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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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일기=성장소설 

 한국전으로 시작되어, 주인공은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울분의 정체를 찾는 여정이였지만. 어쩌면 초등학교때 유행처럼 숨어서 읽었던 "비밀일기"와 같은 청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역사이야기라고도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통이라고 할까. 최근의 읽었던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 라는 글의 구성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였지만, 작가는 그 안에 무언가를 심어두었다. 그것을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 지속적으로 읽게 만드는 의구심이라고 할 수 있었는지, 나는 그것을 맨 마지막 4장에 작가가 심어놓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건 색다름이였고, 재 구성이였다.

 
<<벗어나>>
마지막 장의 '벗어나' 을 반전이라고 할까? 맥빠짐이라고 할까? 하지만 모든 것은 마지막 장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였다. 한국전으로 시작하고 한국전쟁을 이야기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소 제목처럼 모든 흐름의 벗어남을 볼 수가 있었고, 이것이 어떤 울분을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마지막 장의 '벗어나'를 연거프 읽게 되었다. 그것은 그 벗어나의 울분을 찾기 위함이였다. 그러자 벗어나는 울분의 맨 앞장이 되었고, 에필로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감추어졌던 내용의 실마리가 다 풀어헤쳐졌다. 

코틀러가 그와 사귀지만 않았다면!
코틀러가 지글러가 지글러에게 돈을 주고 채플에 대신 들어가게 하지만 않았다면!
지글러가 걸리지만 았았다면!
그가 직접 채플에 가기만 했다면!
만일 그가 채플에 마흔 번 나가 마흔 번 출석표를 제출만 했다면 그는 지금 살아서 변호사 일에서 막 은퇴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 멋지고 오래되고 도전적인 미국의 "좆까, 씨발". 그것으로 정육점집 아들은 끝이었다.
 
 1952년 3월 31일 새벽이 오는 순간 멈추어버렸다. 이제 메스너 이등병은 진짜로, 완전히 죽었다. 
다음 날 오후 미국에서는 군인 두명이 메스너의 뉴어크 아파트를 찾아가 부모에게 그들의 외아들이 전사했다고 알렸다.  
어느 날 메스너 씨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바람에 칼이 도마 뒤의 뼈에서 미끄러지면서 칼 끝이 그의 배를 찔렀다. 피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꿰매야 했다. 무시무시한 상실감이 이 비참한 남자를 괴롭혀 죽음을 얻어내는 데는 홍 열여덟 달이 걸렸다.
어머니는 튼튼해서 거의 백 살이 될 때까지 살았지만 그녀의 삶 역시 파괴되었다. 

 
<<모르핀을 맞고>>
1950년 6월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
다른 경우에는 침착하기 짝이 없어 누구에게도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 내가 독립을 한다는 생각에 난폭해져, 내가 감히 실망을 시킬 경우 폭력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세상은 자네 아들을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단 말이야
아버지한테서 배운 정육점 교훈을 그대로 따르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다. 똥구멍을 베어 열고 손을 쿡 쑤셔넣은 다음 내장을 잡아 끄집어내라. 구역질이 나올 만큼 역겨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빛을 밝혀 보여준 대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려고 노력한 노병으로 사라져갈 뿐
내 야망의 중심에는 갑자기 큰 아들의 안전과 행복에 금이 갈 것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강하고 둔감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나는 피와 함께 자랐다.
메스너 집안 사람들은 그들의 피에 잠긴 채 계속 살아가야 했다.
법률가가 되는 것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피,기름,내장 조각 등 손을 닦을 때마다 온갖 것이 묻었다-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뿐이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밀어붙였다. 늘 어떤 목표를 추구했다.
아버지의 비합리적인 구속에서 달아나려고 로버트 트리트에서 학교를 옮겼다. 오직 공부에만 집중하려고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죽지 않으려고 ROTC에 아주 진지하게 참여했다.
나는 아버지만큼이나 나빴다. 내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뉴저지에 두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불안에 나도 둘러싸이고, 불김한 예감에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느 아버지가 된 것이다.
우리 모든 동포의 가슴에 울분이 가득하다.
그때마다 단단히 뭉쳐서 '울분'이라는 명사를 이루고 있는 음절들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럼 무엇으로 영적 자양분을 삼지? 위로가 필요할 때 누구에게 기도하나?
학생과장이 그에게 묻는다.
여기 와인스버그에서는 공부 외에도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자네의 복제품이 아닌 사람들의 행동을 참는 것도 배워야 해
자네는 자네 자신의 믿음과 충돌할 때는 누구의 믿음도 참지 못하나?
물론 나가도 좋네. 그게 자네가 자네의 모든 곤경에 대처하는 방법이니까, 마커스. 떠나는 것 말일세.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나
무엇이 너를 너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마커스
아버지가 전혀 무력하지 않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논란의 여지 없이, 압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장이던 시절. 그리고 나는 그의 자식이자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다고 느끼던 시절.
흉터 더하기 꽃
일. 어떤 사람들은 일을 갈망한다. 어떤 일이든. 가혹하든 고약하든 상관없다. 자기 삶의 가혹함을 쏟아내고, 마음에서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생각들을 몰아내기 위해/ 어머니는 욕실에서 나왔을 때 다시 나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희 가운데 요만큼의 명예라도 보여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하지만 결국은 역사가 너희를 따라잡을 것이다. 역사는 배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는 그 무대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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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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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니아로 시작되는 도미니카 역사  

