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광고크리에이터 김혜경의 동경런치산책
김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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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김혜경, 26년 넘게 광고업계에 몸담고 있는 여자다.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라는 책을 낸 후 책 내는 데 재미를 붙여 동경 런치 산책에 참여하게 됐다. 잘 만다는 건 바나나 로프. 일행에는 자신의 남자도 끼어있다.
 

 그 박철양 원장은 처음엔 광고쟁이였다. 어쩌다 수의사로 전업을 했고, 이젠 커피 스페셜리시트도 병행하고 있다. 어찌어찌하여 아내인 김혜경의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메뉴를 시켜 이것저것 먹는 걸 좋아하는 아내와는 달리 그런 거 딱 질색이다. 자칭, 타칭 입맛 까다롭고 맛에 대해 민감한 혀를 가지고 있어서 일행으로 낙점된 게 아닌가 싶다.

 

 또 다른 그녀는 황선용이다. 20년 넘게 일본 지역 광고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다. 좋은 곳을 찾아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또 다른 그는 피터 한이다. 역시 또 다른 그녀 황선용과 같이 사는 사이다. 상업 사진 작가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 가서도 어디가 맛있는 집인지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초능력이 있다. 취미 중에 각종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 챙겨 먹기도 있다.

 

 또 다른 그는 유일한 싱글이다. 그리고 유일한 일본인이다. 철저한 의사 가문에서 태어나 현재 30여 명의 의사를 거느린 치과 병원의 원장이다. 오래 전에 돌싱이 된 후 아이들 도시락까지 일일이 다 쌌던 경력의 소유자다. 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40대 중반 이상으로 먹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철이 없고,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관심이 많고, 맛잇는 식당을 찾거나 훈수를 두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 등의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이 책의 일행이다.

 

 맛집으로 유명한 동경. 그 중에서도 맛있으면서 비싸지 않은 곳, 누구나 아는 그런 데 말고 동경사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그런 곳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들이다. 이 책을 읽는다 한들 "배도 고픈데 우리 일본으로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할 정도로 부르조아가 아닌 나는 책을 읽은 걸로 만족하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구성과 예쁜 담음새 등 눈이 즐거웠던 걸로도 충분히 배 부르다. 대신 곧 동경 여행 계획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세상의 '진짜'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내 자신도 진짜가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진짜를 경험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자(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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