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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강 저편으로 건너가려고 하는 여행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하던 사람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있었 던 사람
물을 건너는 사람 크리스토프는 어린 예수를 업고 그 깊은 강을 지나 왔다.
그가 건너왔기에 그는 기억에 남고 그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이다.
미루의 언니도, 미루도, 단이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윤교수, 윤, 그,
...그리고 에밀리
그들은 여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윤교수는 모.든. 것.에.끝.이.있.다.고 임종자리에서 손가락으로 남겼다.
미루는.. 살아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먹은 것을 노트에 적어왔다. 오늘을 살았다는 것에 대한 실감을 그녀는 자신의 먹는 것을 모두 기록해서 형상화 하였다.
오늘을 기억하라.
이별이야기
프롤로그를 통하여 접한 책의 전개는 이별로 부터 시작한 사랑이야기 추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속에 감쳐진 이별 이야기를 들쳐내는 것도 같았다.
내.가.알.아.서.할.께.
[나의 이야기 #1] 한 친구와의 이별은 명동을 한바퀴 돌고, 각자 방향의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갈색노트 + 음식노트 + 윤교수의 노트
[나의 이야기 #2] 나에게도 노트가 있었다. 일기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작시의 모음장이라고 할 수 있었던 백상지의 노트였다. 나의 노트도 유사하게 여러 다의미를 가지고 있는 제목의 노트였다. "HV" 영어를 뒤집으면 "새"라는 의미를 가진 노트였다.
가장 젊은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고 가장 늙은 얼굴로 지금 이 시간을 보내게 될 텐데, 그건 괜찮아?
우리는 못 그랬지만 젋은이들은 다음에 좋은 세상 물려줘.
[나의 이여기 #3] 93학번 10년이나 지난 세대로 대학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우리도 그 끝자락에 걸쳐있었다. 시위와 문화 데모 논쟁, 그것은 하나의 축이였다. 소멸하지 않아보이던 그 불이였다. 친구 한 녀석도 화염병에 다리를 다쳐 몇일간 집에 누워 있었던 기억도 남는다. 하지만 제대하고 왔을 때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꽃집 아주머니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이였을까? IMF는 학생들을 다 도서관으로 내몰았다. 그것 뿐이였을까?
좋아해.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 만큼. 그때의 그 기쁨만큼. 그때의 그 슬픔만큼. 그때의 그 절망만큼.
그 물을 들여다볼 때만큼 너를 좋아해. 그 끝없는 물길만큼 좋아해.
우리. 오늘을 잊지 말자.
[나의 이야기 #4] 그 오늘들을 우리는 곱씹으며 쓴맛으로 단맛으로 되새김질하며 하루의 삶을 더 연장한다.
윤교수
살아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자네들보고 잊으라고 하지는 않겠네. 생각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더이상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생각해, 이 부당하고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해.
나의 크리스토프들, 함께해주어 고마웠네. 슬퍼하지 말게. 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 하늘을 올려다보게, 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때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마지막 페이지
언.젠.가.언.제.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내.가.그.쪽.으.로.갈.게.
한템포, 한 숨 걸어서 쉬면서 읽었던 책,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300페이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멘토가 없는 시대 누구에게나 고통과 아픔은 있지만, 가치에 대한 멘토가 그림이 있다면 힘겼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속도에 대한 부담으로 치닿고 있는 우리의 환경에 방향을 잃고 달려나가는 많은 무리속에 방향설정이 바로 우선시 됨을 다시 깨달아 본다. 그 때는 그 방향에 대한 고민과 논쟁이 너무 많아 정체되어 있는 듯 보였지만, 지금은 무조건 달려보고 와서 후회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하여 젊은에 대하여 충분히 곱씹음이 필요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