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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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흰 토끼가 초록색 기둥 사이로 사라진다. 무슨 책일까? 철학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가 하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안내되었듯이,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인도되었듯이, 저자는 우리를 철학이라는 세계로 인도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참신하다.

독일 철학자의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필립 휘블은 분석철학자이다. 분석철학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논리적, 언어적 분석에 집중한다. 비트겐슈타인이 유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10개의 철학적 문제는 인간의 감정, 언어, 신, 꿈, 결정론과 자유의지론, 진리, 아름다움, 의식, 신체, 죽음에 관한 것이다. 익히 보아온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 소개되는 이론이 있어 읽다보면 반갑다.

먼저, 에크만은 얼굴에 나타나는 미세표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방법을 훈련시켰다. 셜록 홈즈도 사람들의 표정을 읽었고, 영국 드라마 <Lie to Me>의 주인공과 미드 <멘탈리스트>의 주인공은 아마도 에크만의 훈련을 받은 듯하다. 그들은 용의자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로 숨겨진 감정을 읽어내고 사건을 해결한다. 이 모든 것이 에크만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되어 반갑다.

또한,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다는 '결정론' 설명에서 피에르 사몽 라플라스의 '라플라스의 악마'를 설명한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자연법칙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소립자가 정확한 시점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전부 아는 존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앞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여주인공의 신비한 힘에 놀랐는데 실제 이론을 알게 되어 반갑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철학의 문제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책이다. 심리학, 신경학, 사회학의 개념도 소개된다. 다루고 있는 범위와 내용이 광범위하고 깊이가 있는데다가 다양한 학자와 이론, 실험 등이 소개되기 때문에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좀 벅찰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이론을 설명하는 초반에는 매우 가벼운 에피소드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글이 두괄식인데다 첫째 두째..로 하고자하는 말을 분명하게 하고 있어서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거인의 연구업적에 우리가 올라타서 더 멀리 볼 수 있으려면 우리 자신이 어느 정도 철학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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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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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두 가지 중대한 문제가 우리 시대를 동요시키고 있다. 컴퓨터 사용의 만연과 제3세계 인구의 가공할 대이동이 바로 그것이다(68)."


책 커버의 그림인 '연어'에 얽힌 사연이다. 스톡홀름에서 싱싱한 연어를 사서 런던 호텔에 들어 섰는데 전산이 다운되어 간신히 방에 들어간다. 연어를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기를 며칠하니 체크아웃할 때 어마어마한 돈이 나왔다.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는 인도인.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전산상의 금액을 청구하는데... 정말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여행 가서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나도 밖에서 사온 과일을 냉장고에 넣기 위해 음료 몇 개를 빼두자 체크아웃 시 그 요금이 나왔다. 잠시 뺏다 넣었을 뿐이라고 설명하자 미안하다고 실물 확인 후 지워줬는데, 에코는 그게 잘 안되었나보다. 허허...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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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이다.


신랄하다. 물론 화가 난 상태에서 웃으면서 쓴 글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지만, 그의 분노가 순화되지 않고 그대로 느껴진다.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사람마다 의견이 모두 같을 수도 없고, 시대가 변하기도 했고 말이다.


웃으면서 화를 내고 있는 살집있는 에코를 상상할 수 있다. 기내식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완전 공감간다. 커피를 컵에 너무 찰랑거리게 줘서 몇 번 엎지르기도 했고, 분간이 안 가는 설탕, 소금, 후추 때문에 한참을 들여다 봐야 했다.


읽으며 빌 브라이슨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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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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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1812-1870)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인기 작가이다. 어려서 공장에서 일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세에 신문사 기자가 되고, 틈틈이 작품을 쓰며 1836년 <피크윅 문서>를 발표하면서 유명작가가 된다. 그의 작품은 풍자적 희극성과 감상주의적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작품에서 후기에는 사회비판적으로 변화한다. 14권의 장편 소설을 썼는데, 그 중 하나인 <위대한 유산>(1861)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핍은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누나, 매형과 사는 고아이다. 대장장이 매형 조의 다정함과는 대조적으로 누나는 매형과 핍에게 매우 거칠고 폭력적이다. 핍은 크리스마스 전 날 부모님과 다섯 명의 남동생들이 묻힌 교회 옆 묘지에 갔다가 눈빛이 무시무시한 탈옥수를 만난다. 그의 요구대로 줄칼과 음식을 가져다주지만, 그는 결국 잡히게 된다.


