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한 남자가 자신의 옷 안으로 지갑을 넣고있는 모습,
만화같은 표지이다. 이 표지만 보아도 대충은
소매치기게 관한 이야기구나 하는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별 기대없이 책을 펼쳤지만, 마지막 장을 다
읽었을때는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의 주인공이 소매치기 할때의 손의 동작부터, 주인공
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전달을 해주어서 생동감이 훨씬
살아났던 소설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니시무라는 도쿄에서 부유한 자들만의
지갑만 훔치는 '천재'소매치기다.
작가가 어찌나 그 훔치는 장면들을 표현을 잘 해
놓았는지, 정말이지 내가 괜히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던 때가 여러번이었다.
니시무라는 거대조직의 보스 기자키에 의해 강도살인
사건에 가담한 후 도쿄를 떠나서 살게 되는데,
우연히 어떤 슈퍼안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자(母子)를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요구에 의해서 그 아들은
슈퍼에서 계속 물건들을 훔치는데, 니시무라는 그 아들을
보면서 자기자신을 보는듯한지.. 그 아이에게 다가가
그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켜주려 노력을 한다.
자신은 지금의 인생에서 변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기에,
그 아이만이라도 구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니시무라는 평소와 같이 소매치기를 하다가
다시 보스 기자키를 만나게 된다.
나는 그전에는 기자키가 그렇기 무서운 인물임을 눈치채지
못했는데,,다시 니시무라를 만난 후 어떠한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 기자키는 니시무라에게 3가지 미션을
내리는데 아무런 힘이 없는 약자 니시무라 그 아들과 어미를 죽이겠다는
기자키의 협박에 하는 수 없이 그 미션을 받아들이고 만다.
2가지 미션은 원활이 진행이 되었지만, 마지막 미션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과연 니시무라가
어떻게 대처를 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니시무라는 그 일을 해결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참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니시무라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말했던 기자키..
내 머릿속에는 너의 운명의 노트가 있어, 너무 재미있어서 미칠 지경이야,
타인의 인생을 움직인다는 거, 과연 소년의 운명을 귀족이 모조리 쥐고 있었을까,
아니면 귀족에게 쥐어지는게 그의 운명이었을까 p160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나는 니시무라가
승리를 했다고 믿고싶다. 나의 운명은 내것이고 그 어느 누구도
접근 할 수 없는 것이다.
니시무라가 던졌던 동전이 시작이 되어, 그의 새로운
인생을 생각해본다.  흡입력도 강해서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었고 작가의 다음 작품도 자연스레 기대가 된다.
니시무라의 뒷 얘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카이네기생

카이네 기생 - 구슬픈 거문고소리에 살구꽃송이가 무심히 흐드러진다
장혜영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6월

이책은 표지부터 살펴 보아도 슬픔이 흐르고 있다.
한 여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고개만 살짝 돌려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함에 책장을 서둘러 넘겨 보았다.

어디선가 아득한 곳에서 어렴풋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네 할머니는 기생이었어. 저기 회령 기차역 북쪽의 북신지의 명월관 기생.”
“할아버진 일본 군인이었다. 네 몸속에는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단다.”
이 마지막 말씀이 아버지의 유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의 아들은 그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자신의 피를 확인하고자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행화.. 여리고 너무나 아름답고 가녀린 그녀..
행화는 어릴적 부터 기생이 될 운명을 타고 나서였을까..
기생월아의 거문고 소리에 빠져서 어미 서낭이 극구
말리고 또말려도 매일 월아에게 찾아가서 거문고와 소리
를 배우기 시작한다. 타고났던 아이여서 그러할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고 , 남들이 5년배워야 할것을 행화는
짧은 시간안에 터득하고 만다.
11살의 어린나이에 자신의 외할아버지로 인해서
기생집에 팔려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일본군 중위 야마자키
와의 악연이 시작된다.  행화는 자신이 사모하는 봉학을
위해 기생이 되었고, 봉학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야마자키
에게 자신의 순결을 주었다. 하지만 야마자키는 행화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행화로인해 죽음게 된다.
그때 행화는 야마자키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봉학이 함흥형무소로 이송될때 회령기차역 광장에서
행화는 이송되는 봉학을 보며 , 그 자리에 앉아
거문고를 켜는데.. 아리랑이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행화의 절절한 노랫소리와 가슴을 울리는
거문고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나 또한 가슴이 아팠다.

그뒤로도 수차례 봉학은 잡히고 탈출하고를 반복하게
되지만.. 끝내 행화와는 함께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행화 그녀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녀가 만약 자기가 나은 아이와 함께 야마자키 부모를
따라 일본에 건너갔더라면..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자신의 아이도 볼 수 없고, 사모하는 님 마저 볼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독립유공자 선정 및
처우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함께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행화는 도대체 보잘 것 없는 한낱 기생에
불과한지, 아니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여한 독립유공
자이신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행화는 한 남자를 너무나 사랑했던 평범한 여인이기도
했고, 독립군인 봉학을 위해 일본군 중위도 죽였다.
총, 칼만 들지 않았을 뿐 ,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문고와 소리로 자신이 사랑한 한 남자를..독립군인
봉학을 지키고자 한평생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분께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으리라..

