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뮈소 '내일'

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내가 생각하는 기욤뮈소 작품의 공통점,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생각지도 못한 허를 찌르는 반전, 책을 덮고 나면 영화 한 편을 본듯한 느낌,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런 부분들이 나오겠지~많은 기대를 안고 

기욤뮈소의 새로운 작품 '내일' 을 만나게 되었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 한국의 독자들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마음 같아선 집에 있는 기욤뮈소의 책을 들로 프랑스로 날아가 그에게 사인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기, 완벽해 보였었던…. 하버드대학의 교수, 매튜 샤피로가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가 있었고, 사랑하는 딸이 있다. 

하지만 그는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그 후로 매튜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날 그는 중고시장에서 맥 북을 샀는데, 판매자의 말과는 다르게 깨끗이 포맷된 상태의 맥 북이 아닌 한 여자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그 사진엔 이 메일 주소가 적혀있어 그녀에게 이메일을 쓰게 된다. 

한 여자 엠마가 있다. 그녀에겐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가정이 있었지만. 엠마를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그 남자에게 자꾸만 휘둘렸던 엠마는 이제 그를 끊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느 날 매튜 샤피로에게 그녀의 맥 북을 산 사람이라며 이메일이 날아든다. 

하지만 그녀는 맥 북을 판매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케이트….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내내 이 남자는 어쩌나…. 불쌍한 케이트는 어쩌나…. 남은 딸은 어쩌나…. 엠마는 어쩌나….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랬던 내 생각도 잠시, 내가 생각했던 모든 걸 우습다는 듯이 기욤뮈소는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스릴러 모험까지 선사시켜주고 있었다. 

어쩜 매슈 샤피로와 엠마와의 이야기를 이렇게 이끌어나가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빠졌다면 반전의 재미가 없었을뻔한 케이트의 인생 이야기까지, 얽히고설킨 그들의 이야기….

이 책은 물론 기본적으로 재미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내겐 가볍지만은 않는 소설임이 분명한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없다면 참 건조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가 믿고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와 꽂히게 된다면, 사랑을 이용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만들어버린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 아픈 마음을 또 다른 사랑이 치유를 해주니,자신의 무서운 이기심을 버릴수 있다면 분명 사랑은 아름다움이 맞을 것이다.

어김없이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기욤뮈소의 '내일' 다음번 소설도 상상도 못 했던 반전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파이브데이즈

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한동안 독서를 멀리하다가, 오랜만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도 괜찮았지만 제일 처음 만났던 큰 그림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의 작품은 어느새 그저, 믿고 읽어볼 수 있는, 그런 도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책의 표지가 책의 내용 중에 어떠한 부분을 표현해놓은 것일까? 늘 찾는 것도 내겐 하나의 즐거움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 이 부분이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로라, 한 병원의 영상의학 기사, 어쩜 로라가 이 시대? 위 평범한 중년 여성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 같다. 두 아이를 돌보며, 실직한 남편을 위로해 보려 하지만, 남편은 좀처럼 로라의 속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몸을 스캔할 때도, 여느 때와는 다르게 쉽게 감정적이게 되어버린다.

아마 이 모든 게 쌓여서 로라의 마음은 너무 피곤한 상태가 되어버린 거겠지…. 

이 여자도 집을 좀 떠나서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갖는다면 한결 나은 생각과 생활을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녀에게 며칠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보스턴에서 열리는 영상의학과 학술대회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보스턴에서 보험외판원 리처드 코플랜드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몇번의 우연이 겹쳐지고, 

그와 그녀는 필연이 되는듯했다. 외국은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엔 아직 

이 모습이 불륜이고 좋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여자, 개인으로 볼 때는 단 5일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로라가 진정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나도 함께 흥분되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보스턴에서 마지막 날 코플랜드의 처사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 사람의 살아왔던 인생, 자신의 아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면서도 로라의 입장에서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도 로라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하나하나 천천히 실천해가는 모습을 보면, 코플랜드를 만나고 나서 변화된 일이기에 코플랜드가 그렇게 떠나버렸다고 해도 로라에겐 좋은 영향을 주고 간 것이겠지?

어쩌면 로라의 이야기를 코플랜드와의 만남 없이, 다른 어떠한 사건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면, 내용의 흐름은 조금은 지루해 질 수 있겠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좀 더 깊은 

생각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그것이 간절해진다면 그 과정이야 힘들 수 있겠지만, 

로라처럼 행복한 인생을 찾을 수 있겠지? 

가족, 친구, 사랑, 우정, 행복, 인생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파이브데이즈….