재력가 미스 해비셤의 저택에 놀아 줄 아이로 핍이 가면서 거기에서 비슷한 또래의 고고한 에스텔라를 만난다. 누구인지 모를 사람이 핍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 신사교육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가정교사 포켓씨의 아들 허버트와 절친이 되면서 런던생활도 익숙해질 무렵 조가 와서 에스텔라가 돌아왔음을 알린다. 바로 그녀를 만나러간 핍은 해비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숙녀가 된 에스텔라에게 걸맞는 신사가 되어 그녀와 짝을 맺어주려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미 어른이 된 핍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쓰는 1인칭 시점이라 핍의 심리상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조를 마음 속 깊이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못 배우고 촌스러운 그가 창피하다. 에스텔라를 사랑하면서도 그녀 앞에 서면 다시 어린시절의 초라한 존재가 된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유산이 생기면서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비판한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인물묘사가 독특하다. 조와 핍의 절친이 된 허버트를 제외한 남성 등장인물들은 돈에 약하고 뭔가 음흉하고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드세다. 누나는 폭력적이고, 미스 해비셤은 돈으로 사람들을 좌지우지하고, 해비셤의 양녀 에스텔라는 핍에게 노골적으로 하층민이라고 부르며 고고하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았을텐데 여성을 강하게 묘사한 것이 특이하다.


문학적인 아름다운 표현만큼 이야기 구성이 꽉차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고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었다면 당장 읽어도 좋다. 이야기 진행도 빠르고 어렵지 않다. 게다가 그로테스크한 집에 사는 미스 해비셤, 당돌한 소녀 에스텔라, 신분상승으로 변화하는 핍과, 조금 모자라지만 늘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조까지. 매력있는 등장인물에 빠져 들 것이다.



* 리딩투데이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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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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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요절하였지만 후세에 영향을 미친 일본 근대 작가들의 단편소설집이다. 여섯 작가를 소개하는데, 히구치 이치요(1872-189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가지이 모토지로(1901-1932), 나카지마 아쓰시(1909-1942), 다자이 오사무(1909-1948),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이다. 이들은 병으로 죽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여섯 작가의 단편소설 두 편을 각각 먼저 소개하고, 번역자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여섯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다. 유일한 여성 작가인 히구치 이치요의 여성적인 섬세함, 날카로운 관찰자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감각적인 표현의 가지이 모토지로, 이국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쓴 나카지마 아쓰시, 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다룬 다자이 오사무, 동화의 형식을 가져온 미야자와 겐지.

히구치 이치요는 여섯 작가 중 유일한 여성이다. 5천 엔 지폐에 실린 일본 최초의 여류 작가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24세에 요절했는데 '기적의 14개월'동안 대표 작품을 몰아 썼다고 한다. <섣달그믐>의 반전이 감동적이다. 부유하지만 인색한 주인 여자와, 아픈 외삼촌을 위해 돈이 필요한 가난한 하녀의 초조한 상황과, 망나니 같은 전처 아들의 이해심이 큰 울림을 준다.

내게 가장 일본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은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이다. 어떠한 특별한 사건 하나없이 묘사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주인공은 절망과 어두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돌아 다니다가 레몬을 발견하고는 그 시원하고 산뜻한 모양과 향으로 생기를 찾는다. 서점에 들어가 책을 쌓아 올린 위에 레몬을 두고는 마치 폭탄을 설치한 악당처럼 도망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180도 바뀌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몇 권 읽지 않은 일본 소설이 이러한 작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가지이 모토지로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다양한 일본 근대 단편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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