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엘레나 아르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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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도발적인 빨간색 하이힐과 원피스의 여인과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춤을 추고 있는 책 커버는 도발적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로맨스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광한 소설일지 벌써 궁금하다.

뉴욕에서 일하는 리나는 고향 스페인에서 하는 언니의 결혼식에 함께 갈 남자친구가 필요하다. 전남친이자 첫사랑인 다니엘이 신랑의 형으로 들러리를 서는데, 상처입은 리나에 반해 그는 이미 약혼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는 듯하다. 그러한 그 앞에 애인도 없이 나타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당장 애인을 구해야하는데, 평소 앙숙처럼 지내는 에런이 그 역할을 해주겠다고 자처하며 나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줄곧 리나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런이 리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는 초반부터 여러 번 등장하는데, 리나는 눈치채지 못한다. 리나가 가는 곳에 에런이 불쑥 나타나고, 리나가 서류를 볼 때는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읽는다며 이메일을 굳이 프린트 해서 가져다주기도 한다. 리나가 정말 무딘 사람이거나, 에런을 정말 싫어해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에런의 매력이 넘쳐 난다. 스페인 가족들의 시끌벅적하고 지나친 관심에도 점잖게 잘 맞추는 태도가 신사답다. 리나의 첫사랑 다니엘에 대한 리나의 상처를 이해하고 분해하는 모습도 따뜻하다. 표현하지 않지만 뒤에서 리나를 엄청 챙기고 눈을 떼지 않는 진지한 남자이다. 슈퍼맨과 같이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모도 한 몫한다.

사랑의 세포를 깨우는 로맨스 소설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남자,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회사에서는 로봇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냉혈인간처럼 차갑지만, 마음을 열면 그 자상함과 따뜻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미 시작된 에런의 사랑을 리나가 깨달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서로에게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스페인 사랑 사기극은 진심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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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프로젝트 - 눈부신 ‘나’를 발견하는 특별한 순간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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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데미안>(1919년)에 관한 강의를 해왔고,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평생 데미안을 사랑한 저자의 작품 분석은 물론 현실과 이어지는 연결이 매력적인 책이다.

"당신도 언젠가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누군가의 고통받는 영혼을 구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10)."

데미안은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손 내밀어 주는 구원자이기도 하면서, 깊은 내면의 자기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내면 깊은 곳의 자기이기도 하다. 칼 융은 인간이 사회화된 에고의 가면을 벗고, 깊이 들여다보면 보이는 내면의 셀프를 찾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이를 개성화라한다. 사회화된 에고에서 무의식의 셀프에 도달하는 것이다. 남과 같아지려 하지말고 자기다움을 추구해야한다. 상처받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에고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자신의 상처에 갇혀버린다. 셀프에 도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셀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싱클레어가 에고에서 셀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내자가 되어주는 사람은 여럿이다. 먼저 크로머의 협박에서 구해준 데미안, 술을 마시고 방황하는 싱클레어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한 베아트리체, 아프락사스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통해 싱클레어가 자신의 알을 깨도록 도움을 준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여인인 에바 부인이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내면의 자기에 가까이 간 싱클레어는 동급생 크나우어의 자살을 막아주며 그를 구원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카인과 아벨에 관한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동생을 죽인 카인은 악이며 아벨은 선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카인이 뛰어난 존재이고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카인은 사악하고 아벨은 선량하다'고 꾸며댔다고 설명한다. 아벨은 사회화가 된 인물이고, 카인은 개성화의 인물이다. 아벨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인물이고 카인은 이를 부정하는 인물이다. 선과 악을 합일시킨 전체성의 신인 아프락사스란 고정관념과 틀을 깨는 과정이고 성경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징으로 이해한다.

