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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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장고 끝에 사본 책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었다.
사람의 온전한 감정과 상황을 기가 막히도록 잡아내서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까 감탄 또 감탄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하나하나 사모으기 시작했고
그 뒤로 섬세하고 친절한 문장으로 가득한 일본소설을 모두 좋아하게 됐을만큼
그녀의 책은 내게 매력적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녀의 책이 출간됐다길래 이번엔 또 얼마나 좋을까 싶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사실 초반부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타히티로 여행온 현재와 그 이전의 과거를 오락가락하며 서술해놓아서
한마디로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카메라를 돌려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주인공 에이코의 여행 오기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시작하면서부터는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탄성을 자아낼만큼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시시한 이야기인줄 알고 멀찍이 떨어져 건성으로 듣다 의외로 재밌네 싶어
할머니 주변으로 몰려드는 아이 마냥 신이 나서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머릿속으로 에이코가 여행 간 타히티의 풍광을 그려보기도 하고
에이코와 오너(에이코가 근무하는 식당의 오너)의 이루어질듯 말듯, 안타까운 사랑을
에이코 입장에 서서 고민해보기도 하고~
그러느라 180 페이지 남짓한 짧은 책인데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진도가 안나가 답답한게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 시간이 너무 재밌고 설레여서
오래오래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느 바닷가 조그만 식당에서 엄마와 할머니를 거들며 살았던 에이코는
웨이트리스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도쿄에 있는 타히티안 레스토랑, "무지개"에서 일하게 된다. 
할머니와 엄마가 돌아가신뒤 심신이 지쳐버린 에이코는 레스토랑에서 쓰러지고 
점장은 에이코가 좀더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당분간 오너의 집에서 고양이와 개를 돌봐주고 간단한 가사일을 도우며 
일하도록 편의를 봐준다.
오너와 사모님과의 불화로 오너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식물도 애완동물도 차디찬 사모님에게 홀대받는게 안타까워
에이코는 정성스레 그들을 돌봐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오너와 에이코간에 비밀스런 감정이 싹트게 된다.

타히티의 조그만 보석가게에서 에이코가
흑진주 귀걸이를 사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이 섬에 있으면서 더 검게 타면 내게도 잘 어울리리라." - P 51 中에서-
분명 오너가 선물해줬을 흑진주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잘 어울리는 
오너의 아내와 달리 에이코는 자신에겐 흑진주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흑진주가 어울리긴 위해선 피부를 까맣게 태워야겠다면서 
언젠가는 내게도 어울리겠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흑진주 귀걸이를 산다.
오너의 아내가 될 사람은 흑진주가 어울려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을까?
아직은 어울리지 않지만 에이코는 은근히 오너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싶었고
에이코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레 피부가 타서 흑진주가 어울리게 된단 상황은
에이코가 오너의 사랑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단 의미를 
내포하는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흔히 일본소설은 너무 가볍다 말하곤 한다. 하지만 좀 가벼우면 어떠랴. 
엄청난 감동은 없어도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하는 일본소설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마음의 울림을 주는 큰 감동은 없지만 
나같은 사람은 일생동안 한번도 겪지 못할 것 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험이 아니라 
나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한번쯤은 충분히 겪을법한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서 
내겐 더 의미있게 다가오고 공감할 수 있는 매력도 가득하니 말이다.

작가가 언급했듯 타히티에서의 일주일간의 짧은 여행만으론 탄생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경험만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뛰어난 문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동안 책꽂이 저편에서 먼지만 쌓여갔던 그녀의 책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녀의 감수성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가능하다면 내안에도 꼭꼭 가둬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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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환한 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11
정채봉 글,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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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꽤 써봤지만 이렇게 조심스러워보긴 처음이다.
내가 받은 이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은데 
내가 쓴 이 서평이 혹 정채봉님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한편으론 정말 잘 써보고픈 욕심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받은 느낌이 너무나 좋아서 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고픈 그런 욕심이.

이 책은  한마디로 마음이 평안해지는 책이다.
흰구름이 스님을 바라보는 시선도, 스님이 세상만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너무나 따뜻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책이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저 높이 떠있는 흰구름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느 깊은 산골 작은 암자 스님의 이야기다.
흰구름의 눈엔 눈이 크신 스님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마냥 존경스럽고 따뜻하게만 보이나보다.
하긴 살아있는 모든 것들, 동물과 식물, 심지어 돌에 낀 이끼마저도 
스님은 십년지기 친구를 대하듯 더없이 귀하디 귀하게 여겨주시니 그럴법도 하다.

