잘 적응한 기득권의 연령대보다 반항하는 10대나 은퇴 후 진정한 자아를 찾는 노년층이다. 10대에 헤세에 열광하였다가 다시 은퇴하고 나면 꺼내 읽게 되는 것이 헤세의 작품이겠다.

이 책은 헤세(1877-1962)의 시, 편지, 일기 등을 엮은 책이다. 자연과 신, 인간, 언어, 예술, 정신분석 비판, 종교, 전쟁, 행복과 사랑, 노년의 관조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엮은이는 독일문학 전문 편집자로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고, 20권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고, 헤세 박물관 건립을 담당하였다. 누구보다 헤세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엮은 책이니 기대된다.

헤세를 소설로만 접했다면, 이 책은 헤세의 시, 편지, 엽서, 일기처럼 아주 개인적인 자료를 통해 그를 한 개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헤세는 개인의 본성을 덮어버리는 군국주의를 표방한 독일 사회와 보수적인 기독교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회운동이나 투쟁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려면 그저 각 개인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위스로 망명한다. 기독교에 관해서는 초교파적으로 브라만교의 아트만이나 노자의 무위자연, 부처의 윤회와 열반같은 사상에 매혹된다.

헤세는 인생을 고통과 괴로움으로 느끼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나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자연의 뜻에 따라 삶을 긍정하고, 고통도 좋게 여기면서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유머와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을 택한다.

예술가로 작품을 내는 것에 관한 고백이 진지하다. 자신의 작품을 읽고 자살을 했다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원망의 편지를 보낸다. 반면 어떤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작품 속 인물과 같은 인생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이렇게 상반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헤세는 자신의 작품이 젊은이를 죽이거나 깨달음을 주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가가 작품을 품고 있지 않고 세상에 내는 이유를 그림형제의 두꺼비 동화를 비유로 든다. 두꺼비가 금관을 물고 나오는 것을 그대로 두었으면 소녀는 더 많은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나의 금관을 얻자 바로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두꺼비는 죽어버린다. 세상이 예술가가 작품을 계속 내도록 둔다면 금은보화같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올텐데 이를 비판하거나 추종하면서 예술가는 더이상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멈출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헤세는 굉장히 섬세하고 생각이 깊고 많은 타입인 듯하다. 세상에 동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살았던 작가다.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시켜 문명의 발전을 이룬 합리주의 사상이 폭력과 전쟁도 불사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을 경외하면서 예술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동양의 사상에 매료되고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본성을 찾는 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과 부딪칠 때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헤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아쉽다. 장을 나누지 않은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장르별로 모으거나 시기별로 모으거나 주제별로 모았다면 더 좋았겠다. 어떤 작품들이 모여 있겠구나하고 예상하기보다 느닷없이 바뀌는 주제와 장르에 조금 당황스럽다. 각 작품의 배경설명이 전혀 없어서 어느 맥락에서 쓴 글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점도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드시 성공하는 스토리 완벽 공식 -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양성 학교에서 배우는 이야기 작법
아라이 가즈키 지음, 윤은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시나리오 작가 양성학교에서 배우는 이야기 작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창작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각자 자신이 느낀 것을 '작가의 눈'으로 결정해야하는 것이므로 가르쳐 줄 수 없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는 표현 기술이므로 이 책을 통해 그 기술을 설명한다. 결국 이 책은 '표현 기술'을 알려준다.

책은 서장과 6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장 이야기의 형태에서는 용어의 개념 정리와 5개의 장에서 설명할 설정, 인물, 구성, 장면, 장르 특성 살리기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1장이 전체 내용을 소개하고, 각 장에서 초반에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를 두괄식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가 쉽다.

이야기를 만들 때는 '주인공이 OO하려고 하는 이야기'라는 창작의 지도를 머릿속에 두고 시작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3단계는 이야기 설정--> 인물의 설정과 구성--> 장면 그리기로 이루어진다. 이야기 설정은 먼저 추상적이지만 작품의 세계관을 정하는데 테마X모티브X소재(천지인:시대/정세, 장소/지역, 인물)를 정한다. 그리고 나서 인물의 이력서를 작성하고, 기,승,전,결의 흐름을 짠다. 구체적인 장면은 인물의 캐릭터에 따라 액션과 리액션을 디테일하게 그린다.

