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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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상실감

 십여년전 우리는 무언가에게 집착하듯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걸었다는 의미였다. 그 당시에는 분명 투쟁이라는 단어가 대학가의 현수막을 가득 채워있듯이 우리 시공간에도 동일하게 채워져 있어 익숙함 그 자체였다. 특히 나의 몇몇 친구는 투쟁과 데모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마음짐승의 누군가나 누구처럼 관망자였다. 그리고 우리는 끝물시대라고 할 수 있었는지, 군을 제대하고 오니 대학는 그냥 대학이였다. 1학년때 부터 공무원과 자격증을 준비하는 시대로 변해 있었다. 분명 다양한 시야와 견해가 상실된 것 이였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상실되었다고 느꼈지만, 나도 쉽게 그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번달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인하여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고용보험에 불입한 년수가 1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 6시 반이면 16개월 된 아이가 일어나고, 집사람은 출근준비하며 아이를 처가집에 맡기려고 분주하다. 나도 여전히 여느 출근때와 같이 같이 부산히 움직이다가 홀로 집에 남겨진다. 그리고 잠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당분간 쉬게 되면 처가집가서 아이를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또다른 객체로 움직인다. 마치 직장생활 하던 나의 공간이 있듯이. 그리고 예전에 몰랐던 아침에 배고픔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군에서만 챙겨먹던 아침밥을 그렇게 챙겨준다고 해도 바빠서 부대껴서 못먹었던 아침밥이 먹고 싶어졌다.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현실에서 상실되지 않으려는 나의 본능적인 노력임이 틀림없다.
나에게 또다른 상실은 일자리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스피커는 우리가 하는 짓을 전부 보고 듣고 있어.

형상에 대한 표현을 다양하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기에 그것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단순히 다를 뿐이다.

처음에는 롤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롤라는 상실되어 버린다.

이 맹목적인 증오는 우리가 나이프와 포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짐승처럼 먹으니까.

누가 말했다. 넌 위에서는 신이 보살피고 아래서는 당이 보살피는구나.

누군가가 큰 소리로 읽었다. 이 여학생은 자살했다. 우리는 그녀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며, 그녀를 경명한다. 이는 국가적 수치다.

바람은 일어날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드는 아이 나라의 말 속에서 바람은 눕기만 했다.

우리는 머리로는 고향을 떠나왔지만 발은 또다른 시골에 있어. 독재 치하에서 도시란 있을 수 없어. 감시당하는 곳은 어디나 좁으니까.

나는 그의 마음짐승을 보았다. 그것은 백열등 안에 갇힌 채 매달려 있었다. 구부러지고 지쳐 있었다. 마음짐승이 도난당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냉장고를 닫았다. 투며안 남자의 것일 수 밖에 없는 마음짐승은 이 세상 어떤 동물의 것보다 흉물스러웠다.

날짜 쓰는 거 잊지 마, 편지 속에 머리카락 한 올 넣는 것도, 에드가가 말했다. 머리카락이 들어 있지 않으면 누군가 편지를 펼쳐봤다는 거야, 에드가가 말했다. 


롤라의 꿈과 이상을 롤라가 공책에 쓴다.

박탈된 삶이라고 표현되지만, 시대감과 현실감 측면으로 보면, 나는 이념과 사상보다는 현재의 먹고 살아감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다. 청년실업, 짧아진 정년 그런 것들에 대한 현실이라는 키워드들이 우리의 상실감의 노트를 대신하고 있다.  

룰라의 공책, 여름별장의 책들, 읆조렸던 시와 민요 노래가 억압을 대변하고, 그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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