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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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시뿐 아니라 해외의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떨림을 준다.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작은 샛길이라도 발견하면 반가워 큰 웃음을 웃게 된다. 새로운 곳을 알고 싶고 가고 싶지만 현재의 코로나 시국에서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니, 건축가 부부가 여러군데 돌아본 도시를 통해 가슴떨림을 간접으로 느껴보자.

책은 3장으로 되어 있다.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에 대해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건축물과 연결지어 풀어 나간다. 영화나 음악, 고전, 미술, 여행과 같은 이야기를 건축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건축가 부부의 생각이 참신하다.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를 소개하는데,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 중국 후난성의 미로집 장구잉촌,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와 같은 몇 개의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주로 현대 건축물을 다루고 있어 현대 건축물의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엮은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는 흥미롭다. 터키에는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를 타고 가던 대상들이 쉬는 휴게소인 '카라반사라이'들이 남아 있는데, 저자는 패키지 여행 중 휴게소에서 잠깐 본 것을 돌아와 확인하는데, 그 이름이 '술탄 한'이며, 13세기 셀주크튀르크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터키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짧은 시간에 본 건물이지만, 다른 여행객들은 제대로 보기나 했을까 싶다. 흰색의 아치 건물과 이슬람교 기도실인 모스크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서쪽으로 로마까지 이어지는 비단길인데, 터키는 육상실크로드의 종착점이자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해상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사막을 가로질러 긴 장정에서 보이는 건축물을 통해 과거 대상의 이동경로를 체험해보는 것도 즐거움이겠다.

무엇보다 가까운 일본의 나오시마섬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버려진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은 건축, 조각, 예술 작품이 모인 곳이다. 터미널은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지마 가즈요의 작품이고, 이 곳이 고향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작품을 볼 수 있으며, 그 유명한 안도 다다오가 20년이상 관여하고 있는 체류형 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땅속 미술관 '지추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까지 볼 수 있고, 작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섬에 대해 더 알아보니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쓰까지 직항이 있고, 배타고 나오시마섬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 좋다고 한다. 이 섬에서 숙박을 하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여유롭게 둘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의 도시인 미국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 사옥,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사옥, 도너츠모양의 애플 사옥은 모두 어마어마한 규모는 물론 독특한 건물로 미래산업과 미래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세계적인 4차산업 기업답게 독창적이면서도 사람을 위하는 건축철학이 부럽다.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그 도시의 역사와 예술작품, 유적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부하고 가지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인문학과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그득한 이 책을 통해 도시여행에서 관심두어야할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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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쓰기 - 삶의 의미화 에세이 작법, 개정 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이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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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인생에 대한 경험치가 축적된 작가가 일상에서 맞닥드리는 사물이나 현상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정한 형식없이 자유롭게 쓰면 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한다고 한다. 이론과 실제를 배워보자.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 2장 좋은 수필의 6가지 조건, 3장 수필, 어떻게 써야할까? 친절하게도 목차에 소제목의 내용을 한 줄 요약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알고 읽을 수 있다.

수필에 대한 기본지식을 상당히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수필의 정의와 다양한 종류의 수필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작품과 다른 수필가의 작품을 실어 놓아서 독자가 이론과 실재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한 수필의 종류 중에서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비평수필'은 옳고 그름을 직설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과 감정을 독자가 느끼도록 쓴다고 설명하며 박문하의 <어떤 왕진>(1961)을 제시한다. 짧은 이 수필로 '비평수필'이 무엇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수의사에게, 돈 많은 집 개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부조리한 상황을 저자는 절제된 비유로 끝을 맺어 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켜야할 정도다.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해 말미에 이르러 주제가 클라이맥스로 오르는 상황에서 저자보다 독자가 더 그 상황 속에 몰입되어 판단하게 된다.

