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를 바꾸다 아이앤북 창작동화 22
고정욱 지음, 에스더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해봤을 재미나고 엉뚱한 상상을 책 속 현실로 만들어준 책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
두 가족의 모임에서 
일주일동안 엄마, 아빠를 바꾸고 아들을 서로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장난삼아 나왔는데 
실제로 아들과 부모님을 바꿔 생활해본 경진이와 영준이네 가족 이야기거든요.^^
결론은 짐작하셨듯이 "바꿔보니 역시 우리 가족이 최고!" 란 거지만
재미난 상황들이 끊임없이 웃음을 전해줍니다. 

영준이는 벌레 따위는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로 사내아이답게 씩씩하고 
배고프면 라면도 혼자 끓여먹을만큼 수단도 좋고 넉살도 좋은 아이지만
영어공부도 싫어하고 방청소도 전혀 안하는 상당히 지저분한 아이라
영준이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듣곤 합니다.
반면에 경진이는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공부를 잘하고 
어른 빰치게 정리정돈도 기막히게 잘하지만
벌레를 끔찍이도 무서워하고 운동도 싫어하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약해빠진 샌님 같은 스타일이라
경진이 엄마, 아빠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하죠. 

일주일간 부모님과 아들을 서로 바꿔보니 
처음엔 (남의 자식의) 장점으로 보였던게 
슬슬 참아내기 힘든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 자식의) 단점으로 보였던건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참 아이러니하고 재밌습니다.

영준이 부모님은 
덜렁댄다며 못마땅하기만 했던 영준이의 단점이 실은 아주 사내다운 거였단걸 알게 되고
경진이 부모님은
사내답지 못해도 매사 차분한 경진이가 
터프하고 지저분한 영준이보다 훨씬 낫단 걸 깨닫게 됩니다.  

남의 자식 장점은 크게 보이고 자기 자식의 단점은 크게 보이는건
책속에서도 마찬가지라 상황이 정말 재밌었어요. ^^

저 역시 영준이, 경진이 부모님들처럼
우리 아들의 단점은 아주 크게, 장점은 아주 작게 보는 독특한 재주가 있습니다.
우리 아들은 사내아이답지 않게 마음 씀씀이가 참 섬세하고 고운 아이예요.
처음 뵙는 어르신들께도 인사를 잘해 아파트 내에서는 착한 아이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제 얼굴은 몰라도 우리 아들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유모차를 끌고 내리는 아주머니나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먼저 내리지 않고 엘리베이터 열림 단추를 계속 눌러주기도 할 정도로 착합니다.
하지만 전 우리 아들이 못마땅합니다.
실은 착하지 않은데 착해보이려 애를 쓰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혹 하기 싫은데 칭찬 듣기 위해 저런 일을 하는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착하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세상이라 친구한테도 이웃한테도 양보만 하는 아들이
엄마인 제 눈엔 바보 같아 보이고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실제로 착한 걸 이용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우악스러운 것보다는 낫다고 안도하면서도 손해는 보지 않을만큼 적당히 착했음 하는게
제 솔직한 바람입니다. ^^;;
단점이라면 성적은 그리 나쁘진 않지만 공부는 썩 잘하지 못한다는거죠.
요즘 아이들 너도나도 다 올백입니다. 
90점 정도 맞아서는 잘하는 아이들과 어깨도 나란히 할 수 없죠. 
성격은 섬세한데 왜 시험지 볼때는 섬세하고 차분하질 못할까요? 
시험지를 대충 풀고 먼저 선생님께 제출한 다음 
평소엔 잘 읽지도 않는 책을 봤다고 했을때 
속에서 부글부글 울화가 치밀어올라 등짝을 퍽 소리나게 때려줬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것만큼 자기 성적도 배려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진이랑 비교하기에는 공부를 잘 못하고
영준이랑 비교하기에는 사내답지가 못하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 아들은 경진이, 영준이보다 몇배 낫습니다.
경진이처럼 영어 발음 좋다고 영어학원 선생님을 은근히 무시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만큼 남을 잘 배려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영준이처럼 남의 집을 정신없이 어질러놓을만큼 무신경하지 않습니다.
자기 방은 어질러놓을지언정 남의 집에선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만큼
싹싹하고 예의 바른 아이죠. ^^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 제 외(여)조카는 각종 상을 휩쓸만큼 똑소리나는 아이입니다.
선생님과 상담할때 언니한테 
"어머님은 무슨 걱정이 있으시겠어요?"라고 이야기할정도로
매사 똑부러지는데다 이모인 저하고도 죽이 척척 잘 맞습니다.
하지만 잔정이 없어 가끔 저를 아주 서운하게 만들죠.
시시때때로 책선물에 옷선물을 해주고 하나밖에 없는 조카라고 금이야 옥이야.
어찌보면 우리 아들한테 줄 사랑의 배 이상을 쏟아부었는데도
피 한방울 안들어갈듯 차갑고 자기 엄마 밖에 모르니 제가 서운할밖에요.