이건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한 여성은 한 나라였다.
우라니아의 소개로 시작되는 도미니카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등장인물이 한 나라를 형성하고 있었다.

-우라니아
그리고
-아구스틴 카브랄, 지식인으로 끝까지 불려지고 싶었던 우라니아의 아버지
-각하, 수령, 자선가, 염소로 불려지는 트루히요
그리고 한 부류가 자동차에서 그를 기다린다.
-살바도로, 아마디토, 임베르트,델라마사, 터키인
그리고 또 다른 부류는 그들을 막아서고 있다.
-조니아베스,칼리에
그리고 정치라는 큰 그림 그것은 경제, 정치, 국방, 종교를 아우른다.
-헨리 치리노스 상원, 발라게르 대통령, 로만장군, 레일리주교
그리고 트루히요의 가족
-그의 부인, 동생, 그리고 그의 아들 람피스
그리고 또한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우리니아의 친척과 조력자
-루신디타,아델리나고모, 메리수녀
 
제기랄! 어쨌거나 이곳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31년 동안 나라를 폭력으로 더럽히며 망가뜨린 그 독재자만 사라진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니아,어떤 느낌이니?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니? 아니면 우울하니? 과거의 분노가 다시 치솟니?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거에요'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1권을 읽으면서, 올해의 최고의 책이 아닌가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구성과 소재 그리고 긴장감에 진행에 따른 의문들 함께 함께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도미니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최근에 나온책이 아닌 유명한 고전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2권의 구성이 매우 궁금해진 책이다.
 
그리고 종결자 

유치하고 미숙하고 엉망인 계획 - 로만

그 어느 순간에도, 그 어떤 이유에서도 침착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 발라게르

 책을 다 읽고나서 나는 지식인도, 총통도, 염소의 축제를 준비했던 그들도, 일가족도 그리고 도미니카의 여인의 모습들이 나의 시야에서 감추어져 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나는 로만과 발라게르라는 두 사람만을 등장인물의 등장으로 남겨두었다. 한사람의 결정과 한사람의 준비로 주인을 잃은 도미니카는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다. 그것은 극적인 것도 아니였고, 복잡하지도 않았고, 주말 대청소 하듯 순식간의 제자리를 찾아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을 현실이라고 이야기하면 아무 할 말 없듯이 그렇게 진행되어 버렸다. 물론 극적으로 2명의 영웅이 탄생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고단한 도피보다는 도미니카가 새롭게 물흐르듯 구성된 것이 더 큰 화두였다. 역시 그 중심의 두명의 핵심인물인 로만과 발게르가  걸쳐져 있었다. 그들을 바로 요사이 자주 표현되는 종결자라는 표현이 적합한 듯 싶다. 바로 초기의 설정된 인물로 부터 드러나는 2명으로 나는 더욱 소름끼침을 느꼈다.

"물론이지요. 지식인.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죽음을 제외하곤 모든 게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한 사람이 이루었고 이루고 있으며 이룰 그 어떤 것도 이루었던 상태나 이루고 있는 상태 혹은 이룰 상태로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언젠가 그렇게 되었다가 이후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철학이 가정하는 존재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예였다.

