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나온 이 김재엽씨의 저작은 지난 2004년에 나왔던 <한국형 자력방위>의 수정증보판에 해당한다. 현대 한국이 처한 안보상황에 대한 저자의 시각, 즉 국방력에 기반한 안보라는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동안의 안보상황 변화에 대한 내용들이 추가되었고, 구작에서 실수로 잘못 다루어졌던 부분도 모두 개선되었다. 국가안보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리뷰어의 시각에서 김재엽씨의 이번 작품에 대해 '어디가 어떻고 저기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치밀한 분석과 비평을 가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다. 하지만 현실과 사실에 기반한 그의 상황인식, 그리고 그에 따른 차분하고 합리적인 주장 전개는 상당히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이러한 저자의 인식론적 태도는 <122년간의 동거> <100년전 한국사> 등 그의 구작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돈과 권력에 매수되어 곡학아세를 일삼는 일부 언론인들이나 학자들이 보고 반성해야 할 귀감이라 생각된다. 부디 초심을 잊지 말고 언제까지나 일관된 모습을 지키면서 그 위에 실력과 연륜을 더해나가기를 바란다. 다만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 오직 힘에 의한 방법 뿐이라고 말하는 시각은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다. 유럽인들은 제1, 제2차세계대전으로 전 유럽을 홀라당 태워먹고 난 후에야 '전쟁은 나쁜 것'임을 깨닫고 전면적인 군축 및 지역공동체 결성을 결의했다.역시 제2차세계대전의 태평양전쟁을 통해 전 아시아와 태평양이 불바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지적했듯이 동북아시아의 군비증강률은 가히 기록적인 수치이다."제3차세계대전의 무기는 무엇이 될지 모르겠으나 제4차세계대전의 무기는 돌멩이와 몽둥이가 될 것"이라는 어느 석학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또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유럽은 물론 아시아도 석기시대로 퇴보하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아시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이러한 점을 인식시켜 군축을 통한 평화를 이끌어내는 방법 또한 제시할 수 있는 혜안을 저자의 다음 노작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