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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맥베스 ㅣ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초등학생을 위한 영원한 필독서) 4
로이스 버뎃 지음, 강현주 옮김 / 찰리북 / 2009년 9월
평점 :
지난번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시리즈 中 어린이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어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못지 않은 아이들의 빼어난 솜씨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아이들이 손수 그린 그림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아이들만의 색깔을 입혀 새롭게 풀어낸 글들이
어찌나 신선하고 재미있는지
원작보다 더 재미나게 읽고 아이들의 놀라운 재능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싸인펜으로 아주 꼼꼼하게 칠한 그림들은
그 시대에 딱 입었을 그 의상들까지 아주 섬세하게 재현해서
어른들조차 읽기 버거운 고전을
아이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햄릿 공립학교 학생들이라 이런 빼어난 작품들이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에게 이런 똑같은 과제를 주었다면 이렇게 잘 만들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단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은 이런 과제만 주어지면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과제를 그야말로 풀어야할 귀찮고 힘든 과제로만 여길테니
이처럼 신선하고 쉽게 풀어내진 못했을 것 같다.
나만 해도 어렸을적 책꽂이 가득 꽂혀있는 전집들 중 고전만은
그 두께부터에 압도돼버려서 손댈 엄두조차 못냈으니 말이다.
맥베스의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하고 전해주는 교훈이 아주 확실하다.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의 싸움에서 스코틀랜드를 승리로 이끈 맥베스 장군은
세 명의 마녀들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맥베스는 글래미스의 영주, 코더의 영주,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맥베스의 욕심은 점점 커져만가고
자기를 후계자로 삼아줄줄 알았던 덩컨 왕이 장자인 맬컴을 후계자로 공표하자
크게 실망하고 심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로 한다.
마녀들의 예언을 전해듣게 된 맥베스의 부인은 사악한 음모를 꾸며
맥베스와 함께 자신들의 성 연회에 초대한 왕을 죽이게 된다.
왕위에 오르고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살인을 멈추지 못하는 맥베스는
늘 두려움과 초조함에 시달리게 되고 그의 부인은 점점 미쳐간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얼마나 하찮고 어리석은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아주 확실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마녀들의 예언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맥베스는 평생 스코틀랜드를 구해낸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누구 못지 않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을텐데.
왕의 자리를 탐내고 그를 가지기 위해 숱한 살인을 저질렀기에
평생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벌벌떨며
아내를 잃고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토록 헛된 노력을 해야했다니
분명 벌받아 마땅하지만 그의 어리석음이 안쓰럽기도 하다.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친구와 아내를 잃게 된 맥베스를 보면서
아이들도 그런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행하지 않길 바래본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한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지만
창의력을 키워주는 신나는 독후활동과 영한대역으로 읽는 맥베스 명대사 명문장,
그리고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영어로 실어놓은 원문으로 읽는 맥베스는
부록이라고 하기엔 너무 괜찮아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쓴 재밌고 쉬운 맥베스 이야기와
아이들의 빼어난 그림과 글로 충분하게 만족했던 독자들의 마음을
더 뿌듯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맛난 식사를 먹은 뒤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고객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주메뉴보다 더 근사한 달콤한 후식을 한아름 안겨주는
고객만족서비스라고 표현하면 좋을 듯 하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독후활동은
독후활동을 하기 위한 시시한 독후활동이 아니라
알차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진 독후활동이어서
꼭 따라해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엄마들도 충분히 만족할만하지만
무엇보다 독후활동을 해야하는 아이들이 더 신이 나서 할 독후활동이 가득하니 말이다.
7살부터 많게는 11살까지 아이들이 그리고 다시 쓴 이야기가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을 확실히 무너뜨려주고
아이들에게는 나도 이런 근사한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픈 욕심까지 갖게 해줘서
아이들, 부모님들 모두 만족할 만한 정말이지 근사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