그런데 우리 아들한테는 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본적이 한번도 없네요.
매사 누나처럼 하라며 우리 아들한테 대놓고 상처를 줬던게
이 책을 읽고난 후 그렇게 미안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경진이보다, 사내다운 영준이보다, 매사 똑부러진 우리 조카보다
어수룩하지만 정 넘치는 우리 아들이 전 최고로 좋습니다.
내년이면 하버드에 들어갈 아들딸이 제 아들딸하겠다고 경쟁한대도
우리 아들과 절대 바꾸지 않을겁니다. 그만큼 우리 아들이 제게는 최고니까요.
이런 제 마음을 우리 아들 꼭 껴안으며 지금 당장 온몸으로 표현해봐야겠습니다. 
"우리 아들이 최고야.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영원히 최고!" 라고 이야기하며 말이죠.

우리 아들이 역시 최고라 느끼게 해준 참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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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난 에세이 같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같이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한 사람한테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주 먼나라의 이야기인 듯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감동을 받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아가 치밀어오르기 때문이다.
'난 왜 저렇게 살지 못했을까?' 싶어 혼자서 머리를 쥐어박기도 하고
'지금 잘난 척 하는거야 뭐야?' 싶어 투덜대며 샘을 내기도 하고...

그런데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를 읽고는 에세이란 장르 자체가 좋아지려고 한다.
질투하면 혼날 것만 같다.
누가 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참 잘 살아내서 질투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무작정 김호기씨한테 달려가 무작정 "언니~" 하고 콧소리 내며 불러보고 
어리광도 실컷 부려보고 싶어진다.
이 언니~ 참 대책없이 멋지다! 
참 열심히 똑소리나게 잘 살아내서 손바닥이 새빨개지도록 열렬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언니한테 달려가 어리광 부리면 
그 푸근함으로 날 감싸안아주고 엉덩이를 토닥여줄 것도 같고
 비 오는 날엔 그 푸짐한 언니표 파전도 척척 부쳐줄 것만 같다.

3남 2녀중 막내. 
한 집에서 1년이상 살아본 적이 없을만큼 이사 다니기 바빴던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레슨비를 내고 교습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거의 독학하다시피 해 대학을 갔고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정단원이 된다.
하지만 8년간의 행복한 시향 생활도 왼손가락 이상으로 그만둬야했고
무작정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악기제작학교인 "크레모나 학교"에서 
바이올린 제작 마에스트라 자격증을 따고 금의환향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꿈에 다가서지 못하는 절절한 안타까움과 
그 속에서도 끝없이 피어내는 희망, 주변사람들과의 정 넘치는 교감,
돌아가신 어머니와 죽은 강아지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 등이 가득 담겨있다.

