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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시릴 마사로토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서른 살의 남자로 성인용품점에서 근무한다. 정신적인 문제도 전혀 없고, 마약이라고는 입에 댄 적도 없고, 마침 그 날은 술도 안 마셨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하느님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 '나'는 내 집 거실의 소파에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TV앞에 멍청하게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펑하고 플래시가 터지듯이 불빛이 번쩍하더니 어느 틈엔가 하늘에서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늙은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느님이 왜 하필이면 비신자인 자기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속 만나기로 했다.
하느님을 만났다고 생활이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여전히 성인용품점에서 밤에 일한다. 유난히 한산해서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없던 날 저녁, 어떤 여자가 혼자 가게에 왔다. 성인용품점에 혼자 오는 여자는 드물다. 특히 밤 시간이라면 더욱 더. 더구나 예쁜 여자라면 더 그렇다. 알고 보니 내가 며칠 가게를 비웠을 때 대신 일했던 여자였다. 안경을 두고 갔다고 찾으러 왔다는데 어떻게 말 좀 해볼까 싶어서 수작을 걸었다. 그런데 괜히 한 거 같다.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한 여자가 나한테 넘어올 리가 없지 않나? 그 여자 이름은 알리스였다.
며칠 후, 여자가 다시 가게에 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터라 얘기나할까 하고 왔단다. 세상에, 어쩌다 보니 데이트가 계속됐고, 만난지 1주년이 되는 날 같이 살기 시작했다. 3주년이 됐을 때는 결혼을 했고, 5주년이 됐을 때는 아들 레오가 생겼다. 그 동안에도 하느님과 '나'의 만남은 계속 이어졌고, 어느새 하느님은 '나'의 친구가 돼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알리스를 만난지 9년이 됐을 때, 알리스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하느님도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분명히 나랑 엘리스랑 레오는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했었는데.
알리스를 만난지 15년이 되던 해, 하느님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행복한 삶'에 대해 비로소 깨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둘은 다시 친구가 돼 매 주 화요일 밤 11시에 만났다. 그 사이 레오는 성장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떠났고, '나'는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할 뻔 했었고, 손자가 태어났다. 그리고 알리스에게 그 날이 왔듯이 '나'에게도 그 날이 왔다.
하느님은 영혼의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나는 고민했고, 대답한 후, 하느님께 인사를 남기고 영원히 사라졌다.
이 책에는 하느님이란 이름의 신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신은 특정 종교의 하느님과 다르다. 그러니 이 책을 종교서적으로 접근하는 건 권하지 않겠다. 만약 그렇게 접근한다면 농담하고, 장난치고, 죽음 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심지어 펑펑 눈물 흘리는 하느님에게 화가 나서 이 책을 던질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그것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하느님의 질문에 '나'와 알리스가 했던 대답을 보면 아마 이해될 테니까. 짧고 유쾌하고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