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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마침내 내 인생의 천직을 찾게 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P83 中 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전략정보부 소속으로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 파견근무 중
역시 그곳에 파견근무중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공보원 전시부서 책임자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건너가 배운 프랑스요리로 다수의 요리책을 펴내고
TV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 요리를 미국 설정에 맞게 소개해
"미국 요리의 대모"란 호칭을 얻은 여인, 줄리아 차일드의 자전적 소설이다.
(지은이 소개 中 에서)
요리라곤 전혀 할 줄 모르던 평범한 주부 줄리아가
남편을 따라 간 낯선 프랑스에서 프랑스요리를 배우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되고
천직을 찾게 된단 근사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은
실제이야기인데다 줄리아와 주변인물들의 흑백사진이 실려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드라마 스타*에서 김혜수가 우아하게 발음헀던 루앙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라따뚜이
(그나마 책에서는 라타투이로 표기돼있어 하마터면 모르는 단어인줄 알았을거다. ^^::)
두개의 단어 정도 말고는 모두 생소한 단어들이라
내가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 온듯한 착각과 설렘, 동시에 당혹감도 느끼게 해주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집안에서조차 입김이 허옇게 나올 정도로 극심한 추위에 시달리는데다
남편의 쥐꼬리만한 월급에 부족한 것이 많아보이는 생활이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모든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즐겁고 낭만적으로 사는
그녀의 유쾌하고 활달한 성격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책이었다.
미식가에 예술가적 기질이 풍부한 멋진 남편이지만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적 성향 탓에 살아가는게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그런 남편의 장점만을 끄집어내 볼 줄 아는 줄리아와
아내의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힘을 북돋워주는 폴(줄리아의 남편)을 지켜보면서
안팎으로 서로 보듬어줄줄 아는 그들의 따뜻한 부부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귀찮은줄 모르고 기꺼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줄 아는 따뜻한 정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끝없이 빠져들 수 있는 그녀의 열정,
이국인에게 배타적 성향을 보이는 프랑스인들을 몽땅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그녀의 놀라운 친화력,
남편과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겪에 되는 근사한 음식과 현지의 정취들은
모두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정도였다.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의 감상과 경험을 위주로 서술해나갔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잘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출판사의 서평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리없이 술술 읽히는 장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가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지극히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열거해
하품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흔히 수상소감에서 고마운 사람을 언급할때
한사람이라도 빼먹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들을 원망을 염려해
줄리아가 아는 사람들 모두를 일일이 소개해줘서
안그래도 동양인인 내겐 익숙치 않은 이름들인데
낯선 외국인들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사람이 그 사람이었던가 하고
종종 앞장을 다시 읽어보게도 만들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가끔씩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둣한 경향이 좀 있긴 했지만
이야기 하나라도 빠뜨릴까 신이 나서 조카딸과 이야기를 나눴을
그녀의 반짝이는 귀여운 눈빛이 떠올라 이쯤이야 하고 충분히 참아낼만큼
정말 사랑스런 줄리아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학교(꼬르동 블루)에 다니기 전에는 허브와 양념을 너무 많이 넣엇으나
이젠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고스란히 끌어내는 전통적인 프랑스 방식을 알게 되었다."
P82 中에서
결혼 11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국이 맛없다 싶으면
마법의 양념이라 불리우는 화학조미료도 서슴지 않고 넣는 나로서는
그녀가 도달한 요리의 경지가 참으로 부러운 대목이었다.
닭고기다운맛이 나는 닭구이라~
맛이 안난다 싶으면 맛이 날때까지 똑같은 화학조미료를 넣어서
소고기 무국과 콩나물국 맛이 같게끔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요리솜씨가 마냥 부러웠고 질투도 살짝 났다.
물론 그녀처럼 요리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도 없고
요리를 즐겨본적도 없으니 나도 지금이라도 배운다면, 그녀처럼 요리를 즐기게 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단 뜻모를 자신감과 욕심도 생겼지만 말이다.
살다보면 대체 내가 왜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은 왜 이리 재미없지?
내 존재 자체가 시시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기다림과 설렘으로 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게
아까울만큼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우리가 살면서 과연 몇년이나 될까?
남편을 따라 찾아간 타국에서 뜻하지 않게 접해본 요리의 세계에 환호하고
천직까지 찾아낸 누구보다 멋진 줄리아의 인생을 읽고
나도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보는건 어떨런지?
인생의 행복이란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으르고 핑계 많은 나같은 이들의 것이 아니라
줄리아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온전한 몫이라 생각하니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안심도 되고
한편으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걱정스럽고 뜻모를 질투도 난다.
그녀처럼 멋지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녀처럼 근사하고 의미있게 살아보려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