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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이야기꾼 파울리네 ㅣ 우수문학상 수상 작가선 4
제임스 크뤼스 글, 레나테 하빙거 그림, 박종대 옮김 / 주니어중앙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이 읽기에도 그만인 그림동화를 만날때면 마음이 설랠때가 있어요.
글은 짧지만 그림으로 감동을 줄 때도 있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해서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가는 책도 있었고요.
뒤죽박죽 이야기꾼 파울리네는 음~ 글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꿈의 나라로 초대 받은 느낌이랄까
파울리네가 좋아하는 사탕을 입안에서 한번에 와드득 깨물기 아까워서
입안에서 아주 살살 조심스레 녹여먹는
그런 달콤한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책이라 표현하면 어떨까요? ^^
흔히들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두서가 없습니다.
뒤죽박죽 뒤엉켜서 앞도 없고 뒤도 없고, 대체 핵심이 뭔지~
가만히 듣고 있자면 시간낭비했단 느낌이 들 정도로 화가 날 때도 있고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바쁜 일 제쳐두고 귀기울여 들어줬더니
어른이 보기엔 정말 시시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을때 전 화가 나더라구요. ^^;;
파울리네 역시 여느 아이들처럼 뒤죽박죽 이야기를 한답니다.
하지만 파울리네에겐 파울리네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귀기울여 들어주는데다
파울리네 이야기를 달콤한 사탕까지 지불하고 아주 달갑게 사주는 아저씨가 있어요.
바로 파울리네 집 근처에 사는 작가 아저씨랍니다. ^^
아직 글을 모르는 파울리네가 가끔씩 아저씨집에 들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이야기가 얼마나 근사하고 재미난지에 따라
사탕, 초콜릿, 과일등으로 이야기값을 매겨주곤 하세요.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두서없이 종알대는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정리해
재미난 이야기로 재탄생시켜주는건 온전히 아저씨의 몫이랍니다.
이런 일이 귀찮을 법도 한데 아저씨는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아주 비싼 초콜릿과 사탕까지 주면서 귀기울여 들어주고 고쳐줘서
아주아주 근사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켜주는 수고를 마다치 않으세요.
아이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온갖 핑계를 대며 귀찮아하고 다음으로 미루기만 하는 부모님들이
꼭 본받아야 할 아저씨죠. ^^
아이가 엉뚱한 말을 하려고만 하면 "넌 무슨 그런 말을 하니" 하고
말허리를 똑 잘라버리는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좀먹고 있는건 아닌지
저도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반성해보게 됩니다.
작가 아저씨가 깔끔하게 다듬어주신 파울리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꿈길을 걷는 듯 아주 몽롱한 기분에 젖게 돼요.
파울리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 나머지 열한달의 질투를 받는 오월의 이야기,.
돌로 된 심장을 가진 눈사람이 뜨거운 7월에도 그 딱딱한 심장 때문에 녹지 않자
파울리네가 가슴 아파 눈물을 떠뜨린 이야기,
파울리네에게 반해버린 자작나무 이야기 등등
총 9편으로 이루어진 파울리네의 이야기는
꿈결같이 흘러간 시간이란 표현이 딱 잘 어울릴만큼
아이들에겐 순수한 감성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주는 환상적인 동화입니다.
특히나 파울리네와 꿀 과자 이야기는
헛된 욕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재미난 동화였어요.
꿀 과자 생각만 해도 행복한 파울리네가
막상 어떤 음식을 먹어도 꿀 과자 맛만 나자 울상이 돼버리는 이야기는
욕심 많은 파울리네가 너무 안쓰럽고 귀여워서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재미났습니다. ^^
파울리네의 머릿속엔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졌어요.
하늘을 향해 한껏 부풀려 가닥가닥 묶은 머리에서
그런 재미난 이야기가 퐁퐁 솟아나는건 아닐까요?
여러 가닥으로 동여맨 머리끈을 하나씩 풀 때마다
머리카락이 스르르 풀리면서 파울리네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파울리네 같은 이야기꾼이
바로 지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들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작가 아저씨처럼 달콤한 사탕만 쥐어주면 그 많고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텐데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던
못난 엄마 탓에 파울리네처럼 근사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진 못한건 아닌지
깊이 반성해봅니다.
아들이 일어나면 사탕 하나 주면서 이야기해볼까봐요.
"엄마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달콤한 사탕을 줄게."
이렇게 말이죠. ^^
꿈길을 걷는 듯 정말 행복한 책읽기 시간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