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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주변에서 보면 늘 부모나 자식 그리고 형제 그리고 친구나 가까운 직장동료 등 늘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 변화의 출발점으로 ‘관계의 틀’에 주목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저자는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필연적인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계마다 ‘건강한 거리’를 되찾아 자신답게 살아가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그러한 건강한 거리를 되찾아서 자신답게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저자는 그 수단으로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관계방식인 ‘관계의 틀’의 변화를 제시합니다. 그러면 관계틀은 어떻게 알아보고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부제가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인 것처럼 그 변화의 여정은 ‘바운더리’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바운더리’라는 말은 물리적 경계라는 의미로 많이 쓰지만 '심리적 바운더리'라는 말은 어쩐지 생소한 개념입니다. 이 책에서 바운더리는 '경계border'의 의미와 함께 '통로passage'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해주는 자아의 경계이자. 관계의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라고 합니다. 자아의 진짜 모습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바운더리라는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즉 자아의 진짜 모습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바운더리라는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그렇다 보니 왜곡된 바운더리는 필연적으로 역기능적 관계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바운더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크게 두 갈래로 봅니다. 주로 애착손상으로 인해 1)자아발달에 문제가 생기거나, 2)인간관계의 교류에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그것입니다다. 이러한 자아발달의 왜곡(미분화, 과분화)과 관계교류의 왜곡(억제형, 탈억제형)이라는 두 변인을 따라 순응형, 돌봄형, 지배형, 방어형이라는 4가지 역기능적 관계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위 4가지 역기능적인 관계틀은 명쾌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분한 면이 강합니다. 사실상 우리는 상대에 따라 이런 4가지 역기능적인 관계방식을 다 보일 수도 있습니다. 즉, 우리가 누구와 관계를 하느냐에 따라 또는 같은 대상이라도 관계의 깊이에 따라 관계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예를 들면,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지배형 관계방식을 쓰는 사람이 회사에 가면 순응형 관계방식을 보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자신의 관계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3장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 중에서의 한 구절입니다. 저자는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은 공감과 비슷하지만 공감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공감이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헤아리는 것이라면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은 더 나아가 상대의 흥미, 욕구, 생각, 재능, 행복, 미래 등 마음 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헤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을 기반으로 자신의 관계틀을 알아보고 일그러진 관계틀을 깨고 건강한 관계와 자기세계를 되찾으려면 다시 ‘바운더리’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처럼 주변인과의 관계와 범위를 재구성한다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회복해 조종당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합니다. 조금은 어려웠지만 관계와 바운더리를 다시 세워서 더 나은 관계를 정립하고 내 마음도 다스리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