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이야기꾼 파울리네 우수문학상 수상 작가선 4
제임스 크뤼스 글, 레나테 하빙거 그림, 박종대 옮김 / 주니어중앙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이 읽기에도 그만인 그림동화를 만날때면 마음이 설랠때가 있어요.
글은 짧지만 그림으로 감동을 줄 때도 있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해서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가는 책도 있었고요.

뒤죽박죽 이야기꾼 파울리네는 음~ 글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꿈의 나라로 초대 받은 느낌이랄까
파울리네가 좋아하는 사탕을 입안에서 한번에 와드득 깨물기 아까워서
입안에서 아주 살살 조심스레 녹여먹는 
그런 달콤한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책이라 표현하면 어떨까요? ^^

흔히들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두서가 없습니다.
뒤죽박죽 뒤엉켜서 앞도 없고 뒤도 없고, 대체 핵심이 뭔지~
가만히 듣고 있자면 시간낭비했단 느낌이 들 정도로 화가 날 때도 있고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바쁜 일 제쳐두고 귀기울여 들어줬더니
어른이 보기엔 정말 시시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을때 전 화가 나더라구요. ^^;;

파울리네 역시 여느 아이들처럼 뒤죽박죽 이야기를 한답니다.
하지만 파울리네에겐 파울리네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귀기울여 들어주는데다
파울리네 이야기를 달콤한 사탕까지 지불하고 아주 달갑게 사주는 아저씨가 있어요.
바로 파울리네 집 근처에 사는 작가 아저씨랍니다. ^^
아직 글을 모르는 파울리네가 가끔씩 아저씨집에 들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이야기가 얼마나 근사하고 재미난지에  따라 
사탕, 초콜릿, 과일등으로 이야기값을 매겨주곤 하세요.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두서없이 종알대는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정리해
재미난 이야기로 재탄생시켜주는건 온전히 아저씨의 몫이랍니다.
이런 일이 귀찮을 법도 한데 아저씨는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아주 비싼 초콜릿과 사탕까지 주면서 귀기울여 들어주고 고쳐줘서 
아주아주 근사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켜주는 수고를 마다치 않으세요.
아이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온갖 핑계를 대며 귀찮아하고 다음으로 미루기만 하는 부모님들이
꼭 본받아야 할 아저씨죠. ^^
아이가 엉뚱한 말을 하려고만 하면 "넌 무슨 그런 말을 하니" 하고 
말허리를 똑 잘라버리는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좀먹고 있는건 아닌지 
저도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반성해보게 됩니다. 

작가 아저씨가 깔끔하게 다듬어주신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꿈길을 걷는 듯 아주 몽롱한 기분에 젖게 돼요.
파울리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 나머지 열한달의 질투를 받는 오월의 이야기,.
돌로 된 심장을 가진 눈사람이  뜨거운 7월에도 그 딱딱한 심장 때문에 녹지 않자
파울리네가 가슴 아파 눈물을 떠뜨린 이야기, 
파울리네에게 반해버린 자작나무 이야기 등등
총 9편으로 이루어진  파울리네의 이야기는 
꿈결같이 흘러간 시간이란 표현이 딱 잘 어울릴만큼
아이들에겐 순수한 감성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주는 환상적인 동화입니다.

특히나 파울리네와 꿀 과자 이야기는 
헛된 욕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재미난 동화였어요.
꿀 과자 생각만 해도 행복한 파울리네가 
막상 어떤 음식을 먹어도 꿀 과자 맛만 나자 울상이 돼버리는 이야기는 
욕심 많은 파울리네가 너무 안쓰럽고 귀여워서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재미났습니다. ^^

파울리네의 머릿속엔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졌어요.
하늘을 향해 한껏 부풀려 가닥가닥 묶은 머리에서 
그런 재미난 이야기가 퐁퐁 솟아나는건 아닐까요? 
여러 가닥으로 동여맨 머리끈을 하나씩 풀 때마다
머리카락이 스르르 풀리면서 파울리네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파울리네 같은 이야기꾼이 
바로 지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작가 아저씨처럼 달콤한 사탕만 쥐어주면 그 많고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텐데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던 
못난 엄마 탓에 파울리네처럼 근사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진 못한건 아닌지 
깊이 반성해봅니다.

