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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저자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저자는 생존을 위한 인류의 이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Next Great Migration>이다.
"나는 인간의 역사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각자가 사는 모든 장소에서 아프리카를 떠나온 이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335)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저자는 늘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았다. 그러나 이 책이 끝나갈 무렵 저자는 '넓게 보면 우리 인류 모두는 고향을 떠나온 이주자'라고 결론지어 생각한다. 미국의 트럼프가 인종차별적인 말과 정책으로 미국 고립정책을 쓰고 있지만 사실 그의 조상도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 중 하나다. 먼저 왔다고 해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오지 못하게 막을 이유와 권리가 그에게 있을까.
인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한다. 엉터리 과학자들이 정치와 결탁하여 어떻게 대중들을 몰아가고 공포를 조장했는지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웨덴 자연사학자 린네가 만든 동식물을 분류법이다. '인간' 분류법에서 그는 유럽인들을 완벽한 존재이고, 외국인은 아종으로 분류했다. 인종을 빨간, 흰색, 노란, 검정으로 분류한 것이 린네에서 유래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과학적이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분류법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시대를 넘어 인종차별과 식민지 정복을 정당화하고 마침내 우생학의 등장을 가져온다. 다윈조차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생겨나 이주한 것이라는 인간진화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뺄 정도로 린네의 힘은 막강했다. 과학자들에 의해 린네의 주장이 오류임이 증명되었지만 아직도 그의 이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주에 대한 잘못된 생각 역시 제시한다. '가우제의 법칙'은 '한 적소에 두 경쟁적인 존재가 생존하기 어렵다. 공유는 존재하지 않고 한쪽은 사멸한다. 따라서, 이주자의 유입은 토착종의 종말을 뜻한다. 그러나 생태학자들은 외부종이 투입되지 못한 미시건 호수 섬에 사는 늑대가 지속적인 근친교배로 기형을 초래하였으나, 한 마리의 외부 늑대가 들어오자 생태계가 탈바꿈되었다고 보고하며 하였다.
그러면 인류는 왜 아프리카에서 이주했을까?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단지 인간 역시 다른 동식물처럼 자연의 변화에 따라 이동을 통해 생존하려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남에서 북으로의 인류의 이동을 유발할 것이다.
멋진 책이다. 인간의 이주에 대한 주제를 과학적 근거로 역사적으로 풀어낸다. 광범위한 자료를 숙지하고, 직접 발로 뛰며 인터뷰하고, 연구에 동참하기도 한 저자의 열성이 느껴진다. 증명되지 않은 혹은 단편적인 과학적 사실이 정치와 연결될 때 어떻게 왜곡되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강추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