자기 자신이 확고부동하다고 믿는 어리석음에 빠졌던 것일까? 그 또한 약간의 현실감이 부족했던 것일까? 호아킨 발라게르, 그는 참으로 기묘한 인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푸포? 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왜 숨은 것일까? 이미 모든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나? 행동 그룹은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다. 그가 요구한 대로 시체를 가져왔다.

'박힌 사람'

당신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야, 푸포, 왜 우릴 배신했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 당신은 친구와 조국을 배신한 것에 대해 깊이 뉘우쳐야 해."

마지막 순간에 주님과 함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했다. 그러면서 사드알라 가족이 신앙을 지키고 주님의 땅에서 입신출세의 길을 찾기 위해 떠나온 레바논의 작은 마을 바스킨타를 결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슬퍼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계 질서에 구멍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의 조그마한 머리는 그들이 자기를 제거한 순간 국가의 역사적 발전 과정은 제동이 걸릴 것이고, 그러면 그런 발전적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곧 도미니카의 정치에서 지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전혀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단지 호기심과 궁금증을 느꼈을 뿐이다.

오히려 난 너희들이 부러워. 그래, 그래, 나도 알아. 고모와 너희들도 문제가 있고, 힘든 시기를 보냈고, 실망하고 절망하기도 했어, 그러나 가족이 있고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친척도 있고 조국도 있어. 그런 게 바로 인생이겠지. 하지만 아빠와 총통은 나를 볼모지로 만들었어."

염소에 관한 360도의 시선

 한 나라의 역사를 보고 무엇을 판단할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연대기 식의 역사를 통하여 누군가 재임하고 누군가 사임한 등등의 정보만으로는 역사를 안다. 그 나라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라였던 도미니카의 일부분을 보았지만,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게 다양한 사람들의 위치에서 360도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것은 여러사람의 시선이였다. 각자의 눈높이의 호칭으로 불려지던 염소는 그렇게 사라졌지만, 그 사건에 걸쳐진 많은 시선을 통하여, 나는 3D 영화의 장면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현실감있게 짜임새 있게 염소의 축제 기간을 아주 가깝게 숨죽이며 엿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물에 돌 한덩이가 빠져서 요동치며 많은 원을 만들고 사라지는 현상들도 시간을 좌우로 땡기며 도미니카 여성의 아픔의 과거를 통하여, 그리고 그녀의 인생의 수집경험을 바탕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 결국 역사는 거울인 것이다.

많은 선진의 결정으로 이나라가 흔들리기도 주저하기도 용맹하기도 했듯이, 우리는 항상 더 올바른 결정을 위하여 역사라는 거울을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여인의 과거를 들추고, 나라를 떠나간다. 그녀를 볼모지로 내민 염소도 그녀와 함께 과거로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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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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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상실감

 십여년전 우리는 무언가에게 집착하듯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걸었다는 의미였다. 그 당시에는 분명 투쟁이라는 단어가 대학가의 현수막을 가득 채워있듯이 우리 시공간에도 동일하게 채워져 있어 익숙함 그 자체였다. 특히 나의 몇몇 친구는 투쟁과 데모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마음짐승의 누군가나 누구처럼 관망자였다. 그리고 우리는 끝물시대라고 할 수 있었는지, 군을 제대하고 오니 대학는 그냥 대학이였다. 1학년때 부터 공무원과 자격증을 준비하는 시대로 변해 있었다. 분명 다양한 시야와 견해가 상실된 것 이였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상실되었다고 느꼈지만, 나도 쉽게 그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번달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인하여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고용보험에 불입한 년수가 1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 6시 반이면 16개월 된 아이가 일어나고, 집사람은 출근준비하며 아이를 처가집에 맡기려고 분주하다. 나도 여전히 여느 출근때와 같이 같이 부산히 움직이다가 홀로 집에 남겨진다. 그리고 잠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당분간 쉬게 되면 처가집가서 아이를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또다른 객체로 움직인다. 마치 직장생활 하던 나의 공간이 있듯이. 그리고 예전에 몰랐던 아침에 배고픔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군에서만 챙겨먹던 아침밥을 그렇게 챙겨준다고 해도 바빠서 부대껴서 못먹었던 아침밥이 먹고 싶어졌다.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현실에서 상실되지 않으려는 나의 본능적인 노력임이 틀림없다.
나에게 또다른 상실은 일자리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스피커는 우리가 하는 짓을 전부 보고 듣고 있어.

형상에 대한 표현을 다양하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기에 그것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단순히 다를 뿐이다.