좋은 수필의 조건은 의외로 엄격하다. 언어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문장은 꾸밈이 화려하지 않은 간결하고, 소박하고, 평이해야 하며,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허구인 소설과는 다르게 수필에는 작가의 품격과 인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표현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다양한 비유법과 강조법, 변화법을 사용하여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직설적이지 않게 전달하면 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일상 속에서 수필의 소재를 찾아 내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연결해 내느냐는 것이다. 서정숙의 <풍경과 바람>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소재로 엄마의 바람에 흔들리는 일생을 연결하는 것은 쉬워보이지 않는다. 훈련이 필요하겠다. 좋은 수필을 많이 읽고 따라해 보고 늘 일상을 예사로이 봐서는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겠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수필 쓰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수필이라는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귀납적 서술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에 구체적 소재를 나열하고 말미에 가서 주제를 암시하는 '귀납적 방식'은 결론부터 말하고 이유나 근거를 대는 '연역적 방식'의 글에 익숙한 나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주제가 말미에 폭발하듯 드러나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참고' 읽어야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다. 수필을 읽을 때 여유있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절제되고 단정한 느낌이다. 저자가 수필을 쓰듯 그렇게 수필에 대한 설명과 수필 쓰는 방법을 설명할 때도 절제와 단정하게 쓴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은 수필집들을 곳곳에서 소개하고 있어서 수필을 차근히 읽어보려 계획한다. 수필에 대해 궁금한 사람과 쓰는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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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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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위기의 신호 속에서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역사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이를 감지하여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그런 그가 2019년 이래 '앞으로 내 생애 최악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떠한 위기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투자 대가의 조언을 들어보자.

책은 7부로 되어 있다. 1부 피어오르는 위기의 징조, 2부 과거의 위기가 알려주는 것들, 3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4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절대법칙, 5부 투자의 거장이 지나온 시간들, 6부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7부 현명한 투자자는 상식을 의심한다.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10년 넘게 지속된 글로벌 호황이 끝나가고 있으며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경기침체는 시작되었다. 각 나라가 뿌린 헬리콥터 머니로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낙관적 분위기로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해도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각국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의 징조는 재정상태의 불건전으로 위기에 처한 여러 나라에서 나타난다. 건전한 독일의 최대 민간은행인 도이치 은행의 적자운영, 채무불이행을 선언을 한 국가들(레바논,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 인도의 경기침체, 지방자치단체의 고갈이 심각한 미국과 미중무역전쟁, 일본정부의 자국 채권과 ETF매수로 금리를 유지하는 위험한 정책들을 제시한다. 위기의 징조이다.

역사를 공부했던 로저스는 10-15년마다 위기가 반복해서 오며, 오히려 이 위기를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투자자로 존 템플턴을 예로 든다. 존 템플턴은 역발상으로 "가장 비관적일 때가 살 때고, 가장 낙관적일 때가 팔 때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미국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104곳의 주식을 각 100주씩 매수해서 30개는 파산하고 남은 70개 사의 주가가 대폭 상승해서 1942년 막대한 이익을 올렸던 사람이다.

어딘가에 빠져 제정신이 아닐 때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목격한 비슷한 장면이 떠오를 뿐이다.

(205)

그러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 위기를 알아차리고, 평소 공부해서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평소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중동, 독일의 뉴스를 신문이나 라디오 혹은 인터넷으로 듣고 그 위기를 알아차린다. 또한, 위기에는 금, 은, 미국달러를 보유하는데, 위기 시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팔고 다른 것에 투자한다. 위기가 일어난 후 초기에는 금의 가치가 하락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른다는 것도 조언한다.

로저스가 진단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에 대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다. 세계경제의 패권은 동으로 이동 중인데, 중국과 러시아를 긍정적으로 본다. 이 두나라는 엄청난 천연자원, 광대한 국토,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부채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고 물가가 싼 점이 매력이어서 투자하고 있고, 중국의 일대일로 중 아프리카 철도건설에 큰 의미를 둔다. 인프라 구축은 중국의 미래이득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 시너지에 대한 언급을 다시 들을 수 있다. 로저스는 김정은의 경제개혁의지를 높이 사므로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 책은 로저스의 위기 시 투자에 대한 통찰력뿐 아니라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위기에 의연하고, 철학적 사고를 통해 남의 이야기에 쏠리지 말고 자신이 판단하는 투자철학은 새길 만하다. 40번 실패해도 3번 성공해서 실패를 무마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자라는 말을 통해 늘 성공만하는 투자는 불가능함을 알려준다.

