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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카피라이터 -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카피라이터의 세계가 궁금했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카피라이터는 창의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겠지'라는 선입견이 얼마나 맞을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카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했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나라를 나라답게'가 저자의 대표작이다.
이렇게 유명한 카피를 쓴 사람인 줄 몰랐다. 상업적인 광고 카피뿐만 아니라, 3.1운동 100주년 기념 '광고주 없는 캠페인'과 같은 의식있는 활동도 하고, 정치 카피라이터로서도 일했다. 지금은 1인 광고회사를 운영한다.
책은 TAKE1,2,3.4로 저자가 일하는 일련의 과정을 소개한다. 마치 드라마의 씬을 하나하나 잘라 자세히 들여다보듯 자신의 일을 조각내서 그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어떻게 수주를 받는지, 하나의 광고 카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른 사람이 만든 카피를 어떻게 수정하는지, 광고주 앞에서 어떻게 발표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카피를 만들 때는 과학과 영감을 조화롭게 이용한다. 과학과 영감이 잘 조화된 카피는 광고주가 원하는 의미를 재미있게 전하는 것이다. 냉철하게 정곡을 찌르지만 따뜻함이 있는 카피다. 관념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카피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국에 소상공인을 위해 '착한 소비'를 하자는 카피는 '착한 지갑'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지갑'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어이지만 소비=지갑을 찾기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날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문득 떠오르는 카피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념적인 단어 대신 구체적이고 쉬운 단어를 수차례 붙였다, 뗐다 반복해야하고, 국어 사전과 친해야하고, 말장난과 같은 카피 테크닉을 사용해보기도 해야하고, 리듬이 살아있는 대구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시나 유행어, 명언을 패러디하기도 해야한다. 저자는 자신의 전작에서도 광고카피의 힌트를 얻는다.
저자의 카피들은 따스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좋다. '인생역에 내렸다'와 같은 카피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에겐 먼 길을 떠나고 싶은 그래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게 만든다. '태어나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카피는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 하나하나의 탄생을 축하하고 축복한다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아 대접받는 느낌이다. 카피가 아닌 3.1운동 100주년 기념 바른 이름붙여주기 활동에서 '위안부'를 '일본군성노예'으로 고쳐부르자고 제안한다. 피해자 할머니의 인터뷰를 통해 누구를 위안하는 사람이 아닌 노예의 삶을 살았던 아픔을 이름에 넣어주어야한다는 말이다. 바른 이름을 붙여주어야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지적으로 단련이 필요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이지만 성취감이 말도 못하게 좋을 직업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도 톡톡 튀는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책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톡톡 튀는 기발한 생각으로 가득찬 책을 읽고 싶다해도 좋을 책이다.

저자의 순발력에 빵 터졌다

독특한 삽화가 작가의 개성을 한층 살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