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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하는 고양이 - 새로운 일본의 이해
정순분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저자는 외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와세다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40년 가까이 일본에 대해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의 구성은 일본의 사회, 문화, 일본인의 세 개 파트로 되어 있다. 각 파트마다 10개씩, 총 30개의 주제를 독립적으로 다룬다. 꼼꼼하게 세분화되어있다.
하나의 현상과 그 발생 원인도 함께 탐구한다. 역사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이를 테면 현재의 젠 스타일(일본식 미니멀한 자연주의)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 13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무사들의 선종부터 설명한다. 이후 시대를 따라 선(젠)이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쳐서 일본식 정원, 다도, 가이세키 요리와 같은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고, 서양으로 건너가 동양의 정신사상을 알리게 되었다. 종교적이었던 선(젠)이 일반화되는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므로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제목 '소확행하는 고양이'는 다분히 일본스럽다. '소확행'이라는 말은 1990년대 중반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카모메 식당>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삶이다. 고양이는 불교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이를 신성시하여 악귀를 쫓는 부적 역할을 한다. 독립적인 고양이의 성향이 개인적인 일본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처음 알게 된 것도 많다. 일본인이 키가 작은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유전적으로 작기도 하지만, 7세기 중엽 덴무 천황이 불교를 정치이념으로 삼으며 육식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까지 육식이 금지되었다니, 그 세월이 1200년이다. 현재도 고기보다 채식과 생선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특성상 동아시아국에서 가장 작은 편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일본여성들을 보면 아주 작은 것에도 반응하는 것 같다. 특히 '귀엽다'로 해석되는 '가와이이'를 남발하는 듯하다. 이 말의 어원은 단순히 '귀여운'의 의미가 아니라 '가엽다', '순진무구하다', '어린시절의 작고 미숙한 것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유연성이 높지 않은 일본의 규범사회에서 일탈을 기대하고 미성숙한 어린이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니 생각보다 깊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조몬시대부터 야오이 시대를 거쳐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일본사에 익숙하지 않다면 검색해서 옆에 적어 두고, 언급하는 시대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왜 그런 음식과 사회풍습과 사고 방식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사진 자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이세키요리 같은 음식 사진이나, 시라카와고와 같은 전통 역사 마을의 모습, 30만 개가 넘는다는 마쓰리의 시각 자료가 있었다면, 바로바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일본의 사회, 문화,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누군가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