신참자

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중에 가가형사 시리즈가 있는데, 독자들이
가장 많이찾고 읽는 책이라고 알고있다.(물론 다른 책들도 유명하긴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이번 신참자로 가가형사를 처음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기대감이 더욱 커져있었다.  
그의 모든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은 기존에 내가 읽었던 그의 소설과는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도쿄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는 40대 여성, 미쓰이 미네코,
그녀는 목이 졸려 시체로, 그녀의 친구에게서 발견된다.
이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부부터 9부까지의 순서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단편같기도 했지만,
단편이 아닌,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거리에서 얽히고 섥히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책을 읽으면서 사건의 용의자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을 하기 마련인데, 이번 소설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내가 눈치를 못채서 그런지몰라도 내가볼땐,용의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과연 추리소설인가?
휴머니즘 소설인가? 읽으면서 갸우뚱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바로 그부분이 이 책의 매력이었던것 같다.
가가형사는 일반적인 형사처럼 사건만 해결하는 형사가 아니었다.
가족간의 사랑도 찾아주고, 오해를 풀수있게 해주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책속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가가형사는 책을 읽고있는 독자에겐
어떤 깨달음을,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를 던져준다.
세상에,, 이런 형사가 정말 존재하기나 할까싶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가형사,
이번 신참자 소설로 인해 그에게 완전 반해버렸네!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 거리에는 몇개의 비밀과 거짓말이 잠들어있다."
신참자속의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고, 느낄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곳곳의 거리마다, 그들만의 비밀과 거짓이 있겠지?
이 책으로 인해, 거리를 지나며 그곳의 풍경들과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면서, 예전엔 그저 무심히 지나치고 스쳐가기만 했는데,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번 히가시노게이고의 신참자, 근래 읽었던
모든 소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민음사의 모던클래식 시리즈, 이 시리즈는 다른 종류의 시리즈들보다
뭔가 특별한점이 있는것 같다.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살아 있는 고전,
이들 현재진행형의 고전이라는 모던클래식, 이번에도 제목부터 실망시키지 않았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제목만으로도
깊은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역시도 그러했고 제목을 보는 순간
하아~ 하고 한숨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사랑, 인생에 있어 절대 빠질수 없는, (노래가사에도 사랑이 들어간 노래가사가
없질않은가~)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볼수 있는 인간의 사랑,
이 책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부족한것 없이 생활하는것 같은, 아내도 있는 루이 블레리오.
그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 노라를 사랑한다.  노라를 향한
참을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남자, 증권중개인 머피가 있다. 머피 역시
노라를 사랑한다.그래도 머피는 루이보다 좀 이성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노라가 요구하는대로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걸 보면, 이 남자
역시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되었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노라, 노라는 루이에게로, 머피에게로
, 한곳에서 지치면 이쪽으로, 저쪽에서 지치면 다시 이쪽으로,
이런 그녀의 사랑을 자유롭다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그녀의 사랑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노라의 행동만 보자면, 두 남자를
자신의 손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며 마음대로 울리고, 웃게하는
양다리걸친 나쁜 여자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도 그녀의 사랑방식 이겠지?
아니, 이것도 그녀의 끝없는 욕망일것이다.
진정으로 노라가 그들을 사랑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세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에 지쳐가고, 그
사랑에 상처받았다.
처음엔 책의 제목과 책의 표지가 맞지 않는것 같아, 무슨 의미일까
갸우뚱 했었는데, 책을 다 마친후, 표지의 그 손이 무언가 갈구하는 것처럼
끝날것같지 않은, 끝없어보이는, 그런 느낌을 던져주고 있었다.

외면하는 벽

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단편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왠지모르게 끊겨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잘 읽지않는 편이었다. 예전에 읽게된 조정래 작가의 상실의 풍경을
시작으로 단편소설의 편견을 깨버렸다고 할까,,그후로 다른 작가들의
단편소설들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읽을수 있게되었고, 이번
조정래 작가의 외면하는 벽도 반가운 마음으로 만날수 있게되었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8개의 작품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어서 고맙고도 반가운 일이었지만,
이 책의 내용만은 반갑지도, 가볍게 읽어 넘길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단편소설은 예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수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편소설인 비둘기부터 내게는 충격적이 었다.
한줄기 햇빛조차 들지않는 온통 암벽으로 되어있는 감옥에서,
절대 풀려날수 없는,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아놓는것 같은 그런 감옥,
그 글을 읽고있는 나 자신부터 절망적이고 아무런 기대도 할수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곳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고 했던
한 남자, 하지만 절망적이었던 한 남자의 삶,, 그 남자가 감옥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전달되어 책을읽는 독자마저 차가운 감옥을
느낄수가 있을 정도였다.
6번째 단편소설인 이 책 제목인 외면하는 벽, 이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아직까지의 문제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13평 아파트에 벽을 위, 아래, 옆으로 하나씩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아파트에서 한 노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웃사람들은 하나같이
불편해한다. 사촌보다 가깝다고 하는 이웃사촌들, 그들은 한 사람의
죽음에 함께 슬퍼해주지도, 위로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저 곡소리가
듣기싫었고, 사흘장을 치러야하는 과정에서 시체가 썩으면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것부터 걱정을 할뿐이다. 따뜻한 이웃들간의 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개인주의, 이기주의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당장의 내 모습부터 어떠한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8편의 단편소설모두 어쩜이렇게 하나같이 답답하고 가슴이 쓰라릴까,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들이 겪어왔을 것이다.
끝없는 절망과 아픔들,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던 노력들,,
아마도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들을 생각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외면하는 벽,, 더 이상 우리시대에 외면하는 벽은 없어야 할텐데말이지..