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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ㅣ 초승달문고 20
김옥 지음, 백남원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어라, 콘센트가 없네. 진아, 네 콧구멍에다 꽂아다겠다."
"진아, 우리 국자에다 뽑기해먹을까?"
무슨 이야기냐구요? 바로 저희 외삼촌 이야기랍니다. ^^
어렸을적 저희 집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작은 이모까지 모두 모여사는 대가족이었어요.
저희 삼촌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걸핏하면 저랑 언니를 골려먹었답니다.
선머슴같지만 그래도 여자아이들인데 하나도 봐주지 않고
씨름을 해서 바닥에 메다꽂질 않나
콘센트 없으니 제 콧구멍에다 코드를 꽂겠다고 하질 않나
넓적한 제 얼굴을 보면서
"밀가루 반죽해서 벽에다 던진뒤 눈코입만 만들면 딱 진이 너라니깐." 하고 놀려대질 않나
할머니한테 그렇게 혼나면서도 국자에다 뽑기를 해서 저희랑 킥킥대며 먹다가
걸핏하면 시커멓게 태워먹기까지~ ㅋㅋㅋ
기호 삼촌 못지 않게 장난기 가득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아주 재미난 삼촌이었답니다.
마룻바닥 아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고 마룻바닥을 몽땅 뜯어내고
고양이를 구해낼 정도로 마음도 아주 따뜻한 삼촌이었어요.
그런 삼촌이 결혼한다고 미래의 숙모를 데려와서 빵을 사줄때
빵은 실컷 맛있게 먹고나서
삼촌이 결혼한단게 샘나서 숙모를 괜시리 미워해본적도 있네요.^^
이 책은 이처럼 삼촌과 조카의 끈끈한 정이 넘쳐나는 책이랍니다.
기호 삼촌은 사법고시준비하다 그나마 포기하고
누나네 집(기백이네 집)에 얹혀사는 백수예요.
매형은 뱃일을 하고 누나는 꼬막 캐러 다니고 녹차 따기,쪽파작업, 감자 작업까지 하며
힘들게 일하는데 삼촌은 집에서 무협지나 텔레비젼만 보고
엄마가 하라는 9급 공무원 시험공부도 안하고 만날 빈둥대기만 한답니다.
조카 기백이한테는
"네가 아직 1학년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숙제는 오늘 해봤자 내일 또 있거든.
내일 더 잘하면 되는거야." (P30 중에서)
이렇게 꼬드겨서 새우꽝을 사오라고 심부름 시키고 그걸 또 하나하나 세어서
조카랑 반씩 나눠먹는 정말 철딱서니 없는 삼촌이기도 해요. ^^
기백이는 이런 삼촌이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과 결혼이라도 하길 바라는데
기백이의 소원은 이루어질까요? ^^
일찍 철이 든 속깊은 조카와 철부지 삼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정말 정겹고 재미난 책이었어요.
엄마, 아빠, 삼촌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다시 기백이를 가르쳐주시고
너무나 작은 학교지만 선생님과 부모님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정겨운 모습은
시골인심이란 저런거구나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한심한 삼촌이지만 남동생이 누구보다 잘 되길 바라는 기백이 엄마,
그런 삼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백이 아빠,
치사하고 더럽다고 흉보면서도 삼촌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카까지,
끈적한 가족애까지 두루 보여주는 정감있는 책이었어요.
누가 방귀만 뀌어도 다음날로 소문이 날만큼 작은 시골동네에서 펼쳐지는
알콩달콩, 삼촌과 조카의 흐뭇한 이야기가 푸근하고 정겨운 그림과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