주위에 데미안과 같이 나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안내해 줄 사람이 없다면, 책을 찾으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또한 내가 데미안이 되려고 노력하면서도 크로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고, 남에게 두려움을 주면 안된다고 당부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심리학과 성경을 기본으로 분석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쓰고,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당신에게 데미안은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에게 데미안이 되어주었는가? 자기를 찾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돌보고 치유된다. 다시 <데미안>으로 돌아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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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플랜3 - 전기차에서 AI, 우주를 담은 마스터플랜의 현주소
이진복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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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드래곤이 인천공항에 사이버 트럭을 타고 와서 이슈가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은 상태였고, 일반 승용차가 아닌 픽업트럭인데다, 전신 메탈과 유리로 이루어진 외관이 미래의 차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사이버 트럭은 미국에서 2024년에 출시되었고 이는 전기차 라인을 확장하려는 테슬라의 두 번째 마스터 플랜의 실현이다. 지금까지 일론 머스크의 기행과 돌출 행동은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계획을 차근히 진행하는 추진력은 믿음을 준다. 그의 세 번째 플랜이 궁금하다.

책은 3개의 파트로 되어있다. 1부 일론 머스크는 다 계획이 있었다, 2부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남다를 수 있었던 이유, 3부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계획: 로봇, AI부터 터널, 우주까지이다. 일론 머스크의 마스터 플랜과 다른 계획들에 대해 설명한다.

머스크의 마스터 플랜은 2006년에 시작하여, 2016년에 두 번째, 2023년에 세 번째로 발표되었다. 세 번째 마스터 플랜에서 머스크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한다. 그의 모든 계획은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한다. 머스크는 전기차에서 태양광발전 시설, 로봇, 배터리, AI, 우주개발까지 최첨단 미래산업을 이끌고 있다.

머스크의 강한 추진력을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데 있다. 목표는 단계별로 현실화 가능하고 구체적이므로 실행은 시간문제다. 문제나 장애물은 기술력과 인재를 통해 보완한다. 머스크의 성취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다. 그의 플랜은 1,2 단계에서 전기차에 집중되어 있다면 3단계에서는 재생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판매를 포괄한다. 또한 전기차 관련하여 이를 활용한 다른 플랜으로 로봇과 우주개발까지 확장하고 있어서 전 세계 인재들을 다 끌어모으는 것이 아닌가싶다. 플랜을 성취하기 위해 일반인과는 다른 생각의 전환과 확장 통해 모든 공정을 내재화하는 독창적인 경영방식을 보여준다.

내재화는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이다. 무엇이 되었든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다. 전통 자동차 업계의 부품업체 수급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머스크는 차체에 들어가는 부품수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대부분을 개발해서 사용한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 조차 로봇을 개발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맡김으로서 효율을 극대화한다. 우주사업도 엔진부터 발사체, 우주선까지 직접 만든다. 테슬라의 혁신으로 표준이 생기고, 생산가를 낮추어서 저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생각의 전환없이는 내재화가 불가능하다. 머스크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부터 시작한다. 자율주행을 위해 인간의 뇌를 모방한다. 인간의 눈처럼 외부상황을 카메라로 받아들여 인간의 뇌처럼 AI가 판단하게 한다. 출퇴근에만 사용하는 차를 활용해 이익을 내겠다거나, 로봇에게 공장의 단순반복적인 일을 맡기고 사람은 관리만 한다거나, 로켓의 추진체를 재사용한다거나하는 것이 생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통 기업들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서 최대의 효율을 위한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머스크의 생각은 낯설다.

하나의 비즈니스를 여러갈래로 활용하는 것도 머스크의 특기로 보인다. 전기차에서 자율주행을 위해 인간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뉴럴넷'을 개발하는데, 이를 다시 공장의 로봇에 활용한다. 그리고 인지-판단-제어가 가능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가정에 보급한다. 다른 기업에 외주를 주었다면 이렇게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의 테슬라봇과 자율주행되는 전기차의 AI가 서로 교신하고, 사무실에서 챗봇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지하 도로를 만드는 굴착사업은 물론, 정부지원으로 우주개발 사업까지 진행 중이다. 현재 테슬라의 경쟁사는 전통자동차제조업체가 아니라 빅테크 기업이다. 차제조업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스케일의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마스터 플랜3에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에너지 사업계획이 성공하고, 그 이후 완전자율주행, 화성 이주민 계획과 같은 계획이 성공한다면 머스크의 경쟁자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동시에 진행하는 머스크의 업무 스케일에 놀라울 뿐이다.