아무리 힘들고 지친 세상이라도 산 정상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멋지고 황홀할 수가 없다.
스님이 세상과 한발짝 떨어져 세상을 관조하시는,
그 넓으신 포용력과 따사로운 마음을 좀더 잘 표현하기 위해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흰구름을 화자로 선택하신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옹다옹, 복닥거리며 살아봤자 몇백년 살 것도 아닌 인생.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고작 점 하나로밖에는 안보이는 집을 사기 위해 
내가 몇년을 고생했나 싶어 때론 허망하기도 하지만
스님과 같이 세상과 조금 떨어져서, 마치 높은 정상에서 바라보듯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다면
지금과 똑같은 세상이라 해도 전과는 달리 보이고
훨씬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노란 은행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은
하얀색 길과 어우러져 어느 것이 길인지, 어느 분이 스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하얀색 길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스님처럼
나혼자 잘났다고 목소리 높여 살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세상의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내 한몸 맡겨보라는 
깊은 가르침이 귓가에 쟁쟁히 전해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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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초승달문고 20
김옥 지음, 백남원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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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콘센트가 없네. 진아, 네 콧구멍에다 꽂아다겠다."
"진아, 우리 국자에다 뽑기해먹을까?"

무슨 이야기냐구요? 바로 저희 외삼촌 이야기랍니다. ^^

어렸을적 저희 집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작은 이모까지 모두 모여사는 대가족이었어요.
저희 삼촌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걸핏하면 저랑 언니를 골려먹었답니다.
선머슴같지만 그래도 여자아이들인데 하나도 봐주지 않고 
씨름을 해서 바닥에 메다꽂질 않나
콘센트 없으니 제 콧구멍에다 코드를 꽂겠다고 하질 않나
넓적한 제 얼굴을 보면서 
"밀가루 반죽해서 벽에다 던진뒤 눈코입만 만들면 딱 진이 너라니깐." 하고 놀려대질 않나 
할머니한테 그렇게 혼나면서도 국자에다 뽑기를 해서 저희랑 킥킥대며 먹다가
걸핏하면 시커멓게 태워먹기까지~ ㅋㅋㅋ
기호 삼촌 못지 않게 장난기 가득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아주 재미난 삼촌이었답니다.
마룻바닥 아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고 마룻바닥을 몽땅 뜯어내고 
고양이를 구해낼 정도로 마음도 아주 따뜻한 삼촌이었어요.
그런 삼촌이 결혼한다고 미래의 숙모를 데려와서 빵을 사줄때
빵은 실컷 맛있게 먹고나서 
삼촌이 결혼한단게 샘나서 숙모를 괜시리 미워해본적도 있네요.^^

이 책은 이처럼 삼촌과 조카의 끈끈한 정이 넘쳐나는 책이랍니다.
기호 삼촌은 사법고시준비하다 그나마 포기하고
누나네 집(기백이네 집)에 얹혀사는 백수예요.
매형은 뱃일을 하고 누나는 꼬막 캐러 다니고 녹차 따기,쪽파작업, 감자 작업까지 하며
힘들게 일하는데 삼촌은 집에서 무협지나 텔레비젼만 보고 
엄마가 하라는 9급 공무원 시험공부도 안하고 만날 빈둥대기만 한답니다.
조카 기백이한테는
"네가 아직 1학년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숙제는 오늘 해봤자 내일 또 있거든. 
내일 더 잘하면 되는거야." (P30 중에서) 
이렇게 꼬드겨서 새우꽝을 사오라고 심부름 시키고 그걸 또 하나하나 세어서 
조카랑 반씩 나눠먹는 정말 철딱서니 없는 삼촌이기도 해요. ^^
기백이는 이런 삼촌이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과 결혼이라도 하길 바라는데
기백이의 소원은 이루어질까요? ^^

일찍 철이 든 속깊은 조카와 철부지 삼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정말 정겹고 재미난 책이었어요.
엄마, 아빠, 삼촌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다시 기백이를 가르쳐주시고
너무나 작은 학교지만 선생님과 부모님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정겨운 모습은
시골인심이란 저런거구나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한심한 삼촌이지만 남동생이 누구보다 잘 되길 바라는 기백이 엄마,
그런 삼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백이 아빠,
치사하고 더럽다고 흉보면서도 삼촌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카까지,
끈적한 가족애까지 두루 보여주는 정감있는 책이었어요.