'엮은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이 일본인이 짐 로저스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는데, 새삼 발빠르게 취재해서 대응하는 일본의 지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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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챌린지 플래너 - 강력한 습관 만들기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100일간의 실천 프로젝트
마티아스 헤클러 지음,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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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를 곁에 두고 촘촘히 시간관리를 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보내고 엄청나게 자유로운 시간이 무한처럼 주어졌을 때 플래너를 쓴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사는 것에 회의감이 들고, 앞으로 내가 원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다시 플래너를 찾아보게 된다. 이 플래너는 100일 간 사소한 습관을 변화시켜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기록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만든 플래너를 설명하는 부분과, 독자가 직접 100일간 일지를 작성하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목표한 것을 성취하면 허무함과 무력감이 찾아왔던 저자는 많은 자기계발 책과 강연을 참고로 하여 자신에게 맞는 플래너를 직접 만들어 공유한다.

플래너는 꽤나 조직적이고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오늘의 목표, 동기부여, 해야할 일 3가지, 중점을 두고 있는 핵심가치, 감사하고 행복한 일, 내면의 힘, 오늘의 마음가짐, 오늘의 선한 행동, 내가 성공한 일과 나를 기쁘게 한 일, 그리고 나에게 생긴 기회, 그리고 오늘의 성찰을 매일 100일간 마주하는 두 페이지에 간단히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추상적인 개념도 있고,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이 기존 일지와는 달라서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된 기록을 할 수 있어 보인다. 이 일지를 통해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느리지만 성취해 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장기적으로 되고 싶은 것을 목표에 작성하고 매일의 일지를 작성하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것들을 하느라 하루를 다 소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루에 내가 세운 장기적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일을 3가지 정도 실천하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독서와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 안에서 끄집어 내어 목표로 삼고, 하루하루 책의 일정 분량을 읽어낸다든가하는 것이다. 아마도 100일후에는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고 그 후에 계속 이어 실천하면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시각화해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이 부담을 줄여준다. 아침에 15분 정도 하루 계획을 세우지만, 지친 저녁에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다음날 아침 계획을 잡을 때 전날 과제를 마무리했는지 간단히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다. 또한, 하루에 성취할 일이나 감사한 일 등과 같이 몇 개를 써야하는 항목도 열심히 생각해 볼 일이지만 쓸 것이 없다면 차라리 빈 공간으로 남겨두라고 조언한다. 공간을 채우기 위해 쓰지 말라는 말이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이 플래너는 단순 일지가 아니라 자기 성찰의 플래너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매일 내 기분을 살펴 가며 내가 언제 행복해하는지 힘들어하는지를 멈춰 생각해보는 나와의 대화는 타인과의 대화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상이나 남들에 의해 좌우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이루어가는 내 세상을 원한다면 이 플래너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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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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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멋진 신세계>(1932년, 올더스 헉슬리)는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3대 작품 중 하나다. 미래의 모습이 겉으로는 평화롭고 갈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사회다. 어찌 보면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는 이 없이 완벽한 세계이지만 철저한 계급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지고, 비판이나 불만없이 시스템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암담한 세계이기도 하다. 이 책 <유토피아>는 시민들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지도자와 선한 사람들로 구성된 플라톤이 그렸던 이상적인 국가를 구현한 도시를 그리고 있다는데 과연 어떠할지 궁금하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우토피아)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과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곳은 세상에 존재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책은 2권으로 이루어져있다. 1권은 저자 토마스 모어가 라파엘로부터 유토피아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사유재산이 모든 사회악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2권에서는 사유재산이 폐지된 유토피아라는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 상세히 묘사한다. 말미에는 여러 사람이 유토피아를 읽고 쓴 서신과 시들을 수록하였다.

저자 토마스 모어(1478-1535)는 런던에서 법관의 아들로 태어나 수도사의 삶을 동경하며 고행을 실천하며 수도사처럼 살기도 하고, 성서와 교부철학, 고전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에라스무스, 존 콜릿과 같은 르네상스 학자들과 친분을 쌓고, 1529년 대법관이 되었으나, 헨리8세의 이혼문제로 충돌하면서 1535년 반역죄로 사형당했다.