정말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딱 들어맞는 비유를 통해 어려운 개념을 이해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머스크의 계획과 성취하는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에 경이적인 숫자와 그래프를 잘 구성하였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머스크의 추진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한 기대해볼만하다. 테슬라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강추한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테슬라의 자동차가 저렴하고 훌륭하기 때문만이 아닐 겁니다. 제품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기후 변화를 막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든다는 진심어린 비전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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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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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Lord of the Flies이다. 한글 제목은 원제의 직역이다.

윌리엄 골딩(1911-1993)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하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하였다. <파리대왕>은 1954년 작품으로 21번의 거절끝에 출간되었는데, 후속작인 <상속자들>(1955), <핀처 마틴>(1956), <자유낙하>(1959)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골딩은 대중의 인기를 받는다. 1980년 3부작 '땅끝까지'의 첫 작품인 <통과제의>로 부커상을 받고,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원자탄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금발소년 랠프는 별명이 "새끼돼지"인 무어를 만나고, 소년 성가대원들과 그들의 리더인 잭과 조우한다. 소라를 가진 랠프를 대장으로 아이들은 나름의 질서를 잡는다. 구조를 받기 위해 봉화를 피우고, 밤에 잘 곳인 오두막을 짓고, 나무의 열매를 따먹으며 지낸다. 잭과 사냥부대가 멧돼지를 사냥하느라 봉화를 꺼뜨린 일로 갈등이 발생한다. 결국 잭이 랠프에 반기를 들며 조직을 떠난다. 그를 따르던 성가대원이 잭과 함께하면서 그의 조직이 점점 커져가는데 희생자들이 발생한다. 마침내 해군 장교에게 구조되지만 아이들은 더이상 과거의 그들일 수 없다.

아이들 중 독특한 인물은 사이먼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밤마다 악몽을 꾸거나, 정체불명의 짐승이 있다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런 짐승의 존재를 믿지 않고 그것이 사실은 낙하산에 매달린 시체임을 밝혀낸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이먼은 막대기에 꽂힌 돼지머리에 파리가 가득한 것을 보고, 이를 파리대왕이라 부르며 대화를 한다. 주술적인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이다. 결국 진실을 말하기도 전에 사이먼은 잭 일행에 의해 짐승으로 오인받고 죽는다. 세상의 진실이 그렇게 묻혀간다.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도출해낼 수 있다. 생각을 하는 사람과 몸을 쓰는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과 결정력이 있는 사람,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람과 무리를 이끄는 사람, 혼자만의 세계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과 단체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사람,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과 옳지 않음을 알면서 어쩌지 못하는 사람. 막막한 상황을 마주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이 투영된다.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6-12세의 소년들은 어른과 다를 바 없는 사회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이 많고 호감을 주는 사람을 대장으로 뽑아 의식주를 함께 해결한다. 그러나 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의 무능함을 과장하는 세력이 독립을 하고, 두 조직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다시 규합된다. 문제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한 조직이 극단의 폭력으로 치달으면서 살인을 불사하는 광기를 보이는 모습이다. 소름끼친다.

봉화에 의한 구조가 아니라 랠프를 잡으려고 섬전체를 불태우며 파괴하는 순간에 아이들이 구조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목숨을 건 추적과 탈출이 해군 장교의 눈에는 그저 아이들의 전쟁 게임에 지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또한, 아무리 아이들의 게임이라도 두 명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장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추후 랠프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서로를 죽이는 전쟁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지 의문이다. 인물의 특성이 매우 잘 나타나고,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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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미국 단편소설의 코드 - 예술 감상을 위한 미학 세미나
한동원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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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는 기괴한 모습이 주는 불편한 느낌이다. 저자는 공포스럽고 코믹함으로 정의한다.

이 책은 단편소설과 그로테스크 소설의 창시자인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로부터 헤밍웨이(1899-1961), 포크너(1897-1962), 오코너(1925-1964)와 같은 유명한 작가를 비롯해서 윌리스(1962-2008)까지 미국 단편작가의 단편 소설 10편을 소개하고, 그로테스크한 관점에서 작품을 설명한다.