학창시절 독학으로 힘겹게 이뤄낸 꿈이 8년만에 무너져내렸다면?
평생의 보물인 자기 바이올린까지 팔아 유학 생활비로 충당해야했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서 한없이 무너져내렸을뿐 
그녀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는 도저히 내지 못했을거다.
이탈리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 당장 다음날 생활비를 걱정해야할만큼 힘겨운 유학생활.
일가친척 하나 없는 타국에서 이뤄낸 그녀의 값진 인생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멋부리지 않았지만 은근히 멋이 묻어나는 문장들, 그녀의 멋진 인생관이 곳곳에 묻어있어 
책을 더럽히고 싶진 않은 마음에, 머릿속에 그 문장들을 담으며 읽어내느라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데도 이 책을 읽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페이지 중간중간 실린 빛바랜 그녀의 유학생활 사진과 멋진 글귀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끝내주는 미인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참 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웃음이 이쁜 그녀의 사진, 
바이올린 사진에 더한 멋진 인생관이 가득 담긴 그녀의 글귀들이
한번쯤 더 들여다보고 싶을만큼 눈길을 잡아끈다.

그녀가 매력적인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멋진 성과와 피나는 노력 때문만은 아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그걸 쪼개고 쪼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눠줄줄 아는 넉넉한 인심과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만족할 줄 아는 그녀의 멋진 인생관도 
그녀를 멋져 보이게 하는데 아주 톡톡히 한몫을 한다.
바이올린의 주재료인 나무 하나를 사고, 전공서적을 사는데도
집었다 놨다 해야할만큼 넉넉치 않은 속에서도
친구들을 불러다 배불리 먹일 줄 아는 그녀의 푸근함에 어찌 감동받지 않을 수 있을까?
샘이 날 정도로 완벽한 인간관계 속엔 그녀가 말했듯 
남을 향한 따스한 배려가 있었음을 나 역시 가슴 속 깊이 기억해야겠다.

김호기씨만 따로 불러다 맛난 걸 해줬던 집주인 할머니,
자기 학과 공부에 방해되는 줄 모르고 김호기씨의 공부를 도와줬던 친구 마리안씨,
유학생활 떠나는 그녀에게 하얀 봉투를 건네주면 어학공부에 도움되게 
TV를 사보라던 친구 경미씨까지,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편애라고 했을만큼 
친구들뿐 아니라 교수님과 집주인 할머니, 주변상인들에게까지 질투나는 사랑을 받았던
그녀를 은근히 질투했던게 그녀의 이 말을 듣고보니 많이 미안해진다.
"주위에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내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적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냐고." 
- P 263 中 에서 -
댓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었던 후덕한 인심과 배려가 그녀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베풀었을때의 행복감과 몇배의 이자가 붙어 되돌아왔을때의 푸근함으로 다가왔으리란걸
제대로 한번 베풀어보지도 않고 질투만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어줬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 대책없이 멋지고, 인간성 정말 끝내준, 
참 잘 살아낸 한 여성의 성공 풀 스토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녀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또 그녀처럼 베풀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참 근사한 책!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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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탕카멘 - 고대 이집트의 소년 왕 디스커버리 시리즈 2
젠 그린 지음, 박수철 옮김, 줄리 르네 앤더슨 감수 / 대교출판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번 여름방학, 이집트 문명에 관한 전시회를 아쉽게도 다녀오지 못했다,
초대권 2장이 생겼는데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 지척에 있는데도 가질 못했다.
아들이 너무 가고 싶어했던 전시회였는데 데려가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전시회 데려간 것보다 더 멋진 대교출판의 책으로 대신해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 느낌은 솔직히 이렇다.
’전시회를 다녀왔다 해도 아들과 내가 이렇게 만족할 수 있었을까?’
물론 사전 지식을 쌓을 목적으로 이 책을 미리 숙지하고 전시회를 다녀왔다면 
그 효과와 만족은 배가 됐겠지만
사전 지식 없이 그냥 눈으로만 보고 온거라면 이 책만큼은 절대 만족할 수 없었을거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여기저기 꼼꼼이 둘러보고 눈과 가슴에 담아왔다해도
책의 반의 반만큼도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 같다.

