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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시그널 - 다음 희생자가 되기 전에 우리가 읽어야 할
데이비드 기븐스 지음, 김아인 옮김 / 지식의편집 / 2023년 6월
평점 :
"범죄 시그널, 다음 희생자가 되기 전에 우리가 읽어야할" 이라는 살짝 무서운 제목은 과연 범죄자들이 어떤 시그널을 보내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저자는 미국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권위자이자 인류학자다.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직업이다. 그의 저서 <비언어사전>은 세계적으로 범죄행동연구의 지침서로 사용되고 있다. 왠지 셜록 홈즈나 미드 '라이투미(Lie to me)'의 라이트만 박사나, '멘탈리스트'의 페트릭 제인과 같이 사람의 표정이나 태도를 읽는 뛰어난 관찰자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책은 10장으로 되어있다. 거짓말의 표정, 손,어깨, 입술, 눈이 말하는 것, 사기꾼의 표적, 살인자의 경고, 습격의 전조, 성착취자의 모습, 무산된 테러, 조직폭력배 신호, 불법 비즈니스 설계, 중독의 표식, 도둑들과 같은 범죄자들이 보내는 시그널을 해석한다.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로 진실임을 강조하지만 신체언어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뇌에서 신경중추를 자극하고 근육을 움직이게하는 일련의 과정은 부지불식간에 진실을 드러낸다. 범죄자들이 입으로 하는 언어표현보다 비언어적 표현을 잘 캐치해야하는 이유이다. 뭔가 이상하거나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면, 의심하고, 조심한다.
몇 개의 범죄 시그널을 살펴보자. 꼿꼿이 세운 집게손가락은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없다고 말하며 취한 제스처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분노의 집게손가락을 쳐들었다. 거짓말을 할 때의 시그널은 입술에 힘이 들어가 일자가 되고, 어깨는 경직되며 눈을 피한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살인이나 착취의 단계에 이르는 범죄에서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가정 내 폭력은 물건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오랜시간 차곡차곡 축적된 후 살인에 이르게 된다. 아동 성착취자는 순종적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를 타겟으로 비싼 선물과 특혜를 제공해 길들인 후 만지기와 성학대에 이른다. 아이와 키스하거나, 간지럽히거나 레슬링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아이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확인하고 부모가 지켜줄 것이라는 안심을 시켜 아이를 떼어놓아야한다. 계속되는 시그널을 얼마나 빨리 캐치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야바위꾼을 이길 수없는 것이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사실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뇌가 받아들여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손은 숙달된 경우 정보이해 프로세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뇌가 훨씬 빠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뇌에서 걸러 나오는 언어적 표현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시그널이 더 빠르고 정직하다.
의문이 드는 점도 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 대부분은 공격하기 전에 미리 경고를 한다고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대로 훈련이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신체언어적 시그널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이코패스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부류는 어떤 시그널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따로 분석이 필요해보인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브레이크 댄스는 뉴욕 조폭의 격렬한 몸동작에서 시작되었다. 브레이크 댄스의 과장된 신체언어는 신체능력과 균형감, 육체적 힘을 드러내보기에 무섭다. 패싸움의 상징적인 대용물로 이용했다. 조폭세계에서 나온 또다른 춤인 카포에이라는 브라질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역시 전투에서 우위라는 경고를 보여준다. 흥미롭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하다. 찰스 맨슨의 살인행각이 1969년이고, 하워드 휴즈 자서전 사기꾼 어빙의 경우가 1972년이고, OJ 심프슨이 1994년이고, 빌 클린턴이 1998년, 마샤 스튜어트의 주식 매도 사건이 2004년이다. 미국 범죄자의 사례집이라 봐도 좋을 듯하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눈, 입술, 어깨, 손의 신체 표현이나, 조직 폭력배의 눈에 띄는 화려한 옷차림의 특징, 중독자들의 모습을 글로 열심히 표현하고 있지만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면 더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