10편의 작품은 포의 <어셔가의 붕괴>, 길먼의 <누런 벽지>,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헤밍웨이의 <흰 코끼리 닮은 언덕들>,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 오코너의 <좋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오츠의 <어디 가니, 어디 있었니?>, 킨케이드의 <소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들>, 윌리스의 <굿 올드 네온>이다.

애드거 앨런 포는 대표 작가이다. 단편소설의 선구자이고, 추리소설을 만들어냈으며 공상과학 소설 형성에 이바지했다. 그의 작품 중 <어셔가의 몰락>은 독일 고딕소설가인 호프만의 <세습지>을 참조해서 간추렸는데, 이 작품을 통해 포는 단편소설은 짧고, 단일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편 소설의 분량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독자의 집중력을 모으고, 단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단편소설은 결말을 먼저 정하고 논리 과정을 단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포의 단편소설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다.

헤밍웨이의 <흰 코끼리 닮은 언덕들>은 남녀의 대화에서 반복되는 '하다'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무엇일까 상상해보지만, 분석을 읽고서 목적어인 '임신중절'이 생략되어 있음을 안다. 어떠한 맥락에서 시작된 대화인지 두명의 주인공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고서 어떻게 소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까? 그로테스크하다.

포크너는 남부 그로테스크 소설의 토대를 만들었고, 작품 <에밀리에게 장미를>에 그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이 소설은 귀족가문의 몰락과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다. 5개로 구성되어 있어서 순서대로 읽으면 에밀리의 집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의 주인공이 할머니, 아버지, 애인 호머 중 누구일까 애매한 채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해석에 의하면, 이야기의 순서를 바꿔보면 에밀리의 애인인 호머가 살해된 것이고, 에밀리가 그 시체와 40년이나 동거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을에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에밀리의 죄를 넘어가 준 것은 호머가 북쪽에서 내려온 양키였고, 에밀리는 적을 제거한 존경받을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단편의 순서를 바꿔 읽는 방법이 낯설기는 하지만 흥미롭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미국 단편소설의 역사를 설명한다. 애드거 앨런 포로 부터 시작하여 20세기 모더니즘, 2차 대전 후의 포스트모더니즘, 미니멀리즘을 거쳐, 플래시 픽션과 플래시 사이클로 이어진다. '모더니즘'은 단편소설 간의 느슨한 연결인 사이클 형식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존 바스의 <놀이집에서 길을 잃다>를 예로들어 14편의 단편이 무한히 반복되는 실험적인 시도를 설명한다. '미니멀리즘'은 책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레이먼드 카버의 편집자인 고든 리쉬가 카버의 작품에서 불필요한 것을 쳐내 엄청 짧아진 이야기를 설명한다. '플래시 픽션'은 천자 정도로 아주 짧아지고, '플레시 사이클'은 플레시 여러 개를 이은 것이다. 단편이 사이클로 확장되었다가 다시 미니멀리즘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연결되기도 하면서 미국의 단편소설이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러 논문을 참고해서인지 '분석' 파트는 살짝 어려운 감이 있다. 제시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다른 관련 작품과 공통점을 끌어내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설명하는데 원문을 최대한 인용해서 설명하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유난히 괄호와 세모 표시와 같은 부호가 많아 흐름이 끊기는 점이 아쉽다. 부연 설명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차라리 괄호는 문장으로 풀어쓰고, 세모 표시는 아래에 주석으로 달아 두는 것이 좋았겠다. 그러면 글의 흐름에 방해받지 않고 읽을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은 주석만 한 번에 몰아 읽기도 편하다.

소개된 10편의 단편소설은 고립, 정신이상, 생매장, 신경쇠약, 살인, 육체의 부패, 죽음, 전쟁, 자살과 같은 어두운 감정을 일으키는 소재를 담고 있어서 기이하고 불편한 느낌을 준다. 그로테스크한 단편을 모아 저자의 추가적인 배경설명과 해설의 도움으로 작품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새로운 단편 읽는 방법을 시도한 점도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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