까만색 바탕에 흰색 글씨라 
눈에도 더 잘 들어오고 참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팍팍 전해져온다.
무엇보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팝업북 형식을 적절히 이용해
실제 이집트에서 모험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확 살려준 점에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국의 고고학자 카터가 발굴한 투탕카멘의 무덤을 
실제로 우리도 같이 발굴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파라오의 무덤을 발굴하는 꿈을 꾸던 카터는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
영국의 부자귀족 카나본 경을 만나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몇년간은 발굴 작업이 힘들었고 
종전 이후에도 5년간이나 무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카터의 발굴일지 中 에서 발췌-

그들이 힘겹게 찾아낸 투탕카멘의 무덤을 
우리는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구경해도 되는건가 미안한 맘이 들 정도로
무덤에서 나온 무수한 유물들의 풍부한 실사가 알찬 정보와 함께 가득 실려있다.
카터의 발굴 일지와 함께 카터의 실제 발굴 사진도 가득 실려있어
우리도 발굴현장에 같이 있는 듯한 묘한 흥분을 맛보게 해주고
책장을 펼 때마다 뽕 하고 튀어나오는 수많은 팝업들은 도무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구석구석 볼 것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할지, 뭐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을 정도다.

전시회를 가서 친절한 가이드를 쫓아다니며 설명을 듣는다해도.
아님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다니며 구석구석 빠짐없이 살펴보고 듣는다해도
이 책 한 권이 주는 만족감만큼은 절대 못할 것 같다.

"파라오가 세상을 떠나면 
파라오가 신들이 있는 사후 세계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성대하게 장례를 치르고 정성껏 무덤을 만들었어요." P 16 中 에서 
 
생전에 그렇게 힘센 파라오도 아니었다는데도 이정도의 유물이 쏟아져나온다면
이집트의 내로라하는 파라오의 무덤에서는 어느 정도의 유물이 쏟아져나왔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유물들이 상당하다.
전시회에 가지 않으면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한 유물들을 
단순히 소개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우리도 카터와 같은 고고학자가 돼 함께 발굴하는 듯한 짜릿한 만족감을 주기도 했고
책장을 펼칠 때마다 툭 튀어나오는 큼직한 사이즈의 팝업북 형식도, 
카터의 발굴일지와 함께 실린 그 당시의 실제 발굴 사진이 가득 실린 것도,
사후 세계를 중시했던 이집트인들의 생각, 그들이 모신 여러 신들에 대한 설명, 
미라를 만드는 자세한 과정 등등까지 자세히 실려있어 더없이 좋았다.