처음에는 롤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롤라는 상실되어 버린다.

이 맹목적인 증오는 우리가 나이프와 포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짐승처럼 먹으니까.

누가 말했다. 넌 위에서는 신이 보살피고 아래서는 당이 보살피는구나.

누군가가 큰 소리로 읽었다. 이 여학생은 자살했다. 우리는 그녀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그녀를 경명한다. 이는 국가적 수치다.

바람은 일어날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드는 아이 나라의 말 속에서 바람은 눕기만 했다.

우리는 머리로는 고향을 떠나왔지만 발은 또다른 시골에 있어. 독재 치하에서 도시란 있을 수 없어. 감시당하는 곳은 어디나 좁으니까.

나는 그의 마음짐승을 보았다. 그것은 백열등 안에 갇힌 채 매달려 있었다. 구부러지고 지쳐 있었다. 마음짐승이 도난당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냉장고를 닫았다. 투며안 남자의 것일 수 밖에 없는 마음짐승은 이 세상 어떤 동물의 것보다 흉물스러웠다.

날짜 쓰는 거 잊지 마, 편지 속에 머리카락 한 올 넣는 것도, 에드가가 말했다. 머리카락이 들어 있지 않으면 누군가 편지를 펼쳐봤다는 거야, 에드가가 말했다. 


롤라의 꿈과 이상을 롤라가 공책에 쓴다.

박탈된 삶이라고 표현되지만, 시대감과 현실감 측면으로 보면, 나는 이념과 사상보다는 현재의 먹고 살아감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다. 청년실업, 짧아진 정년 그런 것들에 대한 현실이라는 키워드들이 우리의 상실감의 노트를 대신하고 있다.  

룰라의 공책, 여름별장의 책들, 읆조렸던 시와 민요 노래가 억압을 대변하고, 그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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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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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Q84 2권이 마지막 권 인줄 알았다.   

최근에 1Q84 1권을 읽기시작한 후배가 다짜고짜 물어본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언제 만냐나고. 
나도 처음에는 1Q84 2권이 마지막 권 인 줄 알았다. 아오마메가 총을 꺼냈을 때 아쉬웠지만, 환타지한 구성의 결말을 독자들에게 맡기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다시 ichi-kew-hachi-yon BOOK3 10月~12月을 접하게 되었다.
아오마메, 다마루, 우시카와 그리고 덴고를 통하여 1Q84가 정리되어 간다.
아오마메와 다마루를 통하여 그들의 방향이 유지되고, 우시카와를 통하여 아오마메를 행적을 쫓으면서 덴고까지 자리로 찾아오게 된다. 그리고 덴고와 아버지 차곡 차곡 정리해 간다.
 

 아오마메 : 앞으로 조금만 더 이곳에서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죽는 건 그다음이라도 늦지 않아. 아마도. 

 다마루 :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신경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든. 한번 늘어나면 운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워. 

 아오마메 : 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요. 

 아오마메 : 덴고, 하고 아오마메는 속삭인다. 너는 지금 어디 있어? 

 덴고 : 저녁이 다가오면 그곳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시카와 : 선교와 수금이라는 목적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강제적으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온 시내를 돌아야 했다. 학교 교실에서의 처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똑같이 고독하고, 똑같이 강렬하게 무언가를 원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받아주고 끌어안아줄 무언가를, 우시카와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시카와 자신이 품고 있었던 바람이기도 했으니까. 

 아오마메,아유미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신경 쓸 거 없어. 이런 세상 따윈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려." 아오마메가 말했다. "그리고 왕국이 임하지" " 어서 왔으면." 아유미가 말했다. 

 고마쓰,덴고 : 정말 기묘한 세계로군. 어디까지 가설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인지, 그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져. 이봐 덴고, 자네는 소설가로서 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겠나? 
바늘로 찌르면 붉은 피가 나는 곳이 현실세계에요 덴고는 대답했다. 

 우시카와 : 나는 똑똑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주위의 세계가 착오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착오의 원인을 나는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다마루 : 오늘 죽어버리면 내일은 죽지 않아도 돼. 서로 되도록 좋은 면을 보도록 하자고. 

 아오마메 : 몹시 길었어. 

 두사람 : 소년과 소녀는 손을 마주잡고 숲을 빠져나간다. 

 아오마메 : 우리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 세계에 왔어.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그게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목적이었어. 

 아오마메 : 당신의 왕국이 우리에게 임하옵시며. 