용어의 개념정리와 용어간의 관계를 정리해 주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는 스토리와 드라마로 구성된다.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를 부등호로 표시하자면, 스토리> 여러개의 스토리 라인> 여러개의 시퀀스> 여러개의 장면> 액션과 리액션이다. '드라마'는 관객을 울고 웃게하는 요소이고, 장면으로 그려낸다. 이 드라마적 요소가 어떻게 묘사 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관객은 굳이 영화관으로 간다. '러브 스토리'임을 알면서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보기 위해서이다. 스토리가 그릇이라면 드라마는 음식과 같아서 음식을 맛있게 해야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낼 수있다는 비유가 매우 인상적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나면 왜 생각보다 별로인지에 대해 분석할 수 있게 되어서 흥미롭다. 실망한 영화를 떠올려보면, 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았거나 매력이 없었거나, 사건의 진행이 점점 고조되지 않고 평평하게 흘러갔거나, 갈등구조가 밋밋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서는 이야기를 만드는 공식을 완전히 습득하기 어렵다. 저자가 제안한 대로 스스로 기한을 정해 써보고, 남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을 반복한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떻게 써야하는지 막막하다면 공식에 맞춰 시도해 보면서 표현기술을 늘려갈 수 있다.

두툼한 소설이나 긴 드라마와 영화도 알고보면 수학의 공식같은 기본 뼈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저자가 알려주는 공식을 바탕으로 소설이나 드라마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창작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독자로서는 작품을 분석할 때도 유용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십이 된 너에게 (에세이 버전, 양장) - 여성학자 박혜란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지음 / 토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어떻든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인가 보았다."7

뜨거운 여름 이 책의 파란색과 초록이 어울린 표지는 그림이 아주 시원하다. 수줍게 웃고 계신 저자의 웃음도 편안해보인다.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 여성학을 공부하며 워킹맘이 되었다는 저자 박혜란(1946-)님은 알고 보니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들 삼형제가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그 또래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을 위해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어 쓴 책이다.

책은 4부로 나누어 경험에서 깨달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 엄마, 결혼, 나이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인듯 수필인듯 소곤소곤 건네는 이야기는 미사여구 없이 요점만 이야기한다. 15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오래 읽게 된다.

"인생에는 공짜도 없고 헛수고도 없다"는 파트 1의 제목을 한참 들여다 본다. 노력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얻은 것 같은 결과에 기뻐하지만, 뭔가 열심히 했기에 도달했을 것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로 끝나버린 결과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인생은 점의 연결이다. 전혀 관련없고 소용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고 다닌 것 같지만 나이 들어 뒤돌아보면 다 연결되어있다는 깨달음과 같다. 참 잘 지은 제목이고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묘한 기분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감상적이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간혹 '엄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울먹여지는 이름이 엄마이다. 그립지만 어쩌지 못하는 나이듦이 야속해서 감상적이 된다. 반면에 엄마노릇에 대해서는 매우 논리적이다. 내 아이에 맞는 엄마는 나라는 자신감을 갖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아이들은 각자 미래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내맘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클 수 있도록 지켜봐주어야한다.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노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된다는 어떤 엄마의 질문에 "그 모습을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는 현재를 즐기는데 엄마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현재 아이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하면 되고, 너의 존재만으로 행복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세상 쿨하다.

긍정적이고 독립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에세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엄마'와 '아내'의 위치가 새롭다. 아이는 내게온 손님이고, 남편은 여행친구로 생각하면 크게 기대할 일도 싸울 일도 없다.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살아야 깊은 갈등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게다.

삶의 지혜가 담긴 수필이다. 감정에 호소하고, 이성을 자극하고, 의문을 품게하고, 폭소하게 하는 책이다. 후루룩 읽을 수 없고, 읽고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이 저절로 이어지는 책이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간단히 단언하는 문체가 강렬하다.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 위로가 되는 강한 힘을 가졌음을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