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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 ㅣ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제가 즐겨보았던 미국 드라마 소위 미드 중에 원스어폰어타임(Once upon a time)이라는 미드가 있습니다. 이 미드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현대에 살고 있고 동화 속 세계와 계속 이어진다는 대단힌 독특하면서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미드에는 수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데, 그 중에서도 핵심 주인공은 백설공주와 그녀의 딸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백설공주를 괴롭히고 죽게 만드는 사악한 여왕입니다.
이러한 미드처럼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비틀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백설공주 이야기의 ‘프리퀼’에 해당합니다. 프리퀄(Prequel)이란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백설공주의 계모인 사악한 왕비가 어쩌다가 그렇게 집착과 질투에 사로잡히게 됐을까. 왕비의 과거에 그가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왕비의 과거사에는 다른 악당들도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은 항상 선한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37년 개봉한 디즈니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역시 마녀가 된 왕비가 아닌 눈보다 하얗고, 까마귀보다 검은 머리에, 루비보다 붉은 입술을 한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그 중심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디즈니의 공식을 뒤집고 있습니다.
즉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백설공주를 시기하는 아름답지만 차가운 인상의 검은 옷을 입고, 마법의 거울을 다루며, 흡사 마녀같이 느껴지며 결국 독이 든 사과를 만들어내서는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인 계모인 여왕입니다.
이 책은 프리퀼답게 여왕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기 이전의 삶에서 시작한다. 거울 장인의 집에서 태어난 여왕은 오랫동안 자식을 기다리던 부부에게 태어난 소중한 딸이었지만 여왕의 엄마가 여왕을 낳고 세상을 떠나자, 여왕의 아버지인 거울 장인은 그녀를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장인의 명성을 듣고 집에 온 왕의 눈에 띄어 궁에 입성하고, 여왕은 자애로운 여왕이자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새엄마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으로 왕은 대부분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궁에 남겨진 여왕과 백설공주는 지쳐갑니다. 거울 장인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서 거울 앞에서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기를 원했던 여왕은 점점 집착과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가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미움 받아 왔지만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정을 지니고 있는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이번에 이 책을 비롯해서 세 권이 동시 출간하였습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자만과 오만의 외로운 캐릭터이자 어떤 이유로 저주에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 ‘미녀와 야수’ 속 야수가 어떻게 저주에 걸렸는지 그 비밀의 사건과 야수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야수의 내면을 그려낸다고 합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에리얼에게 다리를 내어주는 대신 목소리와 영혼을 요구했던 증오와 분노의 불행의 캐릭터 ‘인어공주’ 속 바다 마녀 우르술라입니다. 3권은 우르술라의 아픈 과거를 통해 그의 증오심이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 밝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4권의 주인공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초대받지 못한 요정 말레피센트, 5권은 ‘라푼젤’ 속 가짜 엄마 고델입니다. 이 시리즈는 총 9권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작법으로 유명한 만화 작가이자 소설가 세레나 발렌티노가 맛깔 나는 스토리로 풀어 나갑니다. 저처럼 디즈니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기대되는 작품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