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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AMING EAGLES - 101st Airborne Division (Air Assault), 1942~2022 : 보병 장비의 변천을 중심으로
박유상.김민찬 지음 / 올드스쿨퍼블리케이션 / 2023년 1월
평점 :
한국인이 만든 한국산 군사 서적(정식 출판물/동인지를 막론하고)에 대한 나의 기대치는 근래 크게 내려가 있었다. 요 몇 년간 엄청난 질적 저하의 사례들을 실제로 접했기 때문이다.
동인지까지야 원래 정식 출판물에 비해 모든 면에서 미약한 여건으로 만드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책을 사지 못해 통신판매를 원하는 독자들을 공개적으로 <통판충(通販蟲)>으로 매도하는 일부 제작자들의 무개념 발언은 도저히 쉴드를 쳐 줄 수 없었다(보고 있냐 주XX!).
정식 출판물이라고 나을 바도 없었다. 자기 책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별점을 만점을 주지 않으면 독자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제작자까지도 보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참사는, 3년 전에 나온 <판터의 모든 것>이었다. 이딴 3류 동인지만도 못한 구성과 내용의 책을 정식 출판물이랍시고 비싼 돈 받고 팔다니, 종이 장사로서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이 책이 판매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소 빈약하던 판촉 자료만 봐도 기존의 책들과 뭔가 다를 것 같다는 촉이 팍 왔다. 돈 버리는 셈 치고 주문했다. 도착한 책을 읽어보니 웬걸. 이건 내 기대 이상이었다.
실 페이지 281페이지, 올컬러의 푸짐한 포맷. 그 위에 얹혀진 화려한 자료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미 육군 제101공정사단, 더 나아가서는 미 육군의 전투 복식사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이었다.
단순히 포맷과 컨텐츠만 푸짐한 것이 아니다. 경력 20여 년의 종이 장사인 필자가 보건대, 분명 이 책의 제작은 책 꽤나 만들어 본 사람의 솜씨다. 종이의 선정과 편집 디자인, 사진의 사용, 어느 것 하나 '허접 동인지'스러운 구석이 없다. 게다가 이 책은 ISBN까지 박혀 있다. 제작사 측에서 영업하기에 따라서는 내일 당장이라도 온라인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장도 글쓰기 초보들이 흔히 쓰는, 짜증스런 무협지식 만연체 문장이 별로 없다.
전반적으로 훌륭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몇 군데 있다. 일부 군사 용어 사용에 약간 오류가 보인다(물론, 이것도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그리고 주요 개념어 전달 방식이 다소 친절하지 못하다. 모델들의 얼굴이 모두 지워진 데에는 한국 (밀덕) 사회의 불건전함을 느꼈다.
이 책은 이미 기존의 한국 군사 출판사들의 책들을 압도할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군사 출판계의 미래는 아직 희망이 있어 보인다. 아울러 자성도 노력도 없이 거들먹 거리기만 하는 기성 군사 출판인들이여, 이걸 보고 통렬히 반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