누가 방귀만 뀌어도 다음날로 소문이 날만큼 작은 시골동네에서 펼쳐지는
알콩달콩, 삼촌과 조카의 흐뭇한 이야기가 푸근하고 정겨운 그림과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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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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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내 인생의 천직을 찾게 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P83 中 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전략정보부 소속으로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 파견근무 중 
역시 그곳에 파견근무중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공보원 전시부서 책임자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 배운 프랑스요리로 다수의 요리책을 펴내고 
TV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 요리를 미국 설정에 맞게 소개해
"미국 요리의 대모"란 호칭을 얻은 여인, 줄리아 차일드의 자전적 소설이다.
(지은이 소개 中 에서)

요리라곤 전혀 할 줄 모르던 평범한 주부 줄리아가
남편을 따라  간 낯선 프랑스에서 프랑스요리를 배우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되고
천직을 찾게 된단 근사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은 
실제이야기인데다 줄리아와 주변인물들의 흑백사진이 실려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드라마 스타*에서 김혜수가 우아하게 발음헀던 루앙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라따뚜이
(그나마 책에서는 라타투이로 표기돼있어 하마터면 모르는 단어인줄 알았을거다. ^^::) 
두개의 단어 정도 말고는 모두 생소한 단어들이라 
내가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 온듯한 착각과 설렘, 동시에 당혹감도 느끼게 해주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집안에서조차 입김이 허옇게 나올 정도로 극심한 추위에 시달리는데다 
남편의 쥐꼬리만한 월급에 부족한 것이 많아보이는 생활이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모든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즐겁고 낭만적으로 사는
그녀의 유쾌하고 활달한 성격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책이었다.
미식가에 예술가적 기질이 풍부한 멋진 남편이지만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적 성향 탓에 살아가는게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그런 남편의 장점만을 끄집어내 볼 줄 아는 줄리아와
아내의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힘을 북돋워주는 폴(줄리아의 남편)을 지켜보면서
안팎으로 서로 보듬어줄줄 아는 그들의 따뜻한 부부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귀찮은줄 모르고 기꺼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줄 아는 따뜻한 정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끝없이 빠져들 수 있는 그녀의 열정,
이국인에게 배타적 성향을 보이는 프랑스인들을 몽땅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그녀의 놀라운 친화력, 
남편과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겪에 되는 근사한 음식과 현지의 정취들은 
모두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정도였다.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의 감상과 경험을 위주로 서술해나갔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잘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출판사의 서평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리없이 술술 읽히는 장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가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지극히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열거해
하품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흔히 수상소감에서 고마운 사람을 언급할때 
한사람이라도 빼먹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들을 원망을 염려해 
줄리아가 아는 사람들 모두를 일일이 소개해줘서 
안그래도 동양인인 내겐 익숙치 않은 이름들인데 
낯선 외국인들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사람이 그 사람이었던가 하고 
종종 앞장을 다시 읽어보게도 만들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가끔씩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둣한 경향이 좀 있긴 했지만 
이야기 하나라도 빠뜨릴까 신이 나서 조카딸과 이야기를 나눴을 
그녀의 반짝이는 귀여운 눈빛이 떠올라 이쯤이야 하고 충분히 참아낼만큼 
정말 사랑스런 줄리아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학교(꼬르동 블루)에 다니기 전에는 허브와 양념을 너무 많이 넣엇으나 
이젠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고스란히 끌어내는 전통적인 프랑스 방식을 알게 되었다." 
P82 中에서
결혼 11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국이 맛없다 싶으면 
마법의 양념이라 불리우는 화학조미료도 서슴지 않고 넣는 나로서는 
그녀가 도달한 요리의 경지가 참으로 부러운 대목이었다.
닭고기다운맛이 나는 닭구이라~
맛이 안난다 싶으면 맛이 날때까지 똑같은 화학조미료를 넣어서
소고기 무국과 콩나물국 맛이 같게끔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요리솜씨가 마냥 부러웠고 질투도 살짝 났다.
물론 그녀처럼 요리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도 없고
요리를 즐겨본적도 없으니 나도 지금이라도 배운다면, 그녀처럼 요리를 즐기게 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단 뜻모를 자신감과 욕심도 생겼지만 말이다.

살다보면 대체 내가 왜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은 왜 이리 재미없지? 
내 존재 자체가 시시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기다림과 설렘으로 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게
아까울만큼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우리가 살면서 과연 몇년이나 될까?
남편을 따라 찾아간 타국에서 뜻하지 않게 접해본 요리의 세계에 환호하고
천직까지 찾아낸 누구보다 멋진 줄리아의 인생을 읽고 
나도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보는건 어떨런지?

