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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쟁 -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최신 개정판
왕양 지음, 김태일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9월
평점 :
저자 왕양은 중국 칼럼니스트다.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했다. 2010년에 낸 이 책은 화폐와 환율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한국어 번역판이 이미 22쇄를 발행하고, 이 책은 2024년 9월 개정판이라고 하니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하겠다.
환율은 이종화폐간의 교환비율이다. 개별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및 신뢰도의 크기를 상호비교한 것이다. 여러 나라는 네 가지 환율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세 가지 주요 환율조절 정책을 활용한다. 네 가지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와 이를 개량한 '연계환율제도',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이를 개선한 '관리변동환율제도'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환율을 시장가격에 맡기는 식으로, 독립적으로 환율 대응이 가능하지만 안정성이 부족한 점이 있다. 정부의 3대 환율조정 정책은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이 금리를 움직여 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무역정책'은 수출입 조치와 관세로 그 힘이 미미하다.
고대와 근대, 현대에 이르는 화폐와 환율의 역사에서 중국 역사상 약체인 송나라가 금을 멸망시킨 남송의 화폐전쟁이 흥미롭다. 금의 침입으로 남으로 쫓겨간 남송은 지폐를 마구 만들어내며 인플레이션을 시도하였는데, 이를 금이 따라하다 절제하지 못한다. 지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은 남송으로 자산을 옮긴다. 결국 금의 부가 줄어들고 쇠약해진 와중에 몽골의 침입으로 멸망한다. 어차피 남송도 원나라 하에 들어서지만 금의 멸망에 화폐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플라자 합의 때문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겪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대미 무역에서 흑자국이었던 일본은 환율조정을 받는다. 그러나 무역흑자국의 화폐가치는 상승하고, 적자국 화폐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플라자 합의가 없어도 달러약세, 엔화강세는 예정된 것이었다. 근본적인 실수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미스이다.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부진하자 정부는 내수소비에 주력했고, 뜻밖에 금리인하를 실시하고 저금리를 유지하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된다.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사치품 구입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버블이 진행되는 중에 정부가 서서히 금리를 올려 돈의 양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취하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폐단으로 정부가 기업의 의지대로 움직인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가치 조정을 마치며 안정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개발에 집중할 때 일본은 이 물결을 타지 못한 것도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할 때는 객관적이다가 미중관계에 관해서는 매우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무역 흑자국의 화폐 가치는 상승하고, 무역적자국의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는 말을 바탕으로 엔화절상, 달러저하를 당연한 흐름으로 설명하였고,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현재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 역시 위안화절상, 달러저하가 수순이다. 과연 중국이 일본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인지, 어떠한 정책을 두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읽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저자는 미국의 실업문제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절상을 요구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어 아쉽다.
감정적인 문구와 이중잣대로 저자의 주장에 신뢰가 떨어진다. 중국이 "미국 국민에게 이치를 따지는 것이 통할까? 미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극단적인데,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규모 공격을 가하기라도 하듯 항상 경계를 하고 집에 총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치를 따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310"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조목조목 따지며 설명하던 저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미국기업이 중국으로의 공장이전을 "중국인이 일을 더 잘하기 때문(313)"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 중국의 인건비가 싸서 옮긴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면 중국의 인건비가 비싸져서 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베트남과 인도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그들이 중국인보다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새겨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과거를 알아야 지금의 복잡한 환율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환율뿐 아니라 국제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번역이 유창하고 깔끔한 것도 큰 장점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