아들이 일어나면 사탕 하나 주면서 이야기해볼까봐요.
"엄마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달콤한 사탕을 줄게." 
이렇게 말이죠. ^^

꿈길을 걷는 듯 정말 행복한 책읽기 시간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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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과학자 데이브와 방귀쟁이 강아지 살림 별난지식동화 1
짐 엘드리지 지음, 박수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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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거라면 사족을 못쓰고 
요이땅~ 웃을 준비부터 하는 아이들 입맛에 딱 맞는 동화였어요. 
동화도 재미나지만 중간중간 실린 웩! 과학상식을 통해
방귀, 토한 음식, 똥, 벼룩, 귀지 등등 흥미진진한 과학상식을 배울 수 있답니다. 
자기 딴엔 진지한 연구를 하고싶은건데
자기 맘도 몰라주고 만날 더럽다고 구박해대는 가족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꿋꿋하게 경시대회에 낼 과학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데이브의 이야기 속에서
데이브와 폴의 우정도 느낄 수 있었고 
방귀쟁이 강아지를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데이브의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어요. 
다만, 데이브 누나가 데이브에게 내뱉는 거친 말투는 정말 거슬리더라구요.

어른들은 질색하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유난히 더러운 것들, 
예를 들어 콧물 묻은 휴지, 코딱지, 귀지, 죽은 벌레 등과 같은 것들을 
자기 방안 서랍장 가득 신주단지마냥 소중히 모아놓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참 별스런 취미를 가진 
꼬마 과학자 데이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데이브는 코딱지를 혀로 핥기도 하고 방귀를 수시로 뀌어대는
정말 더러운 아이죠. ㅎㅎ
이런 지저분한 취미를 가진 데이브의 괴상한 행동을 아빠, 엄마는 질색하고
데이브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인간인 데이브의 누나는
데이브를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녀석이라고 소리지르고 윽박지르기 일쑤고
데이브가 방귀냄새가 지독한 뱅어 베이츠네 할머니의 개를 집에 데려왔을때는
데이브를 죽여버리겠다고까지 협박하며 무섭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데이브의 이런 지저분한 행동을 보다못한 아빠는 
일주일동안 데이브가 지저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20파운드를 주시기로 약속합니다. 
20파운드로 현미경 장비들을 살 꿈에 부풀어 지저분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같은 반 무서운 친구 뱅어 베이츠가 중간 방학동안 
벵어 베이츠네 할머니의 개를 데이브한테 기르라고 협박을 하네요. 
뱅어 베이츠네 할머니 개라고 해서 무시무시한 개일줄로만 알았던 개가 
실은 순하고 착해보이는 개라 다행으로 여겼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 
사람을 휘청거리게 할만큼 
지독한 냄새의 방귀를 수시로 뀌어대는 방귀쟁이 개지 뭐예요. ㅎㅎ 
집에 데려가자니 엄마,아빠, 누나한테 불벼락을 맞을게 뻔한데다 
20파운드의 꿈은 산산조각이 날테고 
안데려가자니 뱅어 베이츠의 커다란 주먹에 맞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데이브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방귀쟁이 강아지와 함께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요?? ^^   
과학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아빠한테 무사히 20 파운드를 받을 수 있을까요? ^^

사사건건 불만투성이인 데이브의 외할머니도 
동생한테 죽여버리겠다 협박을 일삼는 누나의 거친 말투도 
떼로 몰려다니며 아이들을 괴롭혀대는 뱅어 베이츠네 일당도 모두 맘에 안들긴 헀지만
중간 방학 열흘동안 이토록 지긋지긋한 모든 것들을 견뎌내고
단짝친구 폴과의 우정을 지키고 마음의 키도 훌쩍 자라난 데이브가 참 기특했습니다.
방귀쟁이 강아지가 방귀를 뀌지 않게 해주려고 
식단도 조절하고 산책도 시켜주는 걸 보면
지저분한 줄로만 알았던 데이브는 정말이지 멋진 아이였어요. ^^

방귀쟁이 강아지가 지독한 방귀를 뀔때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냄새구름그림은
아이들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웩! 과학상식은 3,4 줄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돼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무리없이 재미나게 읽기에 그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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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세계의 신화 자신만만 시리즈 8
이미애 지음, 이용구 외 그림 / 아이즐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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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뭐니뭐니해도 그리스 로마신화죠?
그다음으로 떠오르는건 단군신화고요.
너무나 유명한 그리스 로마신화와 단군신화 이외엔
저도 우리 아들도 이렇게 다양한 세계신화를 접해본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눈이 번쩍 뜨일만큼 신기하고 재미나서
정말 순식간에 읽어버렸답니다.  ^^