인생의 행복이란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으르고 핑계 많은 나같은 이들의 것이 아니라 
줄리아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온전한 몫이라 생각하니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안심도 되고 
한편으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걱정스럽고 뜻모를 질투도 난다.  
그녀처럼 멋지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처럼 근사하고 의미있게 살아보려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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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 : 떠오르는 태양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
이문열 원작, 형민우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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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위엄 있게, 커다란 손을 뻗치고 있는 진시황제와 그의 군대의 멋진 그림에 반해
아들과 함께 꼭 읽어보고 싶던 초한지를 드디어 읽었답니다.
흥미진진한 내용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그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돼서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정말 끝난건가 싶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책이었어요.
다음편이 나오면 꼭 봐야지 하고 아들보다 제가 더 신이 나 본 책이기도 하답니다. ^^

신랑이 절 속상하게 했던 말처럼 쓸데없는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잘도 기억하면서 
전 역사에 있어서만큼은 기억력이 정말 제로예요.
그래서 분명 삼국지는 읽은 기억이 나는데 
초한지는 제가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제가 읽었든 안읽었든 이 책을 읽고 
초한지를 아주 본격적으로 읽고 싶단 욕심이 생겼어요. 
연의소설(정사에 실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덧붙인 역사소설을 
중국에서는 ’연의소설’ 로 부른대요 - 아는만큼 재미있는 초한지 中 
"초한지는 어떤 책일까? 中에서)의 대표주자인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워낙 역사에 있어서만큼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기억을 못하지만 
읽고서 100가지 중 1가지만 기억한대도 아님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한대도 
너무 의미있는 시간일 것 같아서요. ^^ 

한, 조,위,초,연,제 이렇게 6국을 차례로 정복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인 진나라를 세운 위대한 황제지만  
만리장성 축조를 위한 노동력 착취와 분서갱유까지
잔인하고 무서운 법을 내세워 폭정을 일삼았던 진시황제에 맞설 
새로운 영웅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천년만년 계속될 것 같았던 진나라였지만 난세일수록 영웅은 태어나는 법,
지금은 한량이지만 따르는 이가 유독 많았던 유방과
진나라에 망한 초나라의 명장 항량의 조카이자 
오늘날에도 엄청난 힘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항우, 이렇게 두사람을 중심으로
유방을 보좌해줄(혹은 지금 보좌해주고 있는) 한신, 소하.장량, 번쾌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들의 산에서 스승님한테 이제 하산하라는 명을 받은 큰 제자 목과 작은 제자 수는
세상으로 내려가 진나라 다음 제국의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유방과 항우,
두사람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고 인간의 꿈에 대해 배워오라는 과제를 받게 됩니다.
목은 독수리로 변해 유방을 찾아가고, 수는 족제비로 변해 항우를 찾아간단 
재미난 설정은 만화다운 발상으로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줍니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항우와 유방의 인간 됨됨이와 앞으로의 포부만을 보여줬음에도 너무 흥미진진했고
2편을 당장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
1편에서 항우는 무예를 연마하고 병서를 읽으면서 앞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유방은 인간다운 매력은 있지만 어딘지 허술해보이고 엉뚱해보이기만 할뿐 
아직 이렇다할 뛰어난 뭔가를 보여주지 않아서 
2편에서는 아주 멋진 뭔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더 기대하게 만드네요.

이 책의 백미라고 해도 좋을 진짜 좋은 내용은 만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아는만큼 재미있는 초한지라는 코너를 마련해뒀는데
초한지는 어떤 책일까? 부터 시작해 진시황제, 진나라의 통일과정. 
진나라의 통치제도인 군현제. 만리장성과 만리장성에 얽힌 비극, 맹강녀의 사연과 
과하지욕이라는 고사성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등까지
역사공부하는 재미 또한 굉장한 책이었어요.
앞서 소개한 만화의 장면들을 이용한 4컷짜리 짧은 만화 10편도 맨 뒷장에 실려있는데
콩트를 연상시키는 아주아주 재미난 만화였답니다. 

거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체격의 인물들,
동양의 미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한지위에 그려진 듯한 결이 살아있는 멋진 그림 역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주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뭐하나 뺄 것도 보탤 것도 없이 정말이지 완벽한 학습만화였어요.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2편이 빨리 출간됐음 좋겠단 거 뿐일 정도로요. ^^

장편소설인 초한지를 읽기에는 아직은 버거운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춰
너무도 알차고  재미난 학습만화를 만들어주셔서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픈 엄마로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
2편도 정말 기대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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