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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시선을 낯설게 바라보게 합니다.표면적인 평가와 이미지를 넘어, 그 이면의 역사적 맥락과 본질을 파악하려는 태도를 제안합니다."(7)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다일까? 세계 여러 나라는 각자의 역사 속에 아픔을 묻어둔 채 현재에 이른다. 해소 되지 않은 문제들이 불쑥불쑥 사회문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조용히 묻혀있다. 저자는 9개국의 역사 속에서 감춰진 문제에 질문을 던지며 지금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설명한다. 선진국인 덴마크, 싱가포르, 미국, 아이슬란드, 일본, 프랑스,영국, 이탈리아와 중국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보자.
미국은 현재 세계 최강국임을 자타가 공인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 미국: 왜 미국남부 사람들은 유독 친절할까?"이다. 외부인들은 잘 모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는 남부사람들의 과도한 친절(남부의 환대: Southern hospitality)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 11개 주가 연합하여 찰스턴 항의 섬터 요새를 공격하며 시작되었고, 4년간 지속되다 북군의 승리로 끝났다. 마침내 노예제를 폐지하였지만, 링컨 대통령이 피살된 후 남부 출신 부통령이 대통령자리를 이으며 남부인들의 흑인에 대한 린치와 폭력을 그대로 방치하였다. 그러면서 남부를 여행한 여행문학 작품에서 여행객을 환대하는 백인 귀족사회의 따뜻함을 의미하는 '남부의 환대'라는 말이 나왔다. 남부의 환대 아래에는 흑인린치라는 끔찍한 만행이 가려져있다. 제대로 노예제 폐지를 청산하지 못한 정권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국 내 흑인차별은 여전하다. 트럼프는 남부 여러 주에서 압도적 승리를 했는데, 그 원인이 '불법 이민자가 선거를망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시켰고,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소지하지 못한 대부분의 유색인종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않아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처럼 현재 미국에는 백인 우월주의가 아직도 망령처럼 퍼져있음을 이해할 수있다.
선진국 여러 나라 중에서 중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의아하다. 중국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다. 2010년 입소스는 23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람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가 돈인가?"에 대한 전세계 응답자는 5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국은 한국과 더불어 69%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놀랍게도 미국이 33%였다. 중국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게 된 것은 마오쩌뚱의 정적숙청을 통한 독재와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의 지식인과 전통 파괴를 거치면서 중국을 후퇴시켰다. 덩샤오핑은 망가진 중국에 '부자가되는 것은 고귀하다'는 국가 정책을 내세우며 경제발전을 시작한다. 마오는 중국의 유구한 전통과 정신을 파괴했고, 덩은 사상적 공백상태에 물질주의를 심어놓았다. 저자는 마르크스 유물론적 역사관이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 적용된 것을 설명하면서 아직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계급없이 필요한 만큼 분배하는 공산주의가 요원함을 이야기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역사를 마르크스 유물론적 역사관과 연결지어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여러 나라의 역사를 왕이나 권력자 중심이 아닌 구성원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책이다. 역사를 만드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있고 그들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불쑥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현상이 되어 나타난다. 그 뿌리를 캐는 작업이라 흥미롭고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다른 나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