토머스 모어는 대법관을 할 정도의 당시의 지도층 인물인데, 왜 이러한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었을까? 당시 시대상황을 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영국은 백년전쟁과 장미전쟁을 거치며 무법천지가 되었고, '인클로저 운동'으로 부유한 귀족들은 공유지를 사유지화하면서 농민을 내쫓고 그 땅에 양을 키워 비싼 양모를 팔아 이득을 남기며 날이 갈수록 부유해지고, 농민들은 떠돌다가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었다. 모어는 이를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이 사유재산이 없이 재산을 공동소유함으로써 평등하고 행복한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후에 칼 마르크스(1818-1883)의 <자본론>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야기는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라는 섬에 다녀온 포르투갈인 라파엘 히틀로다이오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식이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 섬의 모습과, 도시들, 관리들, 직업, 사회조직, 여행, 분배, 양육과 학문, 노예, 전쟁, 종교에 대해 묘사하고 설명한다. 섬에는 똑같이 생긴 54개의 도시가 있고, 사람들은 같은 양모 옷을 입고, 집은 10년마다 돌아가며 살고, 공동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노예가 있어서 도축이나 불결한 일을 처리하고, 가장을 중심으로 아내와 아이는 아버지에게 순종한다. 관리인과 학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하루 6시간을 일을 하고 생산물은 공동소유한다. 금과 은은 노예의 사슬로 사용하는 세상 천한 물건이고, 철을 확보하기 위해 무역을 한다. 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높이 사지만, 싸워야할 때를 대비해 남녀가 모두 훈련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만 일을 해도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데 충분하다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인구의 절반인 여자들, 수많은 성직자, 불한당같은 대지주, 병자행세를 하고 다니는 거지들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 반면, 유토피아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이 모두 일을 하고, 일을 안하는 불필요한 직업을 만들지도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의 노동으로도 충분한 생산을 만들어낸다. 남는 시간에는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고 배우기를 힘쓴다. 이것은 <거대한 분기점>에서 네덜란드 사상가 루트허르 브레흐만의 주장을 연상케한다. 그는 쓸데 없이 일을 하지 않는 모든 직종의 '관리자'를 없애고, 생산을 하는 일자리만 증가시키되, 모든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면, 하루 3시간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은 시간은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읽으며 가능한 이야기인가를 의심했는데 모어의 설명을 들으니 일 안하고 소비만 하는 사람들도 일을 한다면 가능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의 사회제도에서 의외의 설정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식사는 관청에 모두 모여 먹는데 연장자를 공경하여 그들 앞에는 최고로 좋은 음식을 차리고, 여자와 청소년들은 서빙을 하고,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어찌 보면 '동양의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또한, 환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지만, 환자가 고통을 끝내고자 한다면 스스로 자살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은 카톨릭을 신자인 저자에게는 획기적인 생각이 아니었을까한다. 혼전순결을 강조하고, 결혼 전 서로 알몸으로 상대에게 있을 육체적 결함을 찾아내는 의식 또한 놀랍다. 설명에 의하면, 집에서 키울 짐승을 고를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하물며 배우자를 고를 때 이 정도는 살펴야 서로 속이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혼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락되고 재혼도 제한적이다.

읽으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여성의 지위를 낮게 평가하는 가부장적인 봉건적인 사고방식도 있지만, 반대로 현재 유럽 여러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는 상당히 닮아 있다. 저자가 법관으로서 '법은 단순해야 지키기도 쉽고 처벌하기도 쉽다는 것'을 강조한 저자의 소신도 설득력있다.

과연 이 완벽해 보이는 유토피아에서 산다면 행복하기만 할까? 매일 루틴하게 6시간 노동 후 책읽기와 배우기 외에 특별한 활동이 제한되어 있고, 죽어가는 환자에게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자살을 허락한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자살을 권하는 사회라면 좀 두렵다. 남에게 피해 입히지 말아야한다는 강박 속에서 나의 생활을 절제하고, 자유연애와 결혼이 제한되는 사회라면 왠지 답답하다. 뭔가 지나치게 통제되고 있는 사회라는 느낌이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듯이 지나치게 완벽하기에 부족해 보이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저자의 상세한 묘사에 감탄할 것이다. 1516년에 쓰여진 고전이 현재 읽어도 많은 생각을 일으키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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