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 천재사기꾼, 사랑을 위해 탈옥하다
스티브 맥비커 지음, 조동섭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6월

두 남자가 똑같은 죄수복을 입고 발에 쇠고랑까지
차고 있는데 , 책의 설명을 읽기 전까지는 둘이 어떤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도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생각이 딱! 들어 맞았다 ! 그 주인공들이
바로 필립모리스와 스티븐 러셀 이었던 것이다.
영화까지 나왔다고 하니 책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 분명하다.
5년 간 4번, 그것도 늘 12일의 금요일에 탈옥에
성공한 죄수 스티븐 러셀,  스티븐 러셀이 탈옥한 이유는
천진하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였던
것이다.  얼마나 사랑하고 또 사랑했기에
그 위험천만한 탈옥을 결심했는지 , 그리고 이 이야기
가 사실이라는 그 사실에 ! 너무나 놀라웠다.
스티븐은 처음부터 사기를 치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좋은 직장도 있었고, 아내와 예쁜 딸도 있는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일도 잘했고 주말엔 교회도 다니는..
그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인생이 바뀌고 마는데,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동성애자가 되어버리고, 감옥까지 여러번
왔다갔다하며 사기꾼으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스티븐 러셀은 교도소의 도서관에서 필립 모리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대화를 보니 그 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반해버린 것 같았다.
5년 간 4번! 13일의 금요일에 탈옥을 하는,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탈옥을 하는 스티븐 러셀의
기상천외한 탈옥 방법을! 흥미진진하게 책으로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전 수줍은 사람이 좋아요.”
“재미있는 분이시네.”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저는 수줍은 사람이 좋아요.”
“저도 그쪽이 마음에 들어요.”
“우리, 말하는 게 초등학생 같아요.”
“좋은 인연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인연이 될 겁니다. 얼마나 좋게 만들지는 우리 손에 달렸죠.”

올레, 사랑을 만나다

올레, 사랑을 만나다 - 섬 순례자 강제윤의 제주 올레길 여행
강제윤 지음 / 예담 / 2010년 6월

올레, 사랑을 만나다
제목부터 참 곱고 예쁘다. 그래서 마음이 더 끌렸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책을 열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제주의 올레길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들어가 있지만,
한단계 더 깊숙히 들어가서 제주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책을 덮고나서도 아직까지 기억이되는 '올레길 위의 사랑'
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올레길 위의 사랑에서는 죽음으로 사랑을 지킨 여자
홍윤애, 가파도의 로미오와 줄리엣 : 가파도의 이장님은
원수 집안의 여자를 사랑했는데..그 사랑을 10년만에
이루어 내셨다. 그리고 17년을 기다린 사랑이야기,
올레길에서 만난 집시 유퉁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
들이 오롯하게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제주 올레길을 가게된다면 꼭 춘자싸롱에는
들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많은 여행에세이를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읽는동안
그곳에 진심으로 가고 싶다고 느낀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올레길에 내가 걸어가는 느낌
이었고, 책을 다 덮고 나서는 당장이라도 길을나서
제주도로 날아가고 싶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
이 책과 함께 정말 제주도에서 올레, 사랑을 만나고 싶다.

 

올레길에서는 도달해야 할 목적지 따위는 잊자.
목적지에 가지 못한들 어떠랴.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선들 또 어떠랴.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여행을 떠난 순간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제리

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2010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제리'
어떠한 작가가 상을 거머쥐었는지 참 궁금해졌다.
책을 받아보니 파스텔 톤의 표지에 참으로 예쁘고
'제리'라는 책의 제목도 분위기와 뭔가 맞는 듯 하여
마음에 들었다. 책의 뒷편에는 '파괴적이고도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감동적인 성장소설'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장황한 소개처럼 책을 다 마쳤을 즈음에
비록 주인공들이 어떠한 상처는 있겠지만 내 마음에
따뜻함이 물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책의 첫 시작은 주인공 나 와 여령과 미주가
노래방에서 노래방 도우미를 초이스 하는 장면부터 시작이
된다.  주인공은 그 노래방에서 노래방 도우미이고 호스트바에서
일을하는 한 남자를 알게된다. 그 남자의 이름이 '제리'
였던 것이다.. 물론 일을 할때만 쓰는 이름이었겠지.
제리라는 이름이 이런곳에서 튀어나올 줄을 미처 상상도
못했다. 이 부분부터 나는 좀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그 제리라는 21살의 청년은 아무런 꿈과 희망이
없어 보인다. 오로지 자신은 그 호스트바 생활에서 헤어나
오지 못할 것이라며 항상 자괴감에 빠져사는 그런 남자였다.
여자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꿈과 희망없이 그저
주위의 사람들과 하루가 멀다하고 술만 마시는 사람,
옛 남자친구를 아무 감정없이 찾아가 그저 하룻밤을
보내버리는.. 그냥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생활만을 반복하는 여자 였다.

책의 소개처럼 조금은 충격적이고 반도덕적인 소설이다.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감동적인.. 성장소설..
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분명 그 두사람은 정말이지 아무런 희망도 없어보이는
벌거벗은 삶이기는 했다.두 사람의 내면의 감정과 이야기가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그려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정작 그 두사람이 무엇으로
인해 어떻게 성장이 되어지는지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내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내게선 느껴지지 않았다.
읽는 내내 좀 불편했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책을
다 마치고 나서도 그 느낌이 계속 지속되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