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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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일기=성장소설 

 한국전으로 시작되어, 주인공은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울분의 정체를 찾는 여정이였지만. 어쩌면 초등학교때 유행처럼 숨어서 읽었던 "비밀일기"와 같은 청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역사이야기라고도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통이라고 할까. 최근의 읽었던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 라는 글의 구성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였지만, 작가는 그 안에 무언가를 심어두었다. 그것을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 지속적으로 읽게 만드는 의구심이라고 할 수 있었는지, 나는 그것을 맨 마지막 4장에 작가가 심어놓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건 색다름이였고, 재 구성이였다.

 
<<벗어나>>
마지막 장의 '벗어나' 을 반전이라고 할까? 맥빠짐이라고 할까? 하지만 모든 것은 마지막 장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였다. 한국전으로 시작하고 한국전쟁을 이야기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소 제목처럼 모든 흐름의 벗어남을 볼 수가 있었고, 이것이 어떤 울분을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마지막 장의 '벗어나'를 연거프 읽게 되었다. 그것은 그 벗어나의 울분을 찾기 위함이였다. 그러자 벗어나는 울분의 맨 앞장이 되었고, 에필로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감추어졌던 내용의 실마리가 다 풀어헤쳐졌다. 

코틀러가 그와 사귀지만 않았다면!
코틀러가 지글러가 지글러에게 돈을 주고 채플에 대신 들어가게 하지만 않았다면!
지글러가 걸리지만 았았다면!
그가 직접 채플에 가기만 했다면!
만일 그가 채플에 마흔 번 나가 마흔 번 출석표를 제출만 했다면 그는 지금 살아서 변호사 일에서 막 은퇴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 멋지고 오래되고 도전적인 미국의 "좆까, 씨발". 그것으로 정육점집 아들은 끝이었다.
 
 1952년 3월 31일 새벽이 오는 순간 멈추어버렸다. 이제 메스너 이등병은 진짜로, 완전히 죽었다. 
다음 날 오후 미국에서는 군인 두명이 메스너의 뉴어크 아파트를 찾아가 부모에게 그들의 외아들이 전사했다고 알렸다.  
어느 날 메스너 씨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바람에 칼이 도마 뒤의 뼈에서 미끄러지면서 칼 끝이 그의 배를 찔렀다. 피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꿰매야 했다. 무시무시한 상실감이 이 비참한 남자를 괴롭혀 죽음을 얻어내는 데는 홍 열여덟 달이 걸렸다.
어머니는 튼튼해서 거의 백 살이 될 때까지 살았지만 그녀의 삶 역시 파괴되었다. 

 
<<모르핀을 맞고>>
1950년 6월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
다른 경우에는 침착하기 짝이 없어 누구에게도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사람이 내가 독립을 한다는 생각에 난폭해져, 내가 감히 실망을 시킬 경우 폭력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세상은 자네 아들을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단 말이야
아버지한테서 배운 정육점 교훈을 그대로 따르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다. 똥구멍을 베어 열고 손을 쿡 쑤셔넣은 다음 내장을 잡아 끄집어내라. 구역질이 나올 만큼 역겨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빛을 밝혀 보여준 대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려고 노력한 노병으로 사라져갈 뿐
내 야망의 중심에는 갑자기 큰 아들의 안전과 행복에 금이 갈 것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강하고 둔감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나는 피와 함께 자랐다.
메스너 집안 사람들은 그들의 피에 잠긴 채 계속 살아가야 했다.
법률가가 되는 것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피가 잔뜩 묻어 악취를 풍기는 앞치마-피,기름,내장 조각 등 손을 닦을 때마다 온갖 것이 묻었다-를 두르고 일을 하며 보내는 삶에서 가장 멀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뿐이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밀어붙였다. 늘 어떤 목표를 추구했다.
아버지의 비합리적인 구속에서 달아나려고 로버트 트리트에서 학교를 옮겼다. 오직 공부에만 집중하려고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죽지 않으려고 ROTC에 아주 진지하게 참여했다.
나는 아버지만큼이나 나빴다. 내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를 뉴저지에 두고 온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불안에 나도 둘러싸이고, 불김한 예감에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느 아버지가 된 것이다.
우리 모든 동포의 가슴에 울분이 가득하다.
그때마다 단단히 뭉쳐서 '울분'이라는 명사를 이루고 있는 음절들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럼 무엇으로 영적 자양분을 삼지? 위로가 필요할 때 누구에게 기도하나?
학생과장이 그에게 묻는다.
여기 와인스버그에서는 공부 외에도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자네의 복제품이 아닌 사람들의 행동을 참는 것도 배워야 해
자네는 자네 자신의 믿음과 충돌할 때는 누구의 믿음도 참지 못하나?
물론 나가도 좋네. 그게 자네가 자네의 모든 곤경에 대처하는 방법이니까, 마커스. 떠나는 것 말일세.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나
무엇이 너를 너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마커스
아버지가 전혀 무력하지 않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논란의 여지 없이, 압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장이던 시절. 그리고 나는 그의 자식이자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다고 느끼던 시절.
흉터 더하기 꽃
일. 어떤 사람들은 일을 갈망한다. 어떤 일이든. 가혹하든 고약하든 상관없다. 자기 삶의 가혹함을 쏟아내고, 마음에서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생각들을 몰아내기 위해/ 어머니는 욕실에서 나왔을 때 다시 나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
너희 가운데 요만큼의 명예라도 보여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하지만 결국은 역사가 너희를 따라잡을 것이다. 역사는 배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는 그 무대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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