#1 당신의 왕국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당신의 왕국은 1Q84 였을까.
아오마메가 초등학교때 버리고 있는 것을 그녀는 다시 찾고 있었다. 무의식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그 왕국을 잡고 있었다.
  

#2 공기번데기, NHK 수금원
공기번데기, NHK 수금원의 연관성은 3권에서도 지속된다. 암시와 복선이 있는 듯 없는 듯 머리를 자극하며, 소재가 되어 나타난다.
 
#3 Come Back Home
그리고 수도고속도로에서 시작했듯이 모든 것이 마무리로 하는 도로에서 정리가 된다.
1Q84로 홀로 향했던 아오마메는 덴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소년과 소녀가 손을 마주잡고 숲을 빠져나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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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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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저편으로 건너가려고 하는 여행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하던 사람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있었 던 사람 
물을 건너는 사람 크리스토프는 어린 예수를 업고 그 깊은 강을 지나 왔다.   
그가 건너왔기에 그는 기억에 남고 그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이다.  

미루의 언니도, 미루도, 단이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윤교수, 윤, 그,
...그리고 에밀리 

그들은 여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윤교수는 모.든. 것.에.끝.이.있.다.고 임종자리에서 손가락으로 남겼다. 

미루는..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먹은 것을 노트에 적어왔다. 오늘을 살았다는 것에 대한 실감을 그녀는 자신의 먹는 것을 모두 기록해서 형상화 하였다.

오늘을 기억하라. 

이별이야기 

프롤로그를 통하여 접한 책의 전개는 이별로 부터 시작한 사랑이야기 추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속에 감쳐진 이별 이야기를 들쳐내는 것도 같았다.   

내.가.알.아.서.할.께. 

[나의 이야기 #1] 한 친구와의 이별은 명동을 한바퀴 돌고, 각자 방향의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갈색노트 + 음식노트 + 윤교수의 노트

[나의 이야기 #2] 나에게도 노트가 있었다. 일기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작시의 모음장이라고 할 수 있었던 백상지의 노트였다. 나의 노트도 유사하게 여러 다의미를 가지고 있는 제목의 노트였다. "HV" 영어를 뒤집으면 "새"라는 의미를 가진 노트였다.  

가장 젊은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고 가장 늙은 얼굴로 지금 이 시간을 보내게 될 텐데, 그건 괜찮아? 

우리는 못 그랬지만 젋은이들은 다음에 좋은 세상 물려줘. 

[나의 이여기 #3] 93학번 10년이나 지난 세대로 대학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우리도 그 끝자락에 걸쳐있었다. 시위와 문화 데모 논쟁, 그것은 하나의 축이였다. 소멸하지 않아보이던 그 불이였다. 친구 한 녀석도 화염병에 다리를 다쳐 몇일간 집에 누워 있었던 기억도 남는다. 하지만 제대하고 왔을 때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꽃집 아주머니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이였을까?  IMF는 학생들을 다 도서관으로 내몰았다. 그것 뿐이였을까?  

좋아해.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 만큼. 그때의 그 기쁨만큼. 그때의 그 슬픔만큼. 그때의 그 절망만큼.   

그 물을 들여다볼 때만큼 너를 좋아해. 그 끝없는 물길만큼 좋아해.

우리. 오늘을 잊지 말자. 

[나의 이야기 #4] 그 오늘들을 우리는 곱씹으며 쓴맛으로 단맛으로 되새김질하며 하루의 삶을 더 연장한다. 

윤교수 

살아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자네들보고 잊으라고 하지는 않겠네. 생각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더이상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생각해, 이 부당하고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해.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마지막 페이지 

언.젠.가.언.제.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내.가.그.쪽.으.로.갈.게.

 한템포, 한 숨 걸어서 쉬면서 읽었던 책,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300페이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멘토가 없는 시대 누구에게나 고통과 아픔은 있지만, 가치에 대한 멘토가 그림이 있다면 힘겼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속도에 대한 부담으로 치닿고 있는 우리의 환경에 방향을 잃고 달려나가는 많은 무리속에 방향설정이 바로 우선시 됨을 다시 깨달아 본다. 그 때는 그 방향에 대한 고민과 논쟁이 너무 많아 정체되어 있는 듯 보였지만, 지금은 무조건 달려보고 와서 후회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하여 젊은에 대하여 충분히 곱씹음이 필요함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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