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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동화 - 마음을 어루만지는 ㅣ 즐거운 동화 여행 20
묘랑 그림, 이미애 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9년 9월
평점 :
알사탕 동화란 제목을 보고 알록달록 색색깔의 알사탕처럼
여러가지 맛과 향이 나는 달콤한 이야기로만 가득찬 줄 알고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내용이 알사탕처럼 달콤한 상상력으로 가득차있지만
단순한 달콤함만을 전해주는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울림까지 전해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알사탕 동화란 제목 바로 위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알사탕을 먹는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
달콤함을 더 빨리, 더 많이 느껴보고 싶어
알사탕을 한입에 와드득 깨물어먹는 사람도 있지만
걔중엔 달콤한 알사탕이 입안에서 빨리 녹는게 아까워
아주 살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입안에서 녹여먹으며
그 달콤한 향과 맛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사람도 있다.
알사탕 동화는 맛으로 따지자면 후자에 어울리는 동화다.
와드득 한번에 깨물어 먹고 싶을만큼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단맛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입안에 넣고 천천히 녹여먹으면 먹을수록 그 참맛을 알 수 있는,
맛이 그리 달지 않은 알사탕 맛이 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깨닫지 못할만큼
아주 작은 행복에 만족해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천천히 음미해보면 볼수록 그 맛과 향이 참 달콤해서
한권의 근사한 잠언집을 읽는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온몸 가득, 주인공들이 느꼈을 작은 행복이 내게도 달콤하게 전해온다.
와드득 한꺼번에 깨물어 없애버리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상상력도 무궁무진, 참 기발하다.
구름솜을 누벼 만든 작은 의자에서 졸던 하늘아기가 빨아먹던 은빛 사탕이
구름 아래로 떨어져서 동그마한 섬 위에 떨어졌는데
그 땅 위에서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사탕이 단단한 씨앗이 돼 사탕나무가 열렸단다.
사탕섬에서는 해마다 주렁주렁 사탕열매가 열리고
"사탕이야말로, 사탕섬 사람들에게는 양식과 조미료가 되며
심하게 앓을 때는 특효약이 되었다," (P 17~18 中 에서)
이 사탕나무를 탐을 낸 나쁜 파란수염 아저씨가 사탕섬에 오게 되고
말썽이와 말썽이의 세 친구들을 꼬드겨 주문을 외우게 하고
사탕나무를 죽이고 사탕나무 씨앗을 훔쳐간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아기 새를 돌보며 행복해하는 나무 인형 부부의 이야기,
왼쪽 빰에 난 파르스름한 점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가
인어공주를 만나는 이야기도 나오고
곧 사라져버릴 늙고 힘없는 한줌의 바람 이야기도 나온다.
이외에도 곱사등의 부모를 둔 여자아이의 이야기도 나오고
어찌보면 참 황당한 꿈을 가진 두 나무의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상상력이 참 대단하다.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작가가 말한 대로 제각각 여러가지 맛을 전해준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나서 씩씩거릴 때, 너무너무 심심해서 하품 날 때,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할 때 펼쳐들고
한 편 한 편씩 야금야금 읽다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예요."
-작가의 말 中 에서-
정말이지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소한 행복이 내 온몸을 감싸는듯 입안에서 달콤한 향내가 폴폴 풍겨나오는 것 같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알사탕 동화" 란 제목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
앞장을 읽으면서 뒷장이 궁금해 못견디겠을만큼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각의 다른 맛이 나는 6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동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