자신만만 세계의 신화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단군신화와 그리스 신화(올림포스 신들) 말고도
중국 신화(반고), 일본 신화(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인도 신화(브라흐마),
이탈리아 신화(로물루스와 레무스), 아이슬란드 신화(거인 이미르와 오딘 형제들),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아타엔시크), 이뉴잇 신화(세드나), 
아즈텍(멕시코) 신화 (케찰코아틀),
이집트 신화(태양신 아툼), 뉴질랜드 신화(랑기와 파파)까지
총 12개의 각국의 신화가 재미나게 수록돼있답니다. ^^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단어엔 *표시를 해서
페이지 하단에 자세한 설명을 해놨고
그림기법도 다양해서 그림 보는 재미 또한 굉장했어요.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도 있었고, 
인도 신화와 이집트 신화 같은 경우엔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환상적인 분위기가 뿜어져나온다고 할까요? ^^
그리스 신화 같은 경우엔 
색깔이 있는 결이 살아있는 한지 위에 그려서 배경부터 은은한게 근사했고 
검정색 테두리 선이 확실히 도드라져서 눈에 확 띄고 
약간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재밌는 그림이었습니다.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각국의 신화를 재미나게 듣는 재미도 굉장하지만
이 책의 특장점은 단순히 신화만 소개하고 끝나지 않는데 있어요.
각국의 신화가 끝나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가 소개되는데
예를 들어 이탈리아 신화가 끝나면 바로 뒷페이지에
이탈리아의 역사,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자, 피사의 사탑, 바티칸시국 이 
세밀화와 함께 한페이지 가득 소개돼있답니다. 
그 나라의 위치까지 알 수 있도록 지도까지 보여주는 센스. 
정말 칭찬해주고 싶네요. ^^

12개의 신화가 끝나면 엄마와 함께 보는 자신만만 -  세계의 신화가 나오는데
앞서 이야기한 12개의 신화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좋았고
수록된 페이지까지 표시해주셔서 다시 찾아 읽어볼때도 편리하답니다. ^^

신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는 
이제껏 신화를 그저 재미로만 읽었을뿐 
다소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만 여겨왔던 저같은 어른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코너였어요.
신화와 전설, 우화, 설화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우리가 왜 신화를 읽어야하는지, 신화를 역사라고 할 수 있는지.
또 세계 여려나라의 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2페이지 가득 실려있어
책에도 소개돼 있듯 신화를 읽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네요.
단군신화를 예로 들어 조목조목 설명해준 코너는 특히나 제 맘에 쏙 들었답니다. ^^

마지막 신화속 인물 더 알아보기
앞서 소개된 인물들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있어서
신화 속 인물 심층분석이란 부제를 붙여줘도 어울릴 듯 했어요. ^^

책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재미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들의 취향을 정확히 간파해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책이란 느낌을 팍팍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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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맥베스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초등학생을 위한 영원한 필독서) 4
로이스 버뎃 지음, 강현주 옮김 / 찰리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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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시리즈 中 어린이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어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못지 않은 아이들의 빼어난 솜씨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아이들이 손수 그린 그림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아이들만의 색깔을 입혀 새롭게 풀어낸 글들이
어찌나 신선하고 재미있는지 
원작보다 더 재미나게 읽고 아이들의 놀라운 재능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싸인펜으로 아주 꼼꼼하게 칠한 그림들은 
그 시대에 딱 입었을 그 의상들까지 아주 섬세하게 재현해서
어른들조차 읽기 버거운 고전을 
아이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햄릿 공립학교 학생들이라 이런 빼어난 작품들이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게 이런 똑같은 과제를 주었다면 이렇게 잘 만들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단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은 이런 과제만 주어지면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과제를 그야말로 풀어야할 귀찮고 힘든 과제로만 여길테니
이처럼 신선하고 쉽게 풀어내진 못했을 것 같다.
나만 해도 어렸을적 책꽂이 가득 꽂혀있는 전집들 중 고전만은 
그 두께부터에 압도돼버려서 손댈 엄두조차 못냈으니 말이다.