투탕카멘의 무덤 하나를 통째로, 독자가 실제로 보고 나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생생한 사진과 자세한 설명들이 가득해서 눈과 머리가 모두 즐거워지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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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동화 - 마음을 어루만지는 즐거운 동화 여행 20
묘랑 그림, 이미애 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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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동화란 제목을 보고  알록달록 색색깔의 알사탕처럼 
여러가지 맛과 향이 나는 달콤한 이야기로만 가득찬 줄 알고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내용이 알사탕처럼 달콤한 상상력으로 가득차있지만
단순한 달콤함만을 전해주는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울림까지 전해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알사탕 동화란 제목 바로 위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알사탕을 먹는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
달콤함을 더 빨리, 더 많이 느껴보고 싶어 
알사탕을 한입에 와드득 깨물어먹는 사람도 있지만 
걔중엔 달콤한 알사탕이 입안에서 빨리 녹는게 아까워 
아주 살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입안에서 녹여먹으며 
그 달콤한 향과 맛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사람도 있다. 
알사탕 동화는 맛으로 따지자면 후자에 어울리는 동화다.
와드득 한번에 깨물어 먹고 싶을만큼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단맛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입안에 넣고 천천히 녹여먹으면 먹을수록 그 참맛을 알 수 있는, 
맛이 그리 달지 않은 알사탕 맛이 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깨닫지 못할만큼 
아주 작은 행복에 만족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천천히 음미해보면 볼수록 그 맛과 향이 참 달콤해서 
한권의 근사한 잠언집을 읽는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온몸 가득, 주인공들이 느꼈을 작은 행복이 내게도 달콤하게 전해온다.
와드득 한꺼번에 깨물어 없애버리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상상력도 무궁무진, 참 기발하다.
구름솜을 누벼 만든 작은 의자에서 졸던 하늘아기가 빨아먹던 은빛 사탕이
구름 아래로 떨어져서 동그마한 섬 위에 떨어졌는데 
그 땅 위에서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사탕이 단단한 씨앗이  돼 사탕나무가 열렸단다.
사탕섬에서는 해마다 주렁주렁 사탕열매가 열리고 
"사탕이야말로, 사탕섬 사람들에게는 양식과 조미료가 되며 
심하게 앓을 때는 특효약이 되었다," (P 17~18 中 에서) 
이 사탕나무를 탐을 낸 나쁜 파란수염 아저씨가 사탕섬에 오게 되고
말썽이와 말썽이의 세 친구들을 꼬드겨 주문을 외우게 하고 
사탕나무를 죽이고 사탕나무 씨앗을 훔쳐간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아기 새를 돌보며 행복해하는 나무 인형 부부의 이야기,
왼쪽 빰에 난 파르스름한 점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가
인어공주를 만나는 이야기도 나오고 
곧 사라져버릴 늙고 힘없는 한줌의 바람 이야기도 나온다. 
이외에도 곱사등의 부모를 둔 여자아이의 이야기도 나오고 
어찌보면 참 황당한 꿈을 가진 두 나무의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작가가 말한 대로 제각각 여러가지 맛을 전해준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나서 씩씩거릴 때, 너무너무 심심해서 하품 날 때,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할 때 펼쳐들고 
한 편 한 편씩 야금야금 읽다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예요." 
-작가의 말 中 에서-

정말이지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소한 행복이 내 온몸을 감싸는듯 입안에서 달콤한 향내가 폴폴 풍겨나오는 것 같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알사탕 동화" 란 제목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

앞장을 읽으면서 뒷장이 궁금해 못견디겠을만큼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각의 다른 맛이 나는 6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동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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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키친 사랑을 굽다
리자 팔머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로맨틱 무비 한편을 본 것처럼 가슴이 설레이는 책이다.
멋진 일에 근사한 남자까지 찾게된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사랑과 일, 부모님들까지 모든 것에 불만투성이었던 그녀가
만족스런 일과 근사한 사랑을 찾아내고 가족과 관계회복까지 하는 내용이니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더없이 달콤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엘리자베스가 구워내는 달콤한 케이크처럼.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정말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조건의 여자다.
아버지는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유명작가,
어머니는 포스터 가문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유일한 상속녀,
오빠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유명작가,
남자친구 윌은 세계 각국을 누비는 기자,
엘리자베스 자신은  5성급 유명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이다.
이 정도로 완벽하다 못해 질투가 날만큼의 조건을 갖춘 여자가
시도때도 없이 투덜거린다.
처음엔 사실 듣기가 조금 거북할 정도였다.
뭐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여자가 "이쯤이야 기본이고 난 더 많은 걸 원해." 
이렇게 투덜대는 넋두리를 들어주는 기분이라 
읽으면서도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전교 1등만 하는 아이가 전과목 통틀어 1개 틀려놓고
세상이 무너진듯 울며불며 난리치는걸 지켜볼 때 딱 이런 느낌이리라.
"고작 레스토랑 메뉴판에나 이름을 올릴 뿐이다.(P 15 中 에서)" 라고
투덜대는 엘리자베스의 입을 살짝 꼬집어주고 싶을만큼 그녀가 얄미웠다. ^^;;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녀가 왜 현실에 만족못했는지 이해가 가서
그녀를 괜스레 미워했던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오빠 라스칼을 늘 못마땅해한다.
아버지가 이루어낸 일들이 워낙에 엄청나다보니 
아버지의 아들딸이란 이유만으로 그들이 받았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아버지와의 끊임없는 비교에 힘들고 지쳤을텐데 그런 사정은 전혀 봐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이정도 했으니 내 아들딸인데 너희도 이정도는 해야지 하는 식으로
당신이 이룬 만큼은 자식들도 꼭 이루어야한다고 아들딸을 끊임없이 다그친다.

