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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로마의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 중 2000년 이후에 쓴 것을 모은 책이다. 책 커버의 접이식 성냥갑은 그가 단상이나 착상을 기록한 메모지이자 칼럼의 제목이다.
책의 원제는 <파페 사탄 알레페: 유동사회의 연대기>다. 유동사회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기준점 없이 믿고 기댈 중심 없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쳐돌아가는 세상의 현상보다 그 근본 원인을 찾아보려 애쓴다.
과거에는 당연한 일을 한 사람들인데 현대에 이르러 영웅을 만드는 과장된 언론 플레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 내 의견을 투표로 반영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기 보다 TV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인터넷과 쇼핑에 빠져 사는 사람, 신문1면을 장식하는 정치인의 행동을 욕하면서도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이를 다시 이용하는 정치인. 미친 세상을 대표한다. 20년 전 시사적인 칼럼으로 다루었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미친 세상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넘쳐나는 정보를 습득하는 똑똑한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은 지식을 가르치던 과거의 임무에서 벗어나 비판적사고 능력을 키워주도록 해야한다. 엄청난 사건은 무수한 음모론을 낳으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정부에서 내놓는 설명이 좀더 속시원하게 정직해야하지 않을까. 관심을 받고 싶어 미친짓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무관심이 약이다. 들여다보면 정상이 아닌 듯하고 뭔가 중심이 서있지 않은 '유동사회'이지만, 각자 중심을 잡고 이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며 살아야한다.
무엇보다 종교대립을 화합으로 끌어 안으려는 제안이 눈에 띈다. 무슬림 이민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을 이슬람 종교 전통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 살게 된 이상 그 나라 법과 문화에 맞게 벗어야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유럽 여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논쟁거리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이 되고 있다. 해결방법은 교육이다. 다양한 종교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다양한 종교의 날을 모두 축하하고 그 종교를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성인이 되어서 다양한 종교를 이해하는 포용력이 생길 것이다. 종교를 두고 하는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성냥갑 칼럼이 에코의 이야기를 담기에 길이가 짧아 아쉽다.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해결안에 대해 좀더 긴 이야기를 보태도 좋았을 것 같다.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것도 아쉽다.
*리딩투데이 선물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