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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 - 전쟁사를 통한 제4세대 전쟁 대비 전략찾기
줄리안 톰슨 외 지음, 조성호 옮김, 김태영 감수 / 책미래 / 2013년 11월
평점 :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휘말려 죽어간 명실공히 인류 최대의 전쟁. 그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도 올해(2013년)로 거의 70년이 다 되어 간다. 70년. 그것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한 인간의 평생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세계사적 관점에서는 찰나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다. 사실 21세기 현재도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던진 기다란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만큼 거대한 사건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로부터 이 정도 떨어져 있기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서술은 근본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 어느 하나를 선택해 들이대기조차 상당히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숲을 보자니 나무가 보이지 않고, 나무를 보자니 숲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랄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동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나온 대부분의 제2차 세계대전 서적은 지극히 거시적인 관점만을 적용한 것이 사실이다. “1942년 X월 X일 XX국 XX사단이 XX지역으로 이동해 XX시를 점령했으며 사상자는 XX명...” 하는 식의 서술만이 빼곡이 들어찬 책들만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결코 당시의 미시사를 알려줄 수 없다. 당시의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입고 먹고 썼는가. 어떤 무기를 들고 싸웠는가 등을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과감히 미시사, 그것도 당시 사용되었고 당대를 상징하는 도구(숲으로 따지자면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시선을 맞추었다. 제목은 <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이지만, 사실 그 내용을 보자면 <...‘아이콘’ 100선>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마니아라면 그리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이 나와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내용의 난이도로 따지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에 입문하려는 입문자를 위한 책이고, 다루고 있는 주제로 보자면 전쟁사에 대한 서사라기보다는 책의 형태로 만들어진 군사박물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미디어, 예를 들어 정통 군사사라던가 참전 수기, 전쟁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접한 전후에 이 책을 감상한다면 분명 ‘학습효과’를 한층 배가시켜 줄 수는 있다. 또한 현대의 군대에서 쓰이는 것과는 매우 다른 당시의 물건들을 보면서,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알아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마치 도록을 연상케 하는 양장본에 유광 컬러 인쇄라는 호화로운 제책은 그동안 낡은 저화질 흑백 사진에 길들여져 왔던 군사마니아들에게는 확실히 ‘눈의 보약’이다. 다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번역은 다소 아쉽다. 이러한 문제들은 차후에 발매될 2쇄에서는 개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