엄마는 상류층가문 출신답게 체면치레만 중시한다.
여느 엄마들처럼 자식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보다는
자식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자선파티에 무엇을 내놓을건지를 궁금해하고
집안 인테리어 바꾸는데만 신경을 쓰는 듯하다.
라스칼이 아버지한테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하는데도 
그걸 아주 뒤늦게서야 알아차릴 정도로 무신경하기까지 하다.

남자친구 윌은 엘리자베스에겐 가족보다 편한 존재지만 늘 곁에 없다.
어쩌다 한번씩 만나서 식사하고 사랑을 나눌뿐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할때는 항상 어딘가 먼 곳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일도 불만이다.
유명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 그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도 많고
이 정도 위치까지 오기 쉽지 않단 것도 알지만
평일에는 새벽 가까운 시각까지 일을 해야하고 인간관계라고 해봤자
자기 일을 보조해주는 줄리와 와인을 마시는 정도. 
그나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계산에서일 뿐이지 
그녀가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중 이틀을 쉬는데 이틀동안엔 
그녀가 그동안 못봤던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레스토랑을 개업하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긴 하지만 
애초엔 5개년 계획이었던 것이 어느새 11개년 계획으로 늘어났다. 

엄마, 아빠는 차갑고 애인은 필요할때 옆에 없고 일은 피곤하고 꿈은 멀어져만 가고~
모든 것이 녹록치 않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 인생의 전부였던 윌을 대신해줄 사랑이 찾아온다.
엄마가 개최한 자선파티에서 만난 다니엘 설리반.
자신이 요리를 가르쳐주는 홈베이킹 개인교습권을 낙찰받은 다니엘 설리반과
수업을 거듭하면서 다니엘이 윌을 대신할만큼 근사한 사람이란 확신이 들었고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UCLA 농구팀 부코치인만큼 훤칠한 키에 남성다움도 매력적이었겠지만
자신을 페이지 가문의 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자로 대해주고
무엇보다 체면치레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행동하고 말하는데도
그녀를 편하게 받아주는 그에게 강하게 끌린다.
그동안은 낙찰받은 수강생들의 수업이 1회로 끝났지만
다니엘과 계속 만나고 싶은 생각에 그녀는 수업을 몇회 더 늘리고
거기에 한번도 해본적 없는 야외수업을 핑계로 데이트까지 즐긴다.
수업일수를 늘리고 야외수업을 가장한 데이트까지,
순발력도 대단하고 정말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매력이 철철 넘친다.

자선 파티, 휘황찬란한 대저택, 고가의 차들,
가난한 형편의 다니엘이 엘리자베스를 보며 느꼈듯이 
나 역시 그녀의 호사스러운 생활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질투도 났다.
하지만 비록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어도 
일도 사랑도 자기에게 맞춤한 듯 꼭 맞아 떨어지는 걸 찾아내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어 나 역시 그녀와 같이 기쁘고 같이 설레이는 시간이었다.

새벽 2시, 힘들어하는 엘리자베스가 밤늦게 전화했는데도 화내기는 커녕,
"이리로 와요.’" 따듯이 말해주고 
속옷 차림에 이불 한장 두르고서 문을 열어주며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말해주는 남자.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로지 잘난 척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최고의 화려한 디저트보다는
소박하면서도 먹음직한 디저트를 만드는 데 더 주력하게 됐다."
(P172 中 에서)
는 그녀의 말처럼
최고보다는 
자신도 만족하고 남들도 두루두루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랑과 일을 찾아낸 그녀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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