맥베스의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고 전해주는 교훈이 아주 확실하다.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의 싸움에서 스코틀랜드를 승리로 이끈 맥베스 장군은
세 명의 마녀들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맥베스는 글래미스의 영주, 코더의 영주,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맥베스의 욕심은 점점 커져만가고
자기를 후계자로 삼아줄줄 알았던 덩컨 왕이 장자인 맬컴을 후계자로 공표하자
크게 실망하고 심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로 한다.
마녀들의 예언을 전해듣게 된 맥베스의 부인은 사악한 음모를 꾸며
맥베스와 함께 자신들의 성 연회에 초대한 왕을 죽이게 된다.
왕위에 오르고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살인을 멈추지 못하는 맥베스는
늘 두려움과 초조함에 시달리게 되고 그의 부인은 점점 미쳐간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얼마나 하찮고 어리석은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아주 확실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마녀들의 예언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맥베스는 평생 스코틀랜드를 구해낸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누구 못지 않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을텐데.
왕의 자리를 탐내고 그를 가지기 위해 숱한 살인을 저질렀기에
평생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벌벌떨며 
아내를 잃고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토록 헛된 노력을 해야했다니 
분명 벌받아 마땅하지만 그의 어리석음이 안쓰럽기도 하다.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친구와 아내를 잃게 된 맥베스를 보면서
아이들도 그런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행하지 않길 바래본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한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지만
창의력을 키워주는 신나는 독후활동영한대역으로 읽는 맥베스 명대사 명문장,
그리고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영어로 실어놓은 원문으로 읽는 맥베스
부록이라고 하기엔 너무 괜찮아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쓴 재밌고 쉬운 맥베스 이야기와
아이들의 빼어난 그림과 글로 충분하게 만족했던 독자들의 마음을 
더 뿌듯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맛난 식사를 먹은 뒤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고객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주메뉴보다 더 근사한 달콤한 후식을 한아름 안겨주는 
고객만족서비스라고 표현하면 좋을 듯 하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독후활동은 
독후활동을 하기 위한 시시한 독후활동이 아니라
알차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진 독후활동이어서
꼭 따라해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엄마들도 충분히 만족할만하지만 
무엇보다 독후활동을 해야하는 아이들이 더 신이 나서 할 독후활동이 가득하니 말이다.

7살부터 많게는 11살까지 아이들이 그리고 다시 쓴 이야기가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확실히 무너뜨려주고
아이들에게는 나도 이런 근사한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픈 욕심까지 갖게 해줘서
아이들, 부모님들 모두 만족할 만한 정말이지 근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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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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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작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몇주째 유지하고 있는 책,
하늘거리는 원피스 차림의 여인이 나비가 날아오르는 초록색 풀밭위를 걷고 있는 
표지까지 날 사로잡았던 책,
미치도록 읽고 싶었던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였기에 
이 책에 거는 내 기대 또한 남달랐다.
책을 읽기 전, 다른 분의 서평이나 출판사 서평을 통해 앞부분을 먼저 읽어보고 
줄거리는 뭔지,  대체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꼭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지만
꼭 직접 읽어보고 싶단 생각에 꾹꾹 눌러참고 
일부러 서평도 안읽고 출판사 서평도 찾아 읽지 않았는데
친구님의 글에서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 답답한 현실을 담은 책이란 글을 읽게 됐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이기에 읽기가 버거울 정도일까?
답답하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설령 답답하다고 해도 재밌으면 그만이란 생각에 
내가 직접 읽어보고, 내가 직접 판단을 내리고픈 생각에 겁도 없이 책장을 넘겼다.

안개 낀 무진, 
자애학원(청각장애인들의 학교와 기숙사)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해온  강인호,
중국에서 벌인 사업의 실패로 생활고를 겪어야했던 그가
아내 친구의 연줄로 이 곳에 부임하게 됐다.
이제부터는 월급 타서 아내와 딸 새미를 더이상 힘들지 않게 해야겠다,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야지 굳은 결심을 하고 왔건만
들어보지도 못한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작은거 5장을 요구하는 행정실장,
자기를 홀대하는 교장과 박선생, 노기로 가득찬 학생들의 시선,
열차사고로 죽은 아이의 이야기까지 전해들은 강인호는
무언가 처음부터 아주 단단히 뒤틀리고 꼬였단걸 직감한다.
강인호는 교장과 행정실장, 교무부장까지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하고 
성폭행했단 사실을 곧 알게 되고 대학선배인 인권운동쎈터 소속 서유진과 함께 
아이들을 보호하고 아이들을 학대한 그들을 벌주기 위해 노력한다.

강인호가 서유진의 입에서 아이들이 성폭행당했단 사실을 전해들은건 겨우 69페이지,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책에서 성폭행사실이 이렇게 빨리 밝혀졌는데
나머지 230페이지 가량은 뭘로 채워나가려고 작가는 이렇게 빨리 밝혔을까?
잠시나마 난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성폭행 사실이 밝혀진다해도 그 뒤 길고 지리한 재판이 이어지고
재판 뒤에도 힘있고 백 있는 그들을 벌주기는 쉽지 않단걸 어른인 나조차도
정말 한심하게 몰랐던 거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순진한 건지 바보인건지 성폭행사실만 밝혀지면 그들을 벌주는건
경찰들, 지역사회가 알아서 처리해주겠거니 
어른이 나조차도 순진한 연두,유리,민수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다니~

자기의 안정적인 직장을 걸고 아이들을 위해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잠시나마 고민하는 강인호를 지켜보면서, 강인호의 아내를 지켜보면서
내가 한 생각도 스스로 놀라웠다.
이제 막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 강인호가 나라면?
내가 강인호의 부인이라면? 생각해본다.
일가를 이루고 사는 능력없는 가장으로서 
이제 막 월급 또박또박 나오는 일다운 일을 해보려는데, 
아빠의 월급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맛있는걸 뭘 사달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딸아이와 아내의 눈망울을 외면하고 나라면, 내가 강인호라면,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딸을 키우는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마땅히 천인공노할 흉악한 범죄자들을 잡아넣도록 
남편을 독려해도 시원찮을텐데 
가진거 하나 없는 우리 말고도 정의의 칼을 휘둘러줄 사람은 분명 있지 않겠느냐고 
남편의 힘을 빼놓는 강인호의 아내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강인호의 아내라면 강인호가 가려는 길을 믿고 그대로 가도록 내버려둘 수 있을까? 
나라도 당연히 반대했을테고 어떻게든 강인호를 그자리에 주저앉혔을걸 알기에,
정의실현보다는 내 월급과 가족이 더 중요하단 생각에 
나 역시 강인호처럼 망설였을걸 알기에 내 자신이 미워진다. 
그동안은 가진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인호와 강인호의 아내 입장에 서보니 
나 또한 잃을게 많다는걸 깨닫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도 했다. 
옳은 길로 가려는 남편을 뜯어말리는 강인호의 아내가 백분 이해되는걸 보면 
나도 세상사 찌든 때가 묻을대로 묻었나보다 싶어 뒷맛이 씁쓸하다. 

지금부터 돈한푼 벌지 않고 펑펑 쓰고만 산대도 다 못쓸것 같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들이 
그저 과자 한봉지에 행복해하고 저녁 한끼 배불리 먹고픈게 소원인 
불쌍한 청각장애아들의 가랑이를 억지로 벌리고도 그정도의 죗값을 받았다는건 
정말이지 이해도 안되고 이해도 하기 싫다. 
99개를 가진자가 100개를 채우기 위해 1개를 가지고 만족해하는 사람의 것을 
억지로 빼앗는거나 마찬가지라 정말 화가 난다. 

살아가는 세월이 길수록 점점 이해 안되는 일들을 직접 보기도 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수없이 전해듣고 있지만
이 책만큼 집요하게 내 맘을 파고들어 아프게 한 사건은 없었다.
대사 정도야 작가적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고 한대도
인턴기자의 스케치 기사의 마지막 구절을 읽고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 집필을 유보한채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단
작가의 말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기가 막히도록 잘 짜여진 픽션이길,  제발 해피엔딩이길 이토록 간절히 원했던 적도 없건만
내 작은 바람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달디 단 사탕인줄로만 알고 멋모르고 살살 녹여 꿀꺽 삼켰더니 
입안 가득 거친 모래 알갱이들이 굴러다녀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딱 그런 기분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잘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나 한사람이 이런 불쾌한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어쩌면 책보다 더 비참할 수도 있는 답답하고 비참한 그들의 현실을 알았기에
앞으로는 그들을 대할때 지금과는 아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그걸로도 이 책을 읽어야 했던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표지에 매료돼, 작가의 명성을 믿고, 현란한 글솜씨에 반해 겁도 없이 읽어내려갔던
이 책이 비록 입에 담기도 힘든 욕지거리를 하게 만들고 불같이 화나게 했지만
그래도 이런 비참한 현실이 바로 내 주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데
같이 분노하고 내가 처한 현실을 고맙게 여기도록 만들어줘서 감사한 생각이다.
불편한 현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진실, 
바뀌지 않는다해도 언젠가는 꼭 바뀌었음 좋겠단 희망에 
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게 만들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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