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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삼국지 - 중원을 차지하려는 영웅호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ㅣ 교양으로 읽는 시리즈
나관중 지음, 장순필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5월
평점 :

삼국지는 중국 후한말 왕권이 약화되고 위, 촉, 오의 조조, 유비, 손권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결국 사마염의 진(晉)으로 통일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역사서인 <삼국지>와 구분하기 위해 <삼국지연의>라고 부르며,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와 더불어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보통 열 권이 넘어가는 분량을 600쪽이 조금 안 되는 한 권에 담았으니 진행이 스피디하다. 또한 수많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니 읽기 쉽다. 3합, 4합 싸우는 묘사가 거의 없어서 액션을 즐긴다면 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오래 전 읽어서 기억이 가물하다면 이 한 권으로 만족할 만하다.
조조는 역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자신이 배급량을 줄이도록 명령해놓고 군사들이 원망하며 분열의 조짐이 보이자, 아랫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고, 군사들의 마음을 얻어 공격한다. 그가 지략가이지만 자비롭지는 못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굳이 희생양이 필요했을까? 아랫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조조의 마음가짐이 무섭다.
그렇다고 유비가 유능하냐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앞에서 조조군이, 뒤에서 고람이 추격해 오자, 욕된 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어떻게 나올까?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들은 어쩌라고. 자신의 명예보다 부하들을 더 생각해야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최선을 다 해야하는 시점에서 꼭 나약하게 무너지는 모습. 울기도 잘 우는 유비는 확실히 주위 사람들을 잘 만나 성공한 케이스인 듯하다.
유비에게 모사가 생기며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갈공명. 스무 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삼고초려해서 얻은 지략가이다. 장비, 관우의 질투에도 불구하고 수어지교라고 부르며 공명을 아낀다. 공명은 죽을 때까지 유비와 그 아들 유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조와의 대결을 위해 그 유명한 화살 10만개를 3일내로 만들어내는 지혜와 용감함은 감탄을 자아낸다. 솔직히 유비보다 공명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옛날 전쟁이 잔인하다. 몇 합 끝에 목이 떨어지고, 말 위에서 사람을 향해 칼을 휘둘러 두 토막을 내고, 독을 타서 죽이고, 사지를 찢어 죽인다. 피가 흥건했을 전쟁이 소름이 돋는다.
중후반에 이르면 유비, 손권, 조조가 죽고 그 후사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그들의 모사와 장수들이 이끌어간다. 일이 잘 되려면 손발이 잘 맞고, 안 되려면 조언을 불신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반복된다. 리더의 결정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엎치락 뒷치락 난세의 영웅들이 죽고 사는 싸움 속에서 마지막 승자는? 위나라 조조, 조비, 조예, 조방을 조용히 보필했던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다. 사마염이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 촉과 오에 아버지만한 아들이나 손자가 없었던 까닭이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삼국지